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50억' 당첨된 남자는 왜 맹수가 됐나?

조회수 2020. 12. 8. 1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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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럭키 몬스터> (Lucky Monster,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럭키 몬스터> ⓒ (주)영화사 그램
* 영화 <럭키 몬스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럭키 몬스터>의 주인공, '도맹수'(김도윤)는 실적 따위 없는 녹즙기 판매원이자, 빚더미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낙이라곤 어린이용 트램펄린에서 뛰는 게 전부. 나름 세상에 선의를 가지고 살아왔건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도맹수'에겐 아내 '성리아'(장진희)가 있는데, 고아원에서 만난 사이였다.

'성리아'는 대신 맞아주고 울어주는,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모조리 대신해주던 '도맹수'가 좋아 결혼했다. 하지만 어느새 자신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남편에게 질려버렸고, 밤마다 액션이 난무한 히어로 영화를 봐도 쾌감은커녕 어떤 생기나, 욕망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사채업자의 조여오는 압박에 '도맹수'는 위장이혼을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인 '성리아'는 사라져버린다. 어느 날, 오직 '도맹수'에게만 들리는 라디오 방송의 DJ '럭키 몬스터'(박상준)는 매사 소심하고, 찍소리도 못하는 '도맹수'가 이해되지 않아, 내면에 숨은 맹수의 본능을 깨우기로 결심, 그 목적으로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
'럭키 몬스터'의 방송 주파수 번호로 얼결에 로또 1등, 50억에 당첨된 '도맹수'는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인생을 목전에 두고 아내를 다시 찾으려 하지만, '성리아'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황. 이 기회를 틈타 '럭키 몬스터'는 직접 '도맹수'의 앞에 나타나, 조련을 진행한다.

<럭키 몬스터>는 지난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KTH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독립영화다. 작품을 연출한 봉준영 감독은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해, 광고 회사에 다니다 자신이 만든 것을 보고 싶어 뒤늦게 영화를 시작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 32기로 입학해 영화를 배웠고, 재학 중 제작한 단편 영화 <헤르츠>(2016년)는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문에 후보로 오르게 됐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가는 단편으로, '환청'이라는 소재와 사운드를 활용해 탁월한 연출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봉준영 감독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흐름 속, 한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연출 계기를 언급했다. 봉 감독은 "'도맹수'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말 그대로 맹수로 변화한다. 도덕적 비난은 받을 수 있겠지만, '도맹수'는 강하고, 냉정하고, 독립적인, 이 사회를 살아가기 적합한 포식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은 이런 포식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라면서, "이런 시대의 흐름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닥친 총체적 난국이자 비극이다. 여기에서 오는 씁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럭키 몬스터>에서는 봉준영 감독의 디테일들도 맛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작품은 수직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기 좋은 1.85:1과 인물의 초라함을 표현하기 좋은 2.35:1의 중간인 2:1의 화면 비율을 활용했다. 그리고 카메라의 시선에도 의미를 담았다.

'도맹수'가 맹수로 변화해가는 시발점이 되는 고등학생 일진들을 때려눕히고, 돈을 던지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눈높이에서 무릎으로 내려가며 '도맹수'를 올려다보는 시점이 된다. 또한, 영화 후반 절정에 달았을 때, 책상 위로 올라선 '도맹수'의 모습 역시 카메라는 아래서 그를 담아내며 인물이 거대해 보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도록 한다.
2:1 화면 비율은 이러한 카메라의 시선과 맞물리며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해낸다. 이렇게 인물들의 대결과 공존을 강조하고, 인물이 정중앙에 위치하거나 대칭을 이루는 장면들에서도 구조적인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환상을 강조하는 인위적인 느낌을 표현해냈다.

모호한 꿈과 현실의 경계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조명을 십분 활용했다. 집에서는 인물의 심리에 따라 조명과 촬영이 변했다. 대표적으로, '도맹수'가 복권에 당첨되는 모습은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줌 아웃, 달리 인' 기법을 활용해 장면을 강조했다.

봉준영 감독은 "컬러는 캐릭터를 드러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면서, 주요 캐릭터들에게 색채를 부여했다. 먼저 '도맹수'에게는 초식동물을 의미하는 '녹색'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의 첫 장면이자, 트램펄린을 타고 있는 '도맹수'의 모습이 인상적인 장면에서도 너른 초원에서 뛰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트램펄린의 색 역시 녹색을 선택했다는 것. 더불어 '성리아'가 선물했다는 넥타이 색도 녹색으로, 아내 역시 '도맹수'를 나약한 초식동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 '도맹수'는 그 넥타이를 아내에게 받은 소중한 선물로만 생각하지만, 이후 초식동물에서 포식자로 서서히 진화해가는 그는 스스로 녹색 타이를 벗어버리려 한다. 더불어 진짜 맹수가 되어버린 그는 광기를 의미하는 보라색 후드를 입고, 홀로 트램펄린의 지배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녹색에서 무채색 그리고 보라색으로 이어지는 컬러의 변화도 중요했지만 정말 중요한 건 '도맹수'가 녹색, 즉, 초식 동물에서 탈피한다는 사실. 또한, 녹즙기 판매원인 그에게 가장 중요한 소품 중 하나인 녹즙기와 자신의 몸을 지키는 도구인 도끼가 영화 후반부에는 그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탈바꿈한다.

'성리아'는 남편 '도맹수'와 있을 때 주로 검정색 계열의 옷을 입는다. 더불어 삶에 지친 듯 집 안 거실에 홀로 누워있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채업자 '노만수'(우강민)와 함께일 때 '성리아'는 붉은 옷을 입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생기를 되찾는다.

'럭키 몬스터'에게는 신비의 색, 비밀의 색, 광기의 색이기도 한 보라색에 의미를 부여했다. '도맹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공격성과 광기를 의미하는 '럭키 몬스터'는 컬러에 변화를 주기보다 '도맹수'와 상호작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그의 옷과 소품을 함께 착용하기도 하는 방식을 택했다.
'럭키 몬스터'에게 가장 중요한 소품은 마이크로, '도맹수' 내면의 목소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녹색 레이저를 지닌 그 역시 '도맹수'를 초식동물로 규정하고 있으며, '럭키 몬스터'는 이를 이용해 '도맹수'의 가슴에 하트를 그리는 등 그의 나약함을 조롱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로또 1등 당첨자만을 위한 회사 'HB 컨설팅'의 대표, '최필연'(박성일)은 노란 선글라스를 쓴다. 이 노란 선글라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줌과 동시에 냉혹함과 잔혹함을 의미한다. 이 안경을 끼면 붉은 피마저도 노랗게 보이는데, 그걸 드러내는 듯 폭력에 무감각한 그는 일상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한편, <럭키 몬스터>는 블랙 코미디를 기본 바탕으로 로맨스,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합쳐서 연출했다. 봉준영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영화는 낄낄거리며 보다가 정색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봉 감독은 "그래서 코미디로 시작해 공포 혹은 스릴러로 장르가 변주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누아르다. 동시에 이야기가 신파와 자기 연민으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반도>(2020년)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한정석'의 매형, '구철민'으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김도윤도 극한의 감정 연기를 선보이면서, 작품의 격을 높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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