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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구글이 매출 올리려고 직원들 책상배치 바꾼 이유

조회수 2020. 11. 30.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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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잔인했다는 예능 프로그램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한 채널에서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됐습니다. 12평 규모의 진짜 '유리로 된 집'에서 100일간 생활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안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였기 때문에 집 앞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출연자 김한석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어요. 

출처: KBS 2TV '유리의 성'

프로그램의 의도는 '사람들과 가까워져 호감도 높이기'였습니다. 50일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지 않은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출연자가 심리적 압박감, 공황장애, 극심한 우울증 등 정신적 이상 증세를 보인 건데요.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며 결국 100일을 다 채운 그에게 담당 PD는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테니 말해보라고 제안합니다. 화려한 소원을 빌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술국과 소주를 시켜달라고 했고, 그걸 먹으며 눈물을 펑펑 쏟으며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죠.

출처: KBS 2TV '유리의 성'

이 방송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잔인한 프로그램으로 손꼽힙니다. 어느 정도의 사생활 공개는 친근함과 호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극단적인 공간 개방은 부작용을 낳는 단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사무실의 공간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개방된 사무실과 폐쇄된 사무실, 우리는 어떤 곳에서 일할 때 업무 효율이 올라갈까요? 


01-1. 칸막이를 없앤 회사들

페이스북은 축구장 7개 크기의 개방형 사옥을 지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유튜브를 통해 끝도 없이 펼쳐진 개방형 사무실을 자랑스레 소개했는데요.

마크 저커버그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에게 건축 의뢰를 맡길 정도로 개방형 사무실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습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구글과 애플 등 세계 선두에 선 기업들 모두 개방형 사무실을 선택했어요. 개방형 사무실이 실리콘밸리의 수평적 기업 문화를 나타낸다고 여기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는 물론 의사소통이 더 원활하게 일어날 거라 믿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개방형 사무실에 대한 붐이 일어나자 수많은 기업들이 공간을 개방하기 시작했어요. IFMA(International Facility Management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70%가량이 파티션이 아예 없거나 아주 낮은 것만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정말 개방형 사무실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데 일조했을까요?

01-2. 개방→폐쇄→개방→??

사무실이 지금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된 건 1900년대부터입니다. 1880년대까지만 해도 사무직 직장인이 5% 미만이었어요. 그러다 1920년대 미국 전역에 철도가 깔리고 전신이 보급되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무직 근로자가 급증하게 됩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사업의 영역이 넓어져 사무직 노동자가 늘어난 거죠. 수많은 사무직 노동자를 수용하고 관리하기 위해 대형 오피스가 생겨납니다. 최초의 사무실은 넓은 공간 안에 책상이 빼곡히 있는 '개방형 사무실'의 모습을 띄고 있어요.

프라이버시가 없는 초기 개방형 사무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액션 오피스(Action Office)입니다. 칸막이를 세워 개인의 사생활을 확보해 주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공간을 디자인한 거죠. 직장인들은 칸막이가 세워진 사무실에 열광했습니다. 칸막이를 세워 '효율적, 평등적, 해방적' 공간으로 일하는 환경이 변했기 때문인데요.


사무실에 개인 공간을 만든 것은 혁신으로 여겨졌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초기 의미가 퇴색됐다는 겁니다. 닭장에 닭을 가두듯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칸막이에 직원을 가두는 형태가 되었죠. 이때부터 칸막이는 '비인간성과 소통 부재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힙니다. 의미가 변한 칸막이를 없애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것이 바로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오늘날의 오픈 오피스, 개방형 사무실의 개념입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 거죠. 

01-3. 그래서 개방형 사무실이 업무 효율을 높였을까?

오늘날의 개방형 사무실은 업무 효율을 높였을까요? 안타깝게도 칸막이를 없앤 사무실의 공간 배치가 역효과를 낸다는 하버드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사무실을 개방하자 직접 대면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고, 이메일과 SNS 사용량이 급등했어요.

기업들이 칸막이를 없애고 개방형 사무실로 변화하려는 것은 직원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활기찬 분위기 나아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개방형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핸드폰을 쓰거나 바쁜 척을 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다른 사람과 스스로를 격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죠.


