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승리호> 김태리, 촬영 거듭될수록 유해진과 조금씩 소홀(?)해진 이유

조회수 2021. 02. 0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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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규한 편집장

왜 김태리가 선장이지? 돈 되는 일이라며 뭐든 하는 뛰어난 조종사 태호(송중기), 전직 갱단 보스였지만 지금은 승리호의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진선규)과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에 비해 한참이나 나약해 보이는 김태리의 장 선장이란 의문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 궁금증은 당신이 <승리호>에 탑승하는 순간 반드시 의미 없어질 거다. 신념을 가슴에 품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장 선장에게 김태리라는 배우가 지닌 자신감과 기품은 완벽하게 부합한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통해 눈부시게 데뷔한 이후 시대의 변화 속에 스스로 성장하는 <1987>의 연희와 소박하면서도 깊은 위안을 전한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까지 작품과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제 존재를 완벽하게 증명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을 통해 대중들에게도 확실하게 자신을 각인시킨 김태리는 이제 한국 최초의 본격 우주 SF 블록버스터에 자신 있게 이름을 올렸고, 기대만큼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냈다. 영화계 관계자들이 앞다투어 다음 세대를 이끌 배우로 언급하는 배우 김태리의 승리호 탑승기를 여기에 전한다.


한국 최초의 본격 우주 SF 블록버스터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감독님이 불러 주셨고. (일동 웃음)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이야기 전개가 군더더기 없이 빠르고 소위 말해 쿨 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감독님을 만나 감독님이 생각하는 장 선장의 전사와 구상하신 이미지들을 들어보니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 보였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게 이 작품을 선택한 제일 큰 이유가 됐다.


조성희 감독은 김태리 배우의 연기의 넓은 스펙트럼과 동물적인 본능을 높이 평가했고, 김태리가 아닌 장 선장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조성희 감독과의 첫 만남은 어땠는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내게서 본 장 선장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여쭤봤다. 내가 시나리오만 읽고 생각하기엔 장 선장은 아주 강한 인물처럼 느껴졌는데, 내가 외형적으로 그렇게 보여지지 않아도 괜찮은지도 궁금했다. 감독님은 오히려 그게 좋았다고 했다. 관객들에게도 이런 모습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보일 것 같고, 또 우리 영화의 이미지에도 맞다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아가씨> <미스터 션샤인> 같은 시대극과 <1987> <리틀 포레스트>라는 현대물을 경험했다.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승리호>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보다 훨씬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장 선장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구축했나.

음… (한참을 고민하다) 어린 시절부터 쭉 정리된 장 선장의 전사나 시나리오 외적으로 구상한 과거의 장면들을 감독님이 A4 몇 장 분량으로 써주신 게 있다. 그걸 많이 참조했다. 장 선장은 술에 찌들고 돈도 못 모으고 선원들과도 우당탕 싸우기나 하며 자신을 다 내려놓고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뭔가 큰 신념을 가슴 속에 품은 인물이다. 그 마음을 생각하다 보니까 좀 더 진중하게 표현하게 되더라. 그러면서도 이게 맞는 것인가 하며 조금 헤매기도 했다. 장르 연기를 하는데 어려웠던 지점이기도 한 것 같다. 다행히 감독님이 내가 표현하는 장 선장의 모습이 맞고, 본인은 매우 흡족하다고 말해주셔서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했다.

출처: <승리호>.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독특한 미장센을 구축하는 데 능한 조성희 감독이다. 승리호의 공간은 어땠나.

처음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그 공간이 잘 그려지지 않았었다. 내 의상을 입어보고 선글라스도 끼어보아도, 또 다른 배우들의 의상을 사진으로 접해보고 상상해도 우리 모습이 어떤 식으로 보여질지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우주선 안에 들어가 보니 조종간도 실제처럼 움직이고 버튼들도 전부 다 누를 수 있고, 내 의자도 움직이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엄청 신경 써서 놀랐다. 세트에 오니 비로소 캐릭터에 좀 더 다가가게 됐다. 세트 자체도 멋있었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세트 장면은 몇 배는 더 멋져 보이더라.


승무원 각자의 공간이 있고, 조종실은 마치 거실 같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그런 모습 아닌가. (웃음)

그래서 우주로 나갔지만 절대 지구에서 멀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적이고 가족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맛이 있는 공간 같다.

