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1주 자영업 매출 데이터, 한탄의 기록

조회수 2021. 01. 01. 09: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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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365일 중 21일만 웃었다

2020년 초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이토록 길게 이어질지 몰랐다.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도 “곧 끝난다”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정부가 테이블을 빼라면 빼고, 가게 문을 닫으라면 닫았던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란 몹쓸 바이러스는 1년 내내 수그러들지 않았다. 시장은 툭하면 멈춰섰고, 자영업자는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그 수준이 ‘괴멸壞滅’에 가깝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자영업자의 한탄과 통곡이 담긴 ‘2020년 51주 매출 데이터’를 단독입수했다.

한국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계가 생기를 잃었다. 내수침체로 한계에 내몰린 상태에서 코로나19라는 ‘카운터펀치’까지 맞았다. 정부도 자영업 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2ㆍ3차 재난지원금은 자영업자가 주요 수혜대상이었다. 2차 땐 업종별로 100만~200만원을 줬다. 3차 재난지원금은 총 280만명의 소상공인에 공통적으로 100만원을 지급한 뒤, 집합금지와 집합제한 업종엔 각각 200만원과 100만원을 더 줄 계획이다.


하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 방역조치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에게 현금으로 보상한다”는 기계적인 셈법에 불과해서다. 2020년 내내 코로나19 공포에 시달린 자영업자로선 현금 몇백만원으로 그동안의 임대료ㆍ인건비 등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문을 강제로 닫은 가게의 사장님들은 경제적ㆍ심리적 고통이 더 심각하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사무총장은 “당장 지원이 시급하긴 하지만 소비 진작을 유도해서 내수시장에 돈이 돌도록 해야 이들의 장기적인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근근이 버텨온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울리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호소는 엄살이 아니다. 근거가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동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민간 다중이용시설의 업종별ㆍ주차별 매출 증감 데이터(전년 동기 대비)를 입수했다.


중점관리시설 6종(▲노래연습장 ▲단란주점ㆍ감성주점ㆍ헌팅포차 ▲식당 ▲실내스탠딩공연장 ▲유흥주점 ▲방문판매업)과 일반관리시설 8종(▲PC방 ▲결혼식장 ▲독서실 ▲목욕업 ▲실내체육시설 ▲오락실ㆍ멀티방 ▲이미용업 ▲학원)이 대상이다.


 이 데이터의 기준은 한국신용데이터가 여신금융협회 카드매출 조회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65만개 사업장의 신용카드ㆍ체크카드 매출이다. 업종별 사업장의 2020년 매출 총합을 2019년 매출 총합과 비교했다. 쉽게 말해 직전 해와 비교해 2020년 매출이 어땠는가를 들여다본 데이터다. 조사 시점은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인 2020년 초부터 12월 말까지 총 51주다.


[※참고 : 이 분류체계는 정부가 규정한 다중이용시설 분류체계와는 다르다. 한국신용데이터에서 매출 자료 확보가 가능한 업종들로 재분류했기 때문이다. 정부 지침에선 각각 다른 업종으로 나뉜 단란주점ㆍ감성주점ㆍ헌팅포차 등이 매출 자료에선 하나의 업종으로 묶이는 식이다. 일반관리시설의 경우 공연장, 영화관, 직업훈련기관, 놀이공원ㆍ워터파크 등이 자료에서 제외됐다.]

■1차 대유행 | 공포의 서막 = 2020년 초 세계 경제는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2019년 2.9%를 기록하고 2020년 3.3%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도 비슷한 기조로 한국경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의 악재를 뚫고 기업 활동이 활기를 되찾고, 내수시장에도 활력이 감돌 거란 기대였다.