02-1. 추락하는 업무 효율

개방형 사무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소음'입니다. 영국의 연구조사 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사무실의 소음이 전염병 수준에 이르렀다"라고 발표했는데요. 개방형 사무실에서 일하는 99%의 직장인이 소음 때문에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젊은 직장인일수록 소음에 대한 불만은 더 컸습니다. 이들은 노트북을 들고 밖에 나가거나(75%) 헤드폰을 사용해(32%) 소음에 대처한다고 밝혔죠.   

문제는 시끄럽고 산만한 환경이 집중력 저하뿐만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일을 더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도 흐리게 만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시끄러운 상황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조차 어려운 거죠.


개방형 사무실은 언제나 다양한 소음과 대화가 공존합니다. 원치 않더라도 누군가의 말소리를 들으며 일해야 하는 '멀티캐스팅'의 환경에 놓인 거죠. 업무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02-2. 멀어지는 협업

나의 집이 만인에게 공개된다고 가정했을 때 뒷골이 서늘해지지 않나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독립된 공간'을 원합니다. 하지만 개방형 사무실은 약간의 프라이버시도 허용하지 않아요. 이런 개방된 공간은 뇌의 인지적, 정서적 활동력을 저하시킵니다. 


어디서든 노출되어 있다는 압박감에 높은 스트레스를 받아 실수는 늘어나고 업무 효율을 떨어집니다. 때문에 애초에 목표했던 협업과 소통이 아닌 '자기방어'를 하게돼 직원들간의 소통이 더욱 줄어듭니다.

02-3. 병가가 늘어난다

사무실의 형태가 직원들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스톡홀름 대학교에서는 7가지 사무실 형태와 병가 기록을 추적한 결과 개방형 사무실에서 단기 병가를 내는 비율이 가장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덴마크에서도 24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개방형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병가 사용 횟수가 62%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코넬 대학교에서는 개방형 사무실에서 3시간 이상 일할 경우 지속되는 소음으로 인해 아드레날린 지수가 치솟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면 정신적 무력감과 신체적 피로함이 나타날 수 있어요.


03-1. 다양성을 품은 사무실

위의 내용만 쭉 읽어본다면 '개방형 사무실은 나쁘다'라고 결론지을 수도 있는데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개방형 사무실과 폐쇄형 사무실 무엇 하나를 꼭 집어서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오히려 사무실을 쓰는 직원들에게 두 가지 공간을 모두 제공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옳죠.

출처: 구글 사무실

어느 날은 도서관에 가고 싶고, 어느 날은 카페에서 일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입니다. 매일 기분이 다르듯 집중력과 업무 효율성이 달라집니다.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업무 효율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집중할 수 있는 폐쇄된 공간과 협업할 수 있는 개방된 환경이 모두 필요합니다.

03-2. 절충된 사무실을 가진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는 폐쇄형 공간에서 2014년 개방형 디자인으로 사무실을 변경했습니다. 그러자 "시끄럽고 혼란스러워 집중이 안 된다"라는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는데요. 일부는 하루 종일 헤드폰을 쓰고 소음을 내는 동료를 차단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

직원들의 불만을 들은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방형 공간을 줄이고 개인 공간을 늘렸어요.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솔루션 Azure 사업이 급성장했고,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에 가장 알맞은 형태라며 사무실 디자인을 점차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롯데월드 스마트 오피스

롯데 그룹은 롯데월드타워를 오픈하며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했습니다. 임원실을 최소화하고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했으며 변동 좌석제를 시행했어요. 유연 근무제에 따라 직원들이 정한 출퇴근 시간에 맞춰 그날그날 앉고 싶은 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든 건데요. 


친환경 라운지, 카페형 및 오픈형 사무공간부터 업무 특성을 고려한 개인 업무공간을 제공해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와 업무 효율이 높아졌습니다.


거짓 딜레마

우리의 삶은 OX 퀴즈처럼 '맞다, 아니다'를 정할 수 없습니다. 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답이 언제나 정답이라는 보장도 없죠. '거짓 딜레마'는 어떤 상황에 제3의 선택지가 존재함에도 정답이 2가지 밖에 없는 것처럼 정답을 강요하는 건데요. 개방형 사무실과 폐쇄형 사무실에는 확실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흑백논리에 따라 무엇 하나를 정하는 것이 아닌 개방과 폐쇄의 절충안을 찾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진정한 비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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