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승리호> 송중기 "할리우드에선 절대 표현하지 못할 정서가 담긴 우주 영화"

조회수 2021. 02. 0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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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넷플릭스

송중기가 돌아왔다.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종영 후 2년 만이다. 오랜만에 관객을 찾는 듯싶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인해 차기작들의 공개가 미뤄졌을 뿐. 그는 부지런히 곳곳의 촬영장을 누비며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해왔고, 곧 우리는 그의 신작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올해 촬영을 이어나갈 영화 <보고타>, 2월 20일 첫 방송을 앞둔 드라마 <빈센조>, 그 앞에 한국 최초의 우주 배경 영화 <승리호>가 서 있다.


우주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한국인들. 그중에서도 송중기가 연기한 태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자본주의형 인간이다. <승리호>의 선원들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는 캐릭터이자,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조종사이기도 하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송중기는 인터뷰 중 유독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작품과 함께한 이들에 대한 애정을 늘어놓았다. <승리호>, 그리고 그에 함께 탑승한 이들에 대한 그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출처: 넷플릭스

<늑대소년> 촬영 당시 조성희 감독으로부터 <승리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프로젝트인 만큼 실제 완성된 시나리오를 받아봤을 때에도 남다른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조성희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며 시나리오를 건네주던가.


통화나 문자로 “중기 씨, 시나리오 보냈어요. 한번 읽어보시고 알려주세요”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이 기억만큼은 정확한데, 시나리오를 보내셨다는 말을 듣고 ‘그냥 이 작품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성희 감독님에 대해 그만큼의 믿음이 있었고, 개성 강한 감독님이 우주 영화를 만들면 분명히 새로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니 역시 안 할 이유가 없더라. 그래서 바로 감독님께 “열심히 할게요”라 말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 영화라 <승리호>에 탑승한 배우들 역시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았을 것 같다. 세트장 역시 화려하고 규모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화려하진 않았다. 흔히 우주 영화라면 거대하고 창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승리호>는 설정 자체가 한국적이고 아기자기한 작품이다. 세트에 처음 갔을 때 ‘우와’ 이런 감탄보단, 귀여운 부분이 먼저 눈에 띄는 신선함이 있었다.


승리호 내부를 보니 잘 꾸며놓은 에어비앤비 숙소 같기도 하더라.


맞다. 빈티지스럽고 한국적인 소품들도 많았다. 미래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들이 있는 것 같은. 귀여운 디테일함을 잘 살렸다고 생각했다.

출처: 넷플릭스

온라인 컨퍼런스 당시 “우주를 유영하는 장면의 촬영이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를 연기하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우주 유영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그래비티>나 <마션> 같은 우주 영화의 메이킹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촬영 전까진 어떻게 찍는지 감이 안 오더라. ‘한국 영화에서 그만큼의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까?’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근데 되더라. 현장에선 무리가 없었다. 제작진이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해주신 덕이다. 큰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촬영했다.


그렇게 세트장에서 상상력에 의존해 촬영했던 <승리호>를 처음 마주한 순간은 어땠나. 완성된 승리호와 우주의 비주얼을 봤을 때 소감은?


압도적이었다. 특히 우주 추격 장면. 다른 장면은 직접 부딪치며 촬영한 신도 있고 해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는데, 우주 추격 장면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만 한 거라 배우들 머릿속엔 정말 ‘0’에 가까운 상태였다. 촬영을 마치고 4, 5개월 후에 후반 녹음을 위해 갔을 때 잠깐의 소스만 봤는데, 어? 조금 많이 압도적이더라. 물론 우리나라 VFX 팀들에 대한 믿음이 컸지만 기대한 거 이상이었다. ‘와, 뒤지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가장 좋았던 건 (<승리호>가) 한국적인 애니메이션 같았단 점이다. 최첨단 우주가 광활하게 펼쳐지는 게 아닌,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 같더라. 이를 구현한 CG의 퀄리티가 너무 반가웠다.


<승리호>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최애신’도 궁금한데.