실제로 이 시기의 자영업자 표정은 밝았다. 14개 업종의 2020년 2주차(1월 6~12일) 매출은 ‘단란주점ㆍ감성주점ㆍ헌팅포차’를 제외하고 모두 전년 동기와 비교해 더 높은 실적을 거뒀다. 특히 학원ㆍPC방ㆍ결혼식장 등의 2주차 매출은 2019년 2주차와 비교하면 120.0%를 웃돌았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19는 ‘우한폐렴’으로 불렸다. 중국 내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단신으로 짤막하게 보도될 뿐이었다. 이웃나라 일본(1월 16일)에서 첫 감염 소식이 들려오긴 했지만 우려는 크지 않았다. 3주차(1월 13~19일)에도 14개 업종 중 11개 업종이 2019년 거둔 매출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참고 : 11개 업종은 ▲식당(101.0%) ▲실내스탠딩공연장(103.0%) ▲유흥주점(100.0%) ▲방문판매업(141.0%) ▲PC방(122.0%) ▲결혼식장(125.0%) ▲독서실(113.0%) ▲목욕업(110.0%) ▲실내체육시설(102.0%) ▲이미용업(112.0%) ▲학원(119.0%)이었다.]


4주차의 시작이었던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1월 말까지 확진자가 11명으로 불어났다. 확진자가 방문한 영화관ㆍ음식점ㆍ백화점 등이 임시휴업을 하고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펼친 탓인지 소비심리가 조금 움츠러들었다. 식당은 이 기간(1월 4ㆍ5주차) 전년 동기 대비 88.0%의 매출을 거뒀다.


그럼에도 이때까진 ‘일시적 부침’에 그칠 거란 전망이 대다수였다. 2월에 접어드는 6주차(2월 3~9일) 중점관리시설 6종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평균은 104.0%였다. 일반관리시설 8종은 133.0%를 기록했다. 어찌 됐든 자영업자의 2월 형편은 2019년 초반보단 훨씬 나았다. 

데이터에 빨간불이 켜진 건 2월 중순부터였다. 2월 1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처음 나온 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백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한달 만에 대구 지역의 누적 확진자는 8000명 수준으로 늘었다. 마스크 수급이 불안정해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3월 9일부턴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마스크 5부제’까지 도입됐다.


이제는 일상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때부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월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담화문’을 통해 15일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발표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시설과 업종의 운영을 제한하는 조치였다.

  

이때 자영업자 매출 자료를 보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처음 발견된 8주차(2월 17~23일) PC방과 결혼식장, 방문판매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확진자 909명(2월 29일)을 기록하면서 1차 대유행의 정점을 찍었던 9주차(2월 24일~3월 1일)의 매출 감소폭은 더 컸다.


학원은 전년 동기 대비 28.0%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19년 같은 기간에 100만원을 벌었다면 2020년엔 28만원을 벌었다는 거다. 목욕업 역시 33.0%로 심각했다. 이밖에도 ‘식당(59.0%)’ ‘오락실ㆍ멀티방(58. 0%)’ ‘이미용업(57.0%)’ ‘노래연습장(59.0%)’ ‘유흥주점(57.0%)’ 등의 매출이 전년 동기비 크게 쪼그라들었다.


■2차 대유행 | 변곡점 = 4월 중순부턴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시적인 부침’ 전망은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다. 4월 18일 이후 신규 확진자를 20명 이하로 유지했다. 정부의 방역시스템은 ‘K-방역’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를 신뢰하고 따른 시민의식도 감염을 억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과를 낸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5월 5일부터 낮추기로 했다. ‘운영중단’을 권고했던 일부 위험시설을 향한 규제가 ‘가급적 운영자제’로 바뀌게 됐다.


규제 완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넉달 만에 상승했다. 상승폭도 6.7포인트로 적지 않았다. 자영업계는 ‘V자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지갑을 열지 않고 버텨온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폭발할 것이란 기분 좋은 전망도 곳곳에서 나왔다. 줄폐업을 우려하던 상인들은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수립하느라 분주했다.


실제로 18주차(4월 27일~5월 3일) 일반관리시설 8종의 매출은 2019년 대비 96.0% 수준을 유지했다. 3월부터 70.0% 수준이던 식당 업종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88.0%까지 회복했다. 업종별로 굴곡이 있긴 했지만, 2019년 매출과 비교해 50% 이하로 반토막 난 업종은 한곳도 없었다.

이런 흐름은 33주차(8월 10~16일)까지 계속됐다. 이때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한반도를 덮쳤다는 걸 감안하면 선방한 실적이었다.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소비 진작 효과까지 꾀했다.


하지만 8월 16일 직전 2주간(8월 2~15일) 하루 평균 확진자가 53.1명으로 50명을 넘어서면서 공포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정부는 수도권 지역에 2단계 일부 조치를 내렸고, 엿새 뒤인 22일엔 2단계 조치를 전국으로 넓혔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자영업자 매출에 타격을 입혔다.

