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4명이 자취방서 시작, 2년만에 200억

조회수 2021. 2. 19. 12: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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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4명이 창업한 인포크

인플루언서 커머스 돕는 플랫폼

인플루언서 회원만 2만5000명 고속성장


“인플루언서 중에 연 50억원 매출을 내는 분도 있습니다.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러도 무방하죠.”


인플루언서가 전자 상거래 주축이 된 시대, 그들의 영향력은 웬만한 브랜드 못지 않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이 쓰는 상거래 인프라는 걸음마 단계다. DM(다이렉트 메시지)과 댓글에 의존한 거래가 많고, 정보 누락이나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상존해 있다. 인플루언서들을 위한 ‘SNS 마켓’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인포크’의 최하림 대표를 만나 사업 이야기를 들었다.


◇인플루언서와 기업 연결

출처: 더비비드
인포크 최하림 대표


2018년 10월 설립된 인포크는 인플루언서의 위탁판매를 돕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판매, 주문관리, 송장, 현금영수증, 고객관리 등 쉬운 쇼핑몰을 표방하는 ‘인포크 스토어’와 여러 브랜드의 위탁 판매 링크를 하나로 모아주는 멀티 링크 서비스 ‘인포크 링크’로 구성돼 있다.


“인플루언서의 커머스는 상품을 사입해서 파는 것과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대신 판매하는 것으로 나뉩니다. 저희는 후자인 위탁 판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업과 인플루언서를 연결하죠. 단순 판매 증진 뿐 아니라 인플루언서의 유명세를 발판으로 광고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 기업과 인플루언서 모두 윈윈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이런 거래가 다 있나’

출처: 인포크
인포크 스토어(왼쪽) 인포크 링크(오른쪽) 서비스 화면


어려서부터 창업을 꿈꿨다. “그냥 막연히 창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를 보며 ‘나도 나중에 이런 걸 만들고 싶다’ 생각하며 자랐죠.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서 국민대 전자공학부에 진학했습니다. 막상 가고 보니 하드웨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더군요. 소프트웨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말이죠.”


소프트웨어 공부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길을 찾았다. “군 전역 후 한 비영리 코딩 교육단체에 들어갔습니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애플리케이션(앱) 같은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죠. 코딩을 배우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배포, 런칭하는 경험까지 쌓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공동창업자인 황완식 CPO(최고제품책임자)도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출처: 인포크
최 대표는 어릴 적부터 창업을 꿈꿔왔다.


인포크 아이디어는 황 CPO가 냈다. “황 CPO가 어느날 한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에서 물건을 사려는데 무척 불편했다고 합니다. 인스타 계정에 공유된 네이버 블로그에 들어가 댓글로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입금 확인 내역을 메신저로 주고받으며 겨우 구입한 거죠. 그러면서 ‘21세기에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 블로그에서 효율적으로 주문을 받는 플랫폼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황 CPO는 곧 실행으로 옮겼다. 다만 본격적인 사업화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황 CPO에게 ‘이거 말 된다. 그러자 사업화 해보자’고 설득했습니다. 고민 끝에 황 CPO가 오케이 하더군요. 황 대표의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동기 2명과 함께 총 4명이서 인포크를 창업했습니다. 아직 학교 졸업도 하기 전이었죠.”


◇인플루언서가 편한 커머스 플랫폼

출처: 인포크
인포크 스토어 관리자 화면


시장조사를 통해 기업 의뢰를 받은 인플루언서들이 활용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엔 인플루언서들이 원하는 기업을 접촉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한 데 모으는 것을 생각했는데요.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인플루언서를 먼저 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인플루언서부터 자발적으로 모이게 하자는 판단이었죠. 그러면 이들과 접촉하기 위해 기업들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인플루언서의 어떤 고충을 해결했나요.

“인스타그램의 경우 프로필에 단 하나의 링크만 걸 수 있습니다. 여러 브랜드 제품을 다루는 인플루언서에게 큰 제약이죠. 어쩔 수 없이 판매 중인 브랜드를 한 데 모아서 안내하는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에는 별도 안내 페이지 링크만 걸고, 안내 페이지로 들어온 사람들이 각 브랜드로 넘어가도록 하는 겁니다.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플루언서 스스로 안내 페이지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가 인플루언서마다 판매 중인 상품을 한 페이지에 모아 보여주거든요. 또 여기서 일반 쇼핑몰처럼 바로 상품을 쉽게 사고 팔고, 고객 관리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성했습니다. 인플루언서 개인을 위한 쇼핑몰을 만들어준 셈입니다.”


