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명장면 탄생시킨 배우들의 센스

조회수 2021. 01. 2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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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좋은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될까? 어떤 배우들은 연기 못지않게 훌륭한 순발력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영화의 명장면을 탄생시킨다. 배우들이 자신도 모르게 연기로 포장한, 혹은 캐릭터에게 적합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명장면을 소개한다.


<300>
"디스 이즈 스파르타!!!"

<300> 하면 떠오르는 그 대사. "디스 이즈 스파르타!"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전령을 우물에 밀어넣기 전 외친 이 말은 원작 코믹스에도 있다. 하지만 원작 코믹스에선 이렇게 포효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연출을 맡은 잭 스나이더 또한 차분한 톤의 연기를 지시했다. 하지만 제라드 버틀러는 OK를 받고도 한 번만 다시 촬영하자고 제안했고, 그 테이크에서 즉흥적으로 "디스 이즈 스파르타!"하고 외쳤다. 그게 바로 우리가 본 그 장면이다. 영화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한 장면을 탄생시킨 희대의 애드립인 셈.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아라곤의 절규

<반지의 제왕>에는 배우가 실제로 다친 장면이 남아있다. 그 장면을 영화에 쓴 이유? 아파서 지른 비명이 캐릭터의 감정을 너무 잘 보여줬기 때문. 삼부작의 2편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에서 아라곤(비고 모텐슨)이 메리(도미닉 모나한)와 피핀(빌리 보이드)이 사망한 것으로 오해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비고 모텐슨은 근처에 있는 오크의 투구를 걷어차는데, 그 투구가 꽤 묵직한 소품이어서 엄지발가락에 골절을 입었다. 그는 그 고통을 담아 무릎을 꿇으며 비명을 질렀고, 피터 잭슨 감독은 그의 연기 집중력에 감탄해 해당 테이크를 영화에 썼다. 비고 모텐슨은 이 장면 외에도 우르크하이가 던진 단검을 순간적으로 받아쳐 완벽한 아라곤임을 증명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말포이를 부각시킨 볼드모트의 포옹

명배우 랄프 파인즈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최종 보스 볼드모트를 연기해 강렬한 악역 연기를 보여줬다. 그의 캐릭터 해석이 특히 빛난 부분은 마지막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에서의 애드립. 시나리오상 볼드모트가 드레이코 말포이(톰 펠튼)를 맞이하는 장면은 별다른 지문이 없다. 그냥 볼드모트가 말포이 앞으로 걸어가는 것뿐. 랄프 파인즈는 이렇게 하면 장면이 다소 늘어질 것이라고 판단해, 톰 펠튼을 안아줬다. 예상 못 한 연기에 톰 펠튼은 당황했고, 이 모습이 (악의 화신) 볼드모트의 환대에 놀란 듯한 말포이로 그려져 캐릭터의 성격을 더 살렸다.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도 부각시킨 랄프 파인즈의 순발력이 빛난 순간.


<스파이더맨 홈커밍>
천생 토니 스타크와 피터 파커의 애드립

다양한 배우들이 합류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엔 배우들의 애드립이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다. 가장 유명한 건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의 "아, 히어로 네임으로 하시겠다고요?" 장면. 이 장면 외에도 톰 홀랜드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애드립을 자주 주고 받았는데,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포옹 장면도 그중 하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차에서 대화한 후 토니가 문을 열어주는 그 장면, 피터 파커가 자신을 안아주는 걸로 오해하는 그 장면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애드립이다. 관객들이 무척 재밌게 본 장면인데, 과연 "아임 아이언맨" 아이디어의 주인공다운 애드립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캐리 피셔를 보내는 마크 해밀의 키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기존의 <스타워즈>와는 캐릭터 묘사나 전개의 결이 너무 달랐기 때문. 그러나 이런 영화에도 진성 팬들의 눈물을 훔친 장면이 있다.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와 레아 사령관(캐리 피셔)이 재회한 장면. 이 장면에서 루크는 "진짜로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레아의 이마에 키스를 해준다. 이 장면은 루크를 연기한 마크 해밀의 아이디어인데, 이 영화 내내 다른 사람 같던 루크가 팬들이 사랑한 루크처럼 행동한 몇 안되는 장면이다. 특히 이 영화가 영원한 레아 공주 캐리 피셔의 유작이었기 때문에 스카이워커 남매의 인사는 더욱 인상적일 수밖에.


<아메리칸 허슬>
두 여자의 키스

빼어난 배우 둘이 만나면 이런 장면이 탄생하곤 한다. 제니퍼 로렌스와 에이미 아담스는 <아메리칸 허슬>에서 어빙(크리스찬 베일)의 아내 로잘린과 애인 시드니 역을 각각 맡았다. 로잘린과 시드니는 영화 중반쯤 어빙이 누굴 사랑하는지를 두고 싸우는데, 이때 로잘린은 "우리 둘 다 역겨워서 어빙이 좋아하나 보네. 살다보면 거지 같은 선택지만 남아있는 경우도 있거든"라고 말하고 시드니에게 키스한다. 이 자조적이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로잘린의 키스는 제니퍼 로렌스가 제안했고, 감독과 에이미 아담스가 받아들이면서 성사한 연기 합. 육체적 위압을 가하지 않으면서 기선제압하는 탁월한 방식을 보여줬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엘리오의 감정을 전한 찰나의 순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엔딩크레딧은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면 잊을 수 없다. 올리버(아미 해머)의 전화를 받은 엘리오(티모시 살라메)가 벽난로 앞에서 혼자 감정을 추스르는 이 장면. 롱테이크 장면이라서 티모시 샬라메의 감정 연기에 모든 게 달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중 영화에 사용된 장면은 영화가 끝나기 몇 초 전 엘리오가 살짝 카메라를 쳐다본다. 이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의도가 아니라 티모시 샬라메가 한 애드립이라고. 그의 눈빛이 워낙 감성적이라서 관객들의 감정이 깨지긴커녕 오히려 그의 감정을 절절하게 느끼는 순간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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