'척살령' 합법화 한 미르4, 금기 깬 정치 시스템

조회수 2020. 11. 12. 11: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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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4 정치 콘텐츠의 핵심, 문파 시스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최민식은 상대 조직의 나이트클럽을 접수하기 위해 스스로 시비를 걸어 폭행당하는 계획을 짭니다. 먼 친척뻘이었던 조직의 보스 하정우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서였죠. 어느 조직이나 패밀리가 얻어 맞고 왔으니 가만있을 수 없죠. 가족을 괴롭혔다는 명분을 앞세워 하정우는 상대 조직을 박살 내 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비단 조직폭력배뿐이겠습니까. 우리 사회는 유독 개인 간의 연대, 집단 문화를 강요합니다. 가족, 회사, 동아리 등 집단의 힘으로 자신은 물론 연대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려 하죠. 아직도 모든 조직들이 학연, 지연 등 수많은 인맥으로 엮여있죠.

▶ 다른 건 참아도 패밀리가 얻어 맞고 오는 건 절대 못 참는 조폭의 룰. 미르 시리즈의 문파 시스템도 똑같다. 범죄와의 전쟁의 한 장면

그런 점에서 MMORPG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플레이어는 길드, 혈맹, 문파 등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그 조직의 유대관계가 끈끈할수록 세력도 커지게 됩니다. 미르4에는 문파라는 강력한 조직이 있습니다. 개인의 이익공유의 성향이 강한 길드와는 달리 문파는 구성원 간의 의리와 연대를 중요시하는 동양적인 개념의 공동체입니다. 아마 미르4에서도 영화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듯합니다.

  

뭉치는 걸로 끝이 아니다. 조직에 얼마나 기여하느냐가 중요

미르4의 재미를 완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조직(!)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솔로잉으로는 게임의 재미를 반도 못 느끼죠. 모든 조직이 그러하듯 미르4 문파 역시 그저 뭉치는 것만으로 끝이 아닙니다.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일반 유저를 괴롭히는 것은 동네 양아치나 하는 짓이죠.

  

미르4에선 문파 기술 연구를 통해 조직을 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마치 ‘문명’ 게임을 하 듯 기술을 발전시켜 상대 문파를 압도해야 하죠. 문파만 강해지는 것이 아닌, 문파 구성원도 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문파는 지원, 보급, 원정, 외교, 척살 등 8개의 요소가 있습니다.

  

문파원들은 특정 재화를 사용해 문파 기술을 올려야 합니다. 재화는 문파원들이 사냥을 하면서 모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모은 재화를 문파에 상납해야 합니다. 문파 기술이 완성되면 그에 해당하는 버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문파원들은 특정 재화를 사용해 문파 기술을 올려야 한다. 문파의 발전은 개인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문파는 외교를 통해 다른 문파와 동맹을 맺어 더 큰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적대 문파에 대한 전쟁도 가능합니다. 서버에 거대 문파가 전횡을 펼치면, 중견 문파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해 견제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와중에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겠죠. 그게 한국형 MMORPG의 특징이니까요.

  

문파는 서버 내 특정 재화의 독점권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원정은 강력한 보상이 걸린 50인 레이드이며 흑철 채광세를 독점할 수 있는 비곡 점령전, 서버 최강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세금도 걷을 수 있게 되는 비천 사북 공성전 등도 문파가 가지는 강력한 콘텐츠이자 문파에 가입해야 할 이유입니다.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좋든 싫든 문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척살령 합법화, 미르4 뜨거운 감자

▶ 척살령은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상대를 찾아 죽이는 일종의 집단 괴롭힘이다. 보통 MMORPG 거대세력들은 암암리에 척살령을 동원해 적대세력을 견제해 왔다

과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고 있으면 꼭 저렙 지역에서 유저 사냥을 즐기는 고렙 유저들이 있었습니다. 퀘스트를 해야 하는데 못하게 방해하면 정말 짜증이 치밀어 올랐죠. 그럴 때는 길드 채팅으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여기 얼라(당시 저는 호드 유저였습니다) 만렙이 와서 훼방 놓고 있으니 좀 도와주세요.” 그러면 우리 편 고렙들이 집결해 상대 고렙 유저를 척살하고, 그렇게 일이 커지다 보면 전쟁이 터지게 되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리니지’ 혹는 미르4의 전작인 ‘미르의 전설2’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있었죠. 늘 MMORPG 전쟁의 역사는 상대 조직의 '척살'에서 시작됐습니다.

▶ 미르의 전설3의 문파전. 문파 간 전쟁은 미르 시리즈에서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다

미르4는 문파 간의 전쟁을 아예 시스템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바로 척살 시스템입니다. 척살은 일종의 암살 지령 같은 것으로 문주가 특정 캐릭터를 대상으로 척살령을 내리면 문파원은 그 캐릭터를 찾아 처단하는 시스템이죠.

  

앞서 언급한 와우에서처럼 문파원을 못살게 구는 유저 혹은 문파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배신자를 콕 집어 척살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일단 척살령이 내려지면 대상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 죽여야 합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와우는 즉흥적인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미르4의 척살은 지목된 유저가 전 문파원의 척살 대상이 되어버린다는 점입니다. 거대 문파를 적으로 둘 경우 서버 전체의 공적이 될 수도 있죠.

  

저렙 존에서 유저 사냥을 하는 고렙 유저에 의해 전쟁이 촉발된다 해도 한바탕 전쟁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특정 유저가 기억되거나 기록에 남는 일을 매우 드물죠. 또한 전 길드원이 유저 한 명을 타겟으로 잡는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미르4의 척살은 특정 유저를 타겟으로 문파원 전체가 공격에 나서게 됩니다. 다시 말해 거대 길드의 계획 아래 더욱 치밀하고 독하게 '괴롭힘'이 자행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칫 척살의 대상이 된 유저는 계속되는 공격으로 게임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때 저도 '리니지2'란 게임에서 척살 대상자로 찍힌 적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게임에 로그인도 못할 정도로 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결국 캐릭터 접고 다른 서버로 옮겼죠.

  

세력간 전쟁이야말로 미르4 서사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

따라서 문파의 척살 대상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이것이 대의명분에 어긋나면 금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힘 있는 적대 문파의 수장을 대상으로 척살령을 발동하는 건 게임의 재미를 위해 괜찮습니다. 하지만 힘없는 일반 유저들을 일방적으로 괴롭히기 위해 척살령이 남발되는 건 금해야 합니다.

  

척살 후 다시 척살 대상에 오르는 기준 역시 분명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개발사는 거대 문파의 척살령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척살령을 한번 사용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등 명분에 맞지 않은 척살령은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문파들이 서로 연합해 대규모 공성전을 펼칠 수도 있다

척살령은 미르4에서 서사를 만들 핵심 콘텐츠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력 간의 전쟁이야말로 MMORPG 서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어뷰징 유저를 척살하는 정의 구현 스토리가 생길 수도 있고 척살로 인해 문파 간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는 단기필마 홀로 거대 문파의 척살에 대항하는 ‘영웅 스토리’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과거 미르의 전설2 전성기 때만큼 화려한 문파전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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