◇서버 터져 사업 접을 뻔

출처: 인포크
사업 초창기 시절 모습


사업 초반 우여곡절이 많았다. “개발 상의 실수로 상세 주소 탭을 누락해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고객 상세주소 없이 배송이 나간거죠. 실수를 인지한 후 100여명의 구매자들에게 확인 전화를 돌려서 상세 주소를 확인하고 배송사에 알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이용자가 갑자기 몰리며 ‘멘붕’에 빠진 적도 있다. “서비스 시작 때부터 트래픽이 잘 나왔습니다. 어느 날은 트래픽을 감당할 수가 없어 서버가 터져버렸습니다. 결국 각종 데이터베이스가 모두 날아가버렸습니다. 그때가 시험 기간이었는데 학생이었던 우리들 사이에서 ‘이제 접자. 여기까지가 우리 한계다’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어떻게 극복했나요.

“서버가 터질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는 건 제대로 된 시장을 공략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수요가 폭발적이라면 그걸 감당할 인프라를 갖추면 됩니다. 좌절감과 충격에 빠진 동료들을 달래가며 ‘계속 하자’고 설득해 안정시켰습니다.”

출처: 인포크
구글 캠퍼스(왼쪽)와 스파크랩스 데모데이 당시(오른쪽)의 모습


서버 증설 후 맨투맨으로 뛰어다니며 인플루언서를 모집했다. “몇 천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들에게 일일이 DM을 보내면서 저희 서비스를 소개했습니다. 회신률은 5% 정도로 극히 낮았죠. 그래도 관심 가져주는 소수가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 분들이 동료 인플루언서에게 소개하면서 입소문이 본격적으로 났습니다. 인플루언서가 고객인데 그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서비스가 알려진 거죠.”


◇거래액 200억 돌파,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배민’ 목표


인플루언서들에게 페이지 개설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추후 상품 판매에 대해 수수료를 예정하고 있다. 보다 강력한 기능을 원하는 인플루언서를 위해 유료 플랜의 인포크링크 서비스를 최근 출시했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빈틈을 공략한 덕에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인포크링크를 이용하는 인플루언서가 2만5000명이 넘고요. 인포크 스토어까지 이용하는 인플루언서는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물건 구매를 위해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은 9만명을 돌파했죠. 플랫폼을 통한 누적 거래액은 2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월간 활성 접속자 숫자는 구글 애널리틱스 세션 기준으로 350만명에 달합니다.”

출처: 인포크
인포크의 구성원들


혁신 기업으로서 성장가능성도 인정 받았다. 2019년 구글캠퍼스(Google for Startups)와 서울창업허브에서 우수창업 기업으로 선정됐고, 한국 디자인진흥원 스타일테크 1기 기업에도 뽑혔다. 아산나눔재단 ‘마루 180’ 지원 기업에도 선정돼 서울 역삼동 마루 180 업무 공간에 입주했다.


-앞으로 목표는요.

“일단 유저를 더 많이 모아야 합니다. 10만명 회원이 1차 목표입니다. 유저를 확장해서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 ‘위탁판매 상품 제안’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인플루언서마다 아이덴티티에 맞는 브랜드가 따로 있고, 카테고리별 매출 성과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누적된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서 유저가 판매할 만한 제품을 저희가 추천할 계획입니다 서비스를 고도화한 뒤 글로벌 진출도 할 계획입니다. 일본과 동남아를 우선해서 고려하고 있습니다.”

출처: 인포크
최하림 대표


-장기 비전은 뭔가요.

“궁극적으로 인플루언서와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요식업자들이 배달의 민족에 무조건 입점하는 것처럼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고 싶어하는 인플루언서라면 당연히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가 되고 싶습니다. 판매 편의성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를 연결하는 다리 같은 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요.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업이 고역일 수 있습니다. 구상했던 대부분 일이 실패하거나 미뤄지거든요. 투자유치도 쉽지 않죠. 저는 유저가 늘고, 머리로 구상한 것들이 하나씩 실현돼 나가는 과정이 즐거워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일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의 스트레스 보다 원하는 바를 성취했을 때의 기쁨이 더 컸던 거죠. 어떻게든 밥 벌어먹고 살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좋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면 방법은 많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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