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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직원을 통제·감시하면 생산성이 늘어날까?

조회수 2020. 12. 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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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회사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낼 방법을 고민한다. 과거에는 직원의 임파워먼트(동기부여·empowerment)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노동 최적화'가 힘을 얻고 있다. 업무 자동화와 소프트웨어 활용, 직원이 업무를 하는 방식의 엄격한 통제, 계약직 및 임시 노동자의 활용 등을 통해 기업 활동에 필요한 노동의 양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필자인 피터 카펠리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는 임파워먼트 대신 최적화를 선택해서는 안 되며, 이 둘의 올바른 조합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문 기사 더 보기

X이론 vs Y이론
직원은 '비용' VS '자산'

과학적 관리와 조직운영에 관한 이 전략 목표는 1900년대 초기 프레데릭 테일러가 처음 주창했다. 테일러는 기업에서 직원이 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 가지 최상의 방법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엔지니어들이 그 방법을 찾아낼 수 있고, 직원의 역할은 그것을 잘 수행하는 것뿐이라고 보았다. 생산직에 적용되던 이 주장은 곧 화이트칼라 직군까지 확대됐다.

30년대 들어 과학적 관리로 인한 문제가 여러 기업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직원들이 업무에 노력을 아낀다는 증거가 속출했다. 이에 근로자에게 보다 많은 발언권을 주고, 성과급과 실적목표를 느슨하게 조정한 실험들이 진행됐다. 그 결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엘튼 메이요 교수 등은 결과를 정리해했는데, 이 작업을 통해 '인간관계운동(human relations movement)'이 시작됐다. 직원의 심리적, 사회적 니즈에 관심을 두는 것이 이 운동의 핵심이다. 즉, 다른 직원과 관계 맺고,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며, 의사결정에 관여할 때 근로자의 실적이 수직 상승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경영학자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aor)는 1960년 그의 유명 저서 『기업의 인간적 측면』에서 X이론과 Y이론을 제시했다. 근로자는 엄격하게 통제되고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X, 근로자들이 생각을 표현하고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때 생산성 공헌도가 크게 향상된다는 입장을 Y로 명명했다.

70년대 후반부터 Y이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테일러 이론을 받아들인 미국과 기타 국가에서 업무 품질이 낮아졌다는 증거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자동화로 일이 지루해진 나머지 근로자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경영진이 초밀접 감시와 보다 엄중한 문책으로 대응하자 실적과 품질은 더 하락했다. 해결책은 자율성과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업무 담당자가 직접 문제를 찾고 스스로 개선하도록 독려하자 많은 문제가 개선됐다. 노조 조직률이 높은 미국 자동차 공장들에선 이러한 린 생산방식 도입이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Y이론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경제 불황 때 인기있는 X이론
한계는?

혹자는 행동과학 모델 인기가 대공황 때 시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기 침체기엔 엔지니어링 모델이 더 인기가 있다. 근로자들은 기계 취급받는 걸 싫어하면서도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그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X이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여전히 구멍은 있다.

1. 유연한 노동력 ​

계약직, 파견직의 증가

기업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시장 수요 변동 폭은 튼데 노동력은 고정돼 있다는 점이었다. 사업이 침체되면 인력을 줄이기 바쁘고, 사업이 갑자기 좋아지면 다시 불러오느라 바쁘다. '긱 이코노미'는 이 문제에 색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우버의 드라이버들은 일이 있을 때만 돈을 받는다. 많은 기업들이 우버의 성장을 보고 비즈니스가 하락세일 때 급여를 줄 필요가 없는 계약직을 늘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인력 파견회사와 채용 프로세스 아웃소싱(RPO) 업체가 등장하면서 이런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 이런 업체들은 건별로 계약직을 고용하고 인력업체로부터 임시 직원을 받는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유연 노동력' '주문형 인재' 같은 용어를 만들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3분의 1 정도가 해당 기업의 정규직원이 아니다. 자동차 서비스 기업과 아마존 플렉스, 딜리버리 같은 배달 업체에선 계약직이 사실상 거의 핵심을 차지한다.