출처: <승리호>.

시각특수효과로 구현된 장면이 많다. 블루스크린에서의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하고, 특히 유해진 배우의 경우는 모션 캡처를 부착하고 촬영에 임했다. 유해진 배우와 연기 합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업동이(유해진)는 CG로 구현된 캐릭터지만 유해진 선배가 그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 낸 느낌을 받았다. 업동이와 함께하는 장면은 유해진 선배가 모션 캡처를 입은 상태에서 한번 찍고, 다음엔 유해진 선배 없이 또 한번 찍어야 한다. 실제 오케이 신은 유해진 선배 없이 찍는 신이다. 유해진 선배가 옆에서 함께 연기하면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도 하고 툭툭 치기도 했는데 나중에 업동이 없이 아까랑 똑같이 촬영해야 하니까 촬영 초반에는 엄청 당황했었다. (웃음) 시간이 좀 지나니 다른 배우들도 다 업동이를 잘 안 만지게 되더라. 그러나 보니 처음보다 업동이와 조금 소홀해졌다. (일동 웃음)


우주선 외부에서 활약하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촬영했나.

한쪽 팔을 다친 상태에서 우주선 외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중요한 장치를 가동하는 장면이 있다. 이런 장면들은 촬영 전에 따로 와이어 팀과 여러 번 연습을 하고 촬영에 임한다.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배우의 모습이 어떻게 표현돼야 하는지를 사전에 서로 고민하고, 우주복과 헬멧 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카메라와 어떻게 합을 맞출지도 중요하다. 세트가 거의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어 사실감 있게 접근할 수 있었고 각종 전문 분야의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줘서 무난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출처: <승리호>.

넘겨 빗은 단발머리, 짙은 선글라스. 장 선장의 독특한 이미지에 본인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 있나.

모든 것이 다 감독님 머릿속에 있던 거다. 아주 사소한 부분만 의상팀과 회의하며 조정했다. 장 선장의 단발 스타일만 내가 의견을 냈다. 전에 화보 찍으며 해봤던 스타일이라서. 어떤 머리를 해볼까 이 머리 저 머리 또 묶기도 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다 장 선장은 모든 일에 무심하고 귀찮아하는 성격이고, 잘 씻지도 못하는 우주선 생활에서는 단발머리가 맞는 것 같아 의견을 냈다. 감독님도 좋다고 하셨다.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이 있나.

감독님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보내주셨고, 멜리사 맥카시 출연작도 몇 편 보내주셨다. 분위기 위주로 봤고, 실제 장 선장 캐릭터는 현장에서 부딪치며 만들어진 부분이 큰 것 같다.


좋아하는 대사나 장면이 있다면.

“안 돼, 정의롭지가 못해” 이 대사를 혼자서 너무너무 좋아했다. 대사만 들으면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는 속물처럼 보이는 장면에서 사용되는 대사다. 모호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의미는 그런 게 아니지만 이제 이 인물에 중심은 ‘정의’다 하는 내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있어서다. 또 하나를 꼽자면 꽃님(박예린)이 재채기하려고 할 때 다 같이 놀라 허둥지둥하는 장면이 있는데 재미있으면서 귀여운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장 선장이 신념을 드러내지 않고 자포자기한 모습으로 지낼 때 그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 것 같나.

그가 늘 품고 다니는 중요한 물건이 있다. 그것 자체가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각자 할 일이 있는 거야” 이런 대사도 그렇다. 태호(송중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화하는 인물인 반면 장 선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올곧은 사람이다.


같은 공간에서 오래 연기해야 했던 송중기, 진선규, 유해진 배우와의 팀워크가 중요했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 자주 모여 이야기도 많이 했다. 유해진 선배는 <1987>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어려워하기보다는 친근함이 앞섰다. 장난도 많이 치고. (웃음) (진)선규 선배는 정말 천사다. 사람이 너무 착하다. 배역으로는 내가 선장이지만 (송)중기 선배도 리더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라.

여러 영화 관계자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 배우로 김태리 배우를 지목한다.

조금 부담스럽다. 그냥 운 좋게 내게 주어지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자는 생각뿐이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지금은 가제인데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이란 작품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해주면 좋겠다. 비밀리에 (웃음)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기대하고 기다려주셔도 좋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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