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트렌드? 핵심 요약 정리

조회수 2021. 01. 19. 21: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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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2021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박람회, CES가 마무리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딱 1년 전인 2020년 CES가 마지막 비행기를 탔던 출장길이어서 훌쩍 지나가 버린 지난 1년이 몸으로 와 닿는 행사였어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떠나면서 농담 삼아 “이게 마지막으로 타는 비행기가 아닐까?”라고 던졌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버렸네요.

[예전엔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던 CES…]

2020년 CES가 열리던 시기에는 ‘코로나19’라는 이름도 없었고, 금세 가라앉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이 병은 전 세계를 1년 동안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모바일 전시회인 MWC를 비롯해 CES 이후에 열린 전시회는 줄줄이 취소되다가 어느 순간 현실을 받아들이고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죠. 이제는 어떤 이벤트가 온라인에서 열린다고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시대가 됐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뉴노멀(New normal)’이죠.


새로운 시대의 전시회, ‘디지털’

혼란 속에서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고, CES도 숫자를 하나 더 올려서 CES 2021로 돌아왔습니다. 올해 CES는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디지털 CES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 열렸습니다. CES는 일찌감치 디지털 전환을 준비했고, 1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 동안 2021년의 기술 흐름을 쏟아냈습니다. 한 마디로 소감을 정리하자면 ‘오프라인의 경험을 그대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대표적인 기술 전시회로서의 의미는 챙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CES 2021은 대체로 기자간담회, 키노트, 콘퍼런스처럼 메시지를 전하는 발표 위주로 진행됐습니다. 전시회보다는 발표 모음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전시에 더 비중을 두었던 분들에게는 아쉬움이 있을 겁니다.

저도 전시회의 재미가 ‘지나가다가 의도치 않은 기술, 제품을 마주치는 순간’이라 생각하는데, CES 2021은 그 우연성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어요. 당연히 저보다도 전시를 통해 제품을 알리고자 했던 기업들의 아쉬움이 더 크겠지요.


하지만 큰 기업들의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집중되는 느낌이었어요. 1년을 내다보는 기술이 소개된다는 점뿐 아니라 너무나 달라진 지난 1년을 큰 기업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했으니까요.

모든 발표는 CES의 홈페이지에서도 전해졌지만 대부분은 유튜브로도 중계됐습니다. CES 2021의 디지털 입장권이 없어도 전 세계 모두가 동시에 볼 수 있었죠.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부분도 상당히 해소됐다고 할 수 있지요.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목소리를 직접 전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했고요.


발표를 보는 입장에서도 미리 스케줄을 짜서, 발표장을 찾고, 입장을 위해 한 시간 이상 바닥에 앉아서 기다리던 불편함이 사라졌고, 책상 앞에서 곧바로 다음 발표로 넘어갈 수 있어서 편했죠. 그리고 대부분의 발표가 디지털 환경에 맞춰 30~40분 내외의 잘 준비된 영상으로 꾸려졌기 때문에 정보 전달에도 유리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나라 언어의 자막까지 준비해서 영어 중심의 발표라는 한계도 벗어날 수 있었어요.


디지털로 이뤄진 CES는 확실히 흥미로운 접근이었고, 당연히 긍정과 부정적인 문제들이 분명 남아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시회도 분명히 달라질 겁니다. 그리고 전시뿐 아니라 디지털을 통해 제품과 기술을 알리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코로나19’와 PC 시장의 상관관계

기업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코로나19로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를 떼어 놓고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하는 가전 기술을 설명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이를 위기라고 말하기보다는 기회, 혹은 미래라고 해석했습니다. 물론 기업들도 속이 타는 부분이 분명 있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기계와 이야기하고, 원격과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경험에 익숙해졌거든요. 해야 하는 일이 된 거죠.


이는 곧 기업들이 그동안 CES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미래의 일부를 경험하게 되는 기회가 됐습니다. 물론 그들이 그린 미래가 완전한 비대면 세상은 아니었고, 오히려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가 더 미래 같긴 하지만 적어도 기술적 거부감은 확실히 줄었지요.


코로나19를 기회로 만드는 산업도 있었습니다. 바로 PC입니다. 컴퓨터는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은연중에 ‘구닥다리’ 같은 기술로 꼽혔어요. 컴퓨터보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으로 모든 일들이 이뤄졌고, 현재의 비대면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의 기반도 바로 스마트폰에서 이뤄졌죠. 그래서 PC 시장은 매년 줄어들었습니다. 2018년까지 2억6천만 대 선이 무너졌다가 2019년 간신히 감소세가 멈췄는데, 2020년에는 두 자릿수 성장으로 무려 3억 대나 팔렸습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짚어볼 수 있습니다. 원격 업무, 원격 수업 등 비대면을 위한 도구로 PC가 활발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도 화상 회의에 참여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PC의 생산성이 주목 받게 된 것이지요. 여기에 취미 생활도 집에서 이어지다 보니 게임과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편집 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고, 이는 곧 그래픽 성능을 앞세운 고성능 PC의 수요로 이어진 셈입니다.