인력 축소가 실질적으로 사업성과 개선을 가져온다는 증거는 없다. 웨인 카시오 등의 연구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 대량 해고를 절제한 기업의 실적이 오히려 더 나았다. 더욱이 계약직은 그들을 감독할 누군가가 필요하고, 이는 비용 절감에 불리하다. 또, 파견 직원 고용은 정규 직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동료 간 관계를 악화시키며, 경영실적도 나빠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AI 및 노동 최적화

1분 1초 통제되는 근무 환경

인공지능은 기업을 X이론으로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현재 AI 툴은 사실상 인력 배치 요건을 최적화하는 여러 조건, 구직자의 적합성, 마케팅 활동 등 머신러닝 프로그램에서 도출된 모든 알고리즘에 해당한다. 알고리즘은 직원의 의사결정 기회를 빼앗아 전문가, 즉 AI를 구축한 데이터 전문가에게 넘긴다. 테일러가 주창했던 변화가 바로 이런 것이다. 엔지니어링의 원칙을 이용해 딱 하나 최상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장거리 화물트럭 운전사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 이들은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시간에 운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알고리즘이 이동경로와 스케줄, 운전방식, 기타 등등을 모두 정한다.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 등은 운전사를 감시하며 구간별로 지시를 한다. 규칙을 조금이라도 어길 경우 급여 삭감 등 조치를 취한다.

직원의 결정을 앗아가면 직원들은 더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게 되고, 맡은 것 이상을 일하겠다는 의지도 사라진다. AI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 직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해진다. 주유비와 돈은 평균적으로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직원들이 중심이 되는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정권을 직무 관리자와 직원들에게서 전문가와 소프트웨어로 넘겨주는 대가 중 하나는, 감독자와 직무 관리자를 무기력하게 한다는 점이다. 일정관리 소프트웨어에 따라 3주 연속 토요일에 일하도록 배정된 직원에게 감독자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서로 도움을 주고받다 보면 관계가 돈독해지고 회사가 직원을 지원한다는 느낌도 주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관계 형성이 어렵다.

또, 직원들은 감시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30년대 산업별 노동조합 탄생의 시발점이 된 연쇄 파업 동기는 급여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통제하던 테일러식 작업 환경과 경영진이 권위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제는 블루칼라뿐 아니라 화이트칼라 업무도 모니터링을 통해 노동 최적화 적용을 하려는 시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적 관리 소프트웨어가 키보드 타자 수를 세고 스크린 샷을 캡처, 분석해 업무 시간에 빈둥거리지 않는지 확인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 캘린더나 슬랙 같은 인기 소프트웨어는 이미 우리가 누굴 만나고 얼마나 시간을 소요했는지 기록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모니터링을 피하는 방법을 곧잘 찾아내 모니터링이 원래 목적대로 작용하기 어렵다.

X vs Y, 정답은?

관리자들의 가장 큰 과제는 X이론과 Y이론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다. 이론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많은 경영 방법론이 여전히 제대로 실행되지는 않으며, 최적화를 통해 훨씬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채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최적화와 직원의 임파워먼트를 동시에 도입하는 것이 훨씬 낫다. 린 생산방식의 강점은 생산성과 품질 개선이라는 과제를 일선 노동자들에게 넘기고, 직무 설계를 개선할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최적화와 직원의 임파워먼트 둘 다 성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적화와 임파워먼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막아온 가장 큰 제약은 항상 동일했다. 최적화라는 방법이 뭔가 더 똑똑한 것처럼 보이는 데다가, 하나의 단순한 최적 관리법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최적화 방법을 쓰면 관리자들은 직원 동기부여라는 까다로운 업무를 피할 수 있고, 그 시간에 보다 폼 나고 신나는 전략 수립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니즈와 관심사를 고려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며, 일할 줄 아는 리더는 이 점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출처 |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20년 9-10월 호

필자 |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와튼 경영 대학원 교수

인터비즈 정예지 박은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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