34주차(8월 17~23일)부터 ‘실내체육시설(105.0%→76.0%)’ ‘학원(114.0%→81.0%)’ ‘식당(92.0%→80.0%)’ ‘노래연습장(75.0% →31.0%)’ ‘PC방(67.0%→40.0%)’ ‘목욕업(66.0%→53.0%)’ 등의 매출이 33주차와 비교해 곤두박질쳤다.


2차 대유행이 정점에 달했던 36주차(8월 31일~9월 6일)의 업종별 매출은 더 심각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업종도 있었다. 가게 문을 아예 닫은 노래연습장과 PC방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5.0%, 10.0% 수준의 매출을 냈다. 오락실ㆍ멀티방 역시 7.0% 수준에 그쳤다. 독서실(33.0%), 실내체육시설(31.0%), 목욕업(26. 0%) 등도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그나마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10월 12일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로 하향조정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42주차(10월 12~18일) PC방은 전년 동기 대비 58.0%의 매출을 거뒀다. 사실상 한푼도 못 벌던 9월에 비하면 사정이 나아진 셈이었다.


마찬가지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노래연습장의 매출도 83.0% 수준까지 올랐다. 41주차엔 45.0%였던 결혼식장 매출 역시 거리두기 단계가 풀리면서 82.0%로 회복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내수가 빠른 속도로 살아난 셈이다.


■3차 대유행 | 재앙 = 기쁨은 잠시였다. 11월 19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경보가 울렸고, 24일부턴 2단계로 올랐다. 그런데도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11월 초순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100명 안팎을 유지했지만 14일(205명) 200명 선을 넘은 뒤로는 계단식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6일(581명)에는 500명대까지 올라섰다. 12월 들어선 확산세가 더욱 거세졌다. 12월 13일 코로나19가 창궐한 이래 처음으로 1000명선(1030명)을 넘어섰고, 성탄절인 25일에는 1241명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규모 면에서 이미 1차 대유행(정점 2월 29일ㆍ909명)과 2차 유행(8월 27일ㆍ441명)을 크게 넘어섰다.


앞선 유행 때는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환자가 쏟아졌지만 이번엔 달랐다. 가족ㆍ지인 간 모임, 학교, 직장 등 일상 공간을 고리로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방역 둑’이 무너진 정부는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 ‘연말연시 특별방역기간(2020년 12월 24일~2021년 1월 3일)’까지 지정해 5인 이상 모임 금지, 겨울 스포츠시설 및 해돋이 명소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도 확산세는 나아질 모습을 보이질 않는다.


그사이 자영업자들은 재앙의 늪에 빠져들었다.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48주차(11월 23~29일)부터 14개 업종 모두 2019년 48주차보다 적은 매출을 거뒀다. 연말연시 특별방역기간에 속하는 52주차(12월 21~27일)의 실적은 더 충격적이다. 14개 업종 중 12개 업종이 2019년 동기 대비 50.0%를 밑도는 매출을 거뒀다.


한 자릿수 매출로 떨어진 업종도 3개(노래연습장 3.0%ㆍ유흥주점 3.0%ㆍ오락실 및 멀티방 4.0%)나 됐다. 코로나19가 휘몰아친 51주를 분석해 보면, 거리두기 단계가 자영업계를 쥐고 흔들었다.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했을 때 좋은 실적을 거둔 것도 아니란 점이다.

51주 매출 데이터를 업종별로 늘어놓고 보자. 식당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늘어난 주는 전년 동기 대비 3주(2ㆍ3ㆍ6주차)뿐이었다. 사실상 1년 내내 매출 부진을 겪었다는 얘기다. PC방 역시 6주 동안만 전년 동기 대비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나머진 모두 2019년보다 매출 기록이 나빴다.


그렇다고 2019년 우리 경제가 ‘호황’이었던 것도 아니다. 2019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 8% 성장했던 2009년 이후 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였다. 누군가는 왜 자영업자만 지원금을 받느냐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상당수 사장님들은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 걱정스러운 건 그 타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재앙, 자영업자는 그 복판에 서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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