인텔과 AMD가 CES에서 발표한 프로세서들도 이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 인텔의 11세대 모바일 코어 H 시리즈 프로세서는 얇은 노트북 안에 들어가는 칩이지만 최대 8코어로 16 쓰레드를 처리하고, 4세대 PCI 익스프레스를 써서 강력한 외장 그래픽카드를 병목 없이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AMD의 라이젠 5000 모바일 프로세서도 8코어로 16 쓰레드를 처리하고 고성능 그래픽을 자랑합니다.

인텔과 AMD 사이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떠나 노트북에도 데스크톱 수준의 고성능이 요구되고, 프로세서 제조사들이 이를 받아들여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에 무게를 실었다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회사가 공통적으로 꺼내 놓은 기업용 프로세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아마 두 회사는 다른, 어쩌면 미래의 더 커다란 이야기를 들고 나왔을 겁니다. 이번 발표들은 지금 딱 필요한 이야기였고, 또 어쩌면 PC에게는 지금이 미래일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 “조금만 더 기다려줘”

자율주행 자동차는 지난 10년간 CES의 가장 뜨거운 먹거리였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도 명확해서 이제 길에 스스로 움직이고, 위험한 상황을 알아채고 멈추는 자동차는 당연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제 기술적으로 남은 것은 우리가 스스로 움직이는 차량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렇게 안전해요!’라고 설득하는 것 정도입니다.


사실 이미 자율주행 차량은 충분히 안전합니다. 모빌아이 창업자인 암논 샤슈아는 미국 기준으로 1년에 사고가 600만 건 일어나고, 이를 해석하면 평균적으로 차량이 50만 마일을 달리면 1번씩 사고가 일어난다고 발표했습니다. 시간으로는 5만 시간을 운전하면 사고가 나는 겁니다. 자율주행차량이 이것보다 잘하면 칭찬을 해주어야겠지만 현실은 조금 달라요. 아마 사고를 이것보다 10분의 1로 줄여도 사람들은 불안해할 겁니다. 언제 불완전한 기계가 사람을 해칠지 모른다는 걱정이죠. 기계가 신뢰를 받으려면 ‘거의 사고가 나지 않는다’라는 정도의 결과를 내야 합니다.

지금 자율주행 차량들은 이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센서와 통신 기술 등을 접목해서 사고 위험을 줄이는 것이죠. 모빌아이도 사람보다 1천 배 정도 안전해져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번 CES의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를 달릴 수 있다’가 아니라 ‘도로를 함께 달릴 수 있다’에 의미를 더 두고 있는 듯합니다.

GM의 자율주행 운송 서비스인 브라이트 드롭이나 BMW의 차량 대 차량 통신,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여행 지식 서비스 등 차량과 관련된 기술들은 모두 자율주행 시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차량이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차량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고, 차에서 무엇을 할까요? 자율주행의 방향은 여전히 안전과 경험에 있고, 이제 새로운 형태의 이동을 떠올릴 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율주행 차량을 언제 타 볼 수 있냐고요? 많은 기업들이 얼마 전까지 2021~2022년을 내다봤지만 이번 CES에서는 2025년을 짚었습니다. 이는 분명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자동차 경험과 인프라, 그리고 사회적인 고민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존재 의미, ‘사람’

자율주행 외에도 기술이 사람과, 우리 생활과 함께한다는 것은 코로나19 이후의 CES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부분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로봇을 꺼내놨습니다. LG전자는 그동안 꾸준히 내놓았던 클로이 로봇에 방역 기능을 넣었습니다. 환자 격리 공간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더 꼼꼼하게 구석구석 방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지요. 3년 전만 해도 LG전자의 클로이는 움직이는 로봇 위에 어떤 서비스를 올릴지에 대해서 조금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적절한 시나리오를 찾아내면서 그 가치를 갖게 된 듯해요.

삼성전자의 로봇 청소기도 인상적입니다. 기존의 근접 센서 외에 카메라를 통한 컴퓨터 비전과 라이다를 넣어서 공간뿐 아니라 상황을 인식해서 청소를 이어갑니다. 로봇 기술이 산업을 넘어 성큼 우리 곁에 왔다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가전의 서비스화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로봇에게 무엇인가를 시키기 이전에 로봇이 직접 나서서 움직이고, 사람이 움직이지 않아도 가전이 찾아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지요.

이 역시 자율주행 차량처럼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집에서 가전제품들이 로봇처럼 움직이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할 수 있지만 그게 늘어나면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삼성과 LG는 그 부분에서 접근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로봇이 집에서 돌아다녀도 되겠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죠.


CES 2021은 전체적으로 새롭고 놀라운 기술의 미래를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이미 2020년은 기술 기업들에게 충분히 충격적인 미래였으니까요. 그리고 많은 기술들이 더 우리 생활에 적용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랜만에 CES에서 기조연설을 했는데, 그 내용이 볼만합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법률 책임자는 “기술에는 양심이 없다. 양심은 사람만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술에 대한 적절한 통제, 그리고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 메시지의 핵심이었는데, 기술은 결국 다루는 사람, 그리고 경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기술의 의미는 결국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신기한 것들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 기술이 사람을 조금은 더 신중하게 대하기 시작한 것 같아서 이번 CES는 오랫동안 곱씹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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