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결혼식 날 웨딩드레스가 바뀌었습니다

조회수 2021. 02. 01. 12: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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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가 바뀐 신부 이야기

결혼 준비 막바지에 이르면, 애써 치열하게 노력했던 다이어트는 연이은 청첩장 모임 덕에 이전 몸무게로 돌아간 지 오래고, 코로나 탓에 빛을 보지 못한 청첩장도 쏟아진다. 숨 쉬듯 빠져나갔던 결혼 준비 비용으로 통장은 어김없이 텅장 신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도 조만간 끝이 난다. 예식을 한 번이라도 치렀던 이들이라면 이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가. 정신없는 몇 달을 지치는 줄도 모르고 달려왔던 상황. 코로나 시국엔 모든 이들의 축복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얼른 끝나기만을 바란다. 그만큼 모든 신경의 끝이 예민함에 닿아있을 즈음 생각지도 못한 폭격이 당신에게 일어난다 생각해보자.

2시간의 악몽
"이 드레스 아닌데..?!"

출처: KBS <도도솔솔라라솔> 스틸 컷

“언니 이상해, 내가 고른 드레스가 아닌 것 같아.”


A는 하객으로 들어선 필자를 보자마자 서럽다는 듯 울먹이며 털어놓았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미 코로나 때문에 많은 변수가 있었던 결혼식 아니었던가. 겨울에는 조금 잠잠해지리라 예상하며 한 차례 연기한 겨울 예식이었지만, 수백 명씩 확진자가 늘며 결국 실내 인원 제한으로 ‘평범한’ 결혼식은 치르지 못하게 된 지 오래였다.


하객도 원하는 만큼 모시지 못했다며 양가 어른들께 볼멘소리를 듣는 것도 모자라, 업체의 위약금 언급에 원래도 신경 쓸 게 많았던 예식은 더욱 암울하게 느껴졌을 것이 뻔했다. 그런데 본인의 드레스가 아닌 것 같다니. 설마 최종 선택했던 드레스가 아니라는 소리인 걸까? 이미 서러움과 답답함으로 얼룩진 신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한 가지였다.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충분히 예쁘니 일단 결혼식을 잘 끝내자'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A도 필자 말에 동의한 눈치인지 스냅 작가님 오시기 전 화장을 고쳐야겠다며 이모님께 수정을 요청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선택한 본식 드레스가 아닌 다른 드레스를 입은 게 맞는지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드레스 샵에서 A가 선택한 드레스가 아닌 비슷한 드레스로 착각해 다른 드레스를 보냈다는 해명이 돌아왔다. 결국, 며칠 뒤 친구는 업체로부터 보상을 받기로 했다. 그나마 보상을 해주어 다행이지만, 어떻게 드레스가 바뀔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 같은 드레스가 아니야!
신부만 알 수 있는 감정

출처: KBS <흑기사> 영상 캡처

드레스가 뒤바뀐다는 게 무슨 그리 큰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겐 꽤 큰 일이다. 신랑, 신부는 그 날 하루를 위해 수백 만원을 지불한다. 가장 예쁘고 멋진 외모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특히, 드레스는 개인의 취향보단 체형과 이미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드레스가 주인을 선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비용 면에서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드레스는 소재와 디테일, 그 해 제작된 첫 드레스일 때 입는다는 ’퍼스트 웨어’ 옵션 등이 추가된다면 금액이 높아진다. 만약, 업그레이드된 드레스를 선택했는데 결혼식날 전혀 다른 일반 라인의 드레스가 왔다면 이것 또한 큰일 아닌가.


또한, 드레스 샵에서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기에 다른 이들의 눈과 내가 만족할만한 드레스를 기억 혹은 드레스 스케치에 의존해 찾아야 한다. 그만큼 까다롭고 예민하게 고르지만, 내가 어떤 드레스를 골랐는지 당일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아니면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샵 실장님이 드레스를 꺼내 착용해주실 때까지 눈치챌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입고 나면 그 옷이 그 옷이라지만 당사자는 다 알기 마련이다. 미켈란젤로도 천지창조를 그릴 때 보이지 않는 뒤편까지도 색을 칠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드레스의 넥라인, 소매 디테일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 되는 건 신부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결혼은 도대체 뭘까?

출처: JTBC <사생활> 스틸 컷

예식을 치른 뒤 친구 A는 그날 사진을 받았다. 드레스보다 울상 짓느라 지워진 듯한 메이크업과 걱정,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 더 신경 쓰여 속상했단다. 그날 하객들은 드레스 달라진 걸 모르니 드레스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을 걸 그랬다며 후회된다고 했다.


결혼 준비 중에 꽤 많은 커플이 별별 일을 경험한다. 드레스가 바뀌는 건 흔하진 않지만,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특히, 성수기엔 이 보다도 다양한 최악의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 미처 생각지도 못하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모두가 예민한만큼 한 번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 친구 A처럼 어차피 일은 사후에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니 일단 아무렇지 않게 의연한 척하는 마음 가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결혼식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할까 싶다. 그래도 이렇게 결혼 전에 액땜했으니 앞으로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이 기다려지지 않을까? 이 세상에 결혼 준비하는 모든 예비부부에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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