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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배트맨? 너네가 왜 바스키아 그림 속에?

조회수 2020. 11. 19.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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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의 어릴 적 꿈은 만화가였습니다. 코믹북과 TV 애니메이션을 즐겨 봤죠.  

때문에 그의 작품에 강철 팔의 뽀빠이(Braccio di Ferro) 등 만화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하는 건 자연스런 수순입니다. 1930년대 말 처음으로 등장한 히어로물 속 슈퍼맨배트맨 캐릭터 역시 바스키아 작품에서 영웅을 나타내는 대표적 도상으로 등장합니다.

The character Cyborg, Wonder Woman, Batman, Superman and Aquaman from the Justice League film pose in character infront of film based promotional artwork unveiled for the first time during a photocall at The Leicester Square Odeon Cinema before the UK premiere on November 15, 2017 in London, England. ⓒ Gettyimages Korea
Since I was seventeen I thought I might be a star. I'd think about all my heroes, Charlie Parker, Jimi Hendrix... I had a romantic feeling about how these people became famous.
나는 열일곱 살 때부터 늘 스타가 되기를 꿈꿨다. 찰리 파커, 지미 핸드릭스 같은 우상들을 떠올리며, 이들이 스타가 된 과정을 동경했다.

–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음악도 그에게 '영웅'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유로운 즉흥연주로 추상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비밥'(Bebob) 장르의 선구자였던 재즈 뮤지션 찰리 파커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바스키아는 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천재 음악가의 'CPRKR'라는 이니셜과 파커의 닉네임이었던 버드(Bird)라는 단어를 조합해 작품 속에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광고, 백과사전, 성경, 신화 그리고 넘쳐나는 상품에서 접한 다양한 요소들을 자유롭게 발췌, 결합한 현실 속 왕이나 영웅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즐겨 구현했습니다. 

그렇다면 바스키아는 무엇을 말하기 위해 이리 독특하면서도 심오한 영웅 캐릭터를 창조해 작품 속에 그려 넣었던 걸까요?

A commuter passes a Superman costume used by Christopher Reeve in Superman (1978) and Superman II (1980), which is expected to fetch £60,000-80,000, outside the Prop Store film memorabilia exhibition at the BFI IMAX at Waterloo in central London. ⓒ Gettyimages Korea

그의 작품 속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왕관과 저작권 기호, 한때 지구를 지배한 공룡, 무리를 이끄는 상어·코끼리·펭귄 등은 모두 불의에 저항하는 영웅이자 바스키아 자신의 모습을 대변하는 상징적 기호입니다.

I am not a black artist, I am an artist.
나는 흑인 아티스트가 아니다.
단지 아티스트일 뿐이다.

–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바스키아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습니다. 바스키아가 머물렀던 이스트 빌리지를 포함한 뉴욕 맨해튼의 남동부는 마약중독자, 매춘부, 범죄자, 이민자 등 소위 말하는 '사회부적응자'들의 집결지였습니다. 바스키아는 검은 피부를 가진 유색인의 시선으로 시장경제 속에서 더욱 심화되는 인종차별과 착취, 부의 불균형 등을 바라봤습니다.

Fred Brathwaite (Fab 5 Freddy) and Jean Michel Basquiat at Anita Sarko's Voodoo Party at the Palladium. Friday, June 13, 1986. ⓒ Gettyimages Korea

바스키아는 사회의 억압과 폭력에 대항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창조하기로 합니다. 특히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불의를 딛고 성공한 아프리카계 운동선수와 뮤지션들에 특히 주목했습니다.  

인종차별 속에서도 승리를 거머쥔 무하마드 알리와 슈거 레이 로빈슨

나치 선전용 올림픽이었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해 네 개의 금메달을 딴 제시 오언스

존경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야구 선수 행크 에런

마일스 데이비스, 듀크 엘링턴, 루이 암스트롱


위와 같은 스포츠 및 음악 영웅들의 이름과 이미지를 작품 속으로 불러왔습니다. 

Artist Jean-Michel paints in 1983 in St. Moritz, Switzerland. ⓒ Gettyimages Korea

또한 그는 역사 속 다양한 영웅의 형상을 해체하는 작업에도 착수합니다. 영웅이라 하면 흔히 떠오르는 하얀 피부,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의 모습이 아니라 왜곡되고 뒤틀린 뼈와 장기가 훤히 드러나는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죽음을 상기시키는 해골과 같은 유색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바스키아 작품 속 영웅들은 노예제도로 착취당한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이자 가난과 굶주림, 폭력과 편견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동시대 '민중'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위대한 운동선수와 뮤지션, 예술계 인사 등 영웅을 독특하고 재기 넘치는 방식으로 작품 속에 그려냄으로써 불평등이라는 무겁고도 어두운 사회 구조에 정면으로 저항한 그의 예술세계가 궁금하다면 <장 미쉘 바스키아-거리,영웅,예술> 전시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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