촬영할 때 재미있었던 장면이기도 한데, 태호가 갑자기 지구로 급강하하는 장면이 있다. 스포일러라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진 못하겠지만, 통쾌하고 짜릿했다. 촬영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고. 실제로 조종을 하는 게 아니라 세트에서 조종을 하는 거니까, 어떻게 표정 연기를 해야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신이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저마다 화룡점정을 찍은 장면이기도 하고.

출처: 넷플릭스

개성 강한 승리호 선원들이 한 데 뭉친 장면은 연극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오늘도 다시 한번 느꼈는데, 굉장히 합이 잘 맞았다. 태리도, 선규 형도 처음 만났고 해진이 형도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는데. ‘배우들끼리 진심이 통하면 다른 거 걱정할 필요가 없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누군가 부족하면 서로 그 자리를 하나씩 메워주는, 서로 말은 안 하지만 그런 배려심이나 진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해진이 형도 인터뷰에서 한번 말씀해 주셨는데, 네 배우 모두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 촬영 당시에도 그런 것들이 배어 나왔던 것 같다. 가장 기분 좋은 이야기는 ‘서로 참 친한 게 보인다’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최고로 밸런스가 좋았던 작품이 아닐까. 또 만나고 싶다, 이 배우들과. 진짜로.


(앞서 진행한) 영상 인터뷰를 통해서도 ‘찐친 바이브’를 느낄 수 있었다. 후속편이 나오면 배우들과 또 만날 수 있지 않나.


맞다. (웃음) 정말로 이 배우들과 또 한 번 만나고 싶어서라도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출처: 넷플릭스

<승리호>의 인물들은 모두 전사를 지니고 있는데, 그중 태호의 전사는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할 만큼 주요한 위치에 서 있다. 인생 곡선이 남다른 캐릭터이니만큼 과거와 현재 사이 캐릭터의 온도차가 큰 편인데. 그 사이 균형감을 어떻게 잡아갔나.


한 가지만 되새기며 촬영했다. ‘태호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 않나. 태호도 굉장히 따뜻하고 인간적인 친구인데, 너무 큰 상처를 받아 잠깐 마음의 문이 닫힌 거라 생각했다. 보다 현실적으론, ‘태호의 전사가 이랬는데, 현실은 이렇게 달라졌다’ 이 과정을 표현하는 데 시간의 제약이 있었다. 짧은 몽타주 신 안에 담아내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를 해야 효율적으로 컷을 나누고, 관객에게 빠르게 캐릭터의 전사를 설명할 수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한국 최초 우주 영화 <승리호>는 할리우드의 다양한 우주 영화들과 나란히 설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녔다. 다른 우주 영화엔 없는, <승리호>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음… 이게 궁금하다. 한국 배우들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국어 대사를 하고 있으니, 못 보던 광경이라 어색하실 것 같기도 한데.


첫 장면이 약간 생경하긴 했다.(웃음)


우주 SF 영화는 그간 할리우드의 전유물이었으니까. 그런데 작년 중국 영화 <유랑지구>를 보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유랑지구>엔 한국 VFX 스태프들도 많이 참여를 했는데, CG도 너무 퀄리티가 좋고, 내용도 좋더라. ‘아시아에서 우주 영화가 나와도 이질적이지 않겠구나’, ‘우리도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을 그때 처음 했던 것 같다. 제겐 <승리호>도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뭘까.


한국적인 장치가 많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조성희 감독님의 스크립트는 보편적이면서도 한국적이다. 토속적이랄까. <늑대소년>에서 순이의 엄마가 “얘들아 밥 먹어~”를 외치는 장면도 그렇지 않나. 배경이 우주일 뿐이지, <승리호>엔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깔려있다. 할리우드에선 절대 표현하지 못할 정서가 가득 담겨 있어 독특하고 유니크한 우주 영화가 될 것 같다. 혹시 <승리호>를 어떤 화면으로 봤나.


TV로 봤다. 예비 관객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관람 팁이 있다면?


감독님께서 사운드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 스마트폰으로 보든, 노트북으로 보든, TV로 보든 사운드를 빵빵하게 해두고 보시면 더 짜릿하게 느끼실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제가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에게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관람법이다. <승리호>가 설레는 마음으로 모험을 떠나는 듯한 감상을 전하는, 그런 가족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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