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억' 막국수집, 손님 찾아오게 만드는 비결은?

조회수 2021. 02. 10.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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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100그릇, 하루 매출은 평균 1000만원, 지난해 1년 매출은 30억원 이상이다. 한해 누적 손님도 30만명이 넘는다. 모두 한 그릇에 8000원짜리 막국수를 팔아 만들어낸 기록이다. 용인시 고기동에 위치한 고기리막국수는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 좋은 위치도 아니고 메뉴도 막국수뿐이다. 그런데도 인기는 매년 치솟는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막국수를 찾는 손님은 여전히 많다.

유수창·김윤정 부부가 운영하는 고기리 막국수는 이전부터 예비 창업자들과 자영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19년에는 인제대학교, 폴인, 인사이트플랫폼에서 '코로나19에도 줄 서는 국수집의 비결'이라는 강연을 진행했고, 올해는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아카데미'에서 자영업자 대상 강연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 가게는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다 사업에 실패하고 고기동으로 향한 이들은, 처음에는 막국수 한 그릇도 팔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속상한 날의 연속이었다.

고기리막국수는 어떻게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지금의 성공적인 가게로 거듭났을까? 지난달 27일 전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윤정 대표는 지금의 고기리막국수를 만든 비결을 "손님 한 분 한 분께 진심을 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장사를 하다 보면 매출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사하는 보람은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고 말씀하실 때 나오거든요. 저와 남편이 좋아하는 막국수를 다른 분들께 알리고, 그 분들도 막국수를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손님들과 저희가 좋아하는 막국수를 먹고 싶어요."

출처: 고기리막국수 제공

Q.

처음에는 이자카야를 운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막국수로 업종을 변경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외식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압구정에 이자카야를 열었어요. 어떤 음식을 시켜도 다 맛있고 완성도도 높은 그런 요리를 선보이자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메뉴가 80개가 됐죠. 음식은 맛있었는데 여러 문제가 있었어요. 먼저 원가 부담이 높았고, 주방에서 재고를 처리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또 "거기 뭐가 맛있어?"라고 물었을 때 마땅히 딱 떠오르는 메뉴가 없었어요. 다 맛은 있는데 특별히 인상적인 메뉴는 없는 집이 되어버린 거예요.




저희와 비슷한 집이 옆에 생기고, 또 생기며 차별성이 없어지니까 경쟁력에서 밀렸어요. 그나마 압구정 상권이 좋았을 때에는 그래도 손님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상권이 저희 가게 근처에서 가로수길로 옮겨 가더라고요. 상권이 무너지며 저희도 같이 무너졌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땐 음식만 맛있으면 되고 매출만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때도 손님이 중요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거든요. 이자카야를 7년 운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손님 얼굴이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저희가 손님 얼굴을 기억 못 하는데 손님이 저희를 기억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죠.




이자카야를 운영할 땐 새벽 4시까지 장사를 했는데, 밤낮이 바뀌다 보니 몸에 무리도 많이 갔어요. 남편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고 아이들 얼굴을 못 보고 지내는 생활도 오래됐어요. 이자카야 문을 닫으며 평생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막국수를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원도 홍천에 있는 막국수집에서 기술 전수를 받고 2012년 고기리막국수를 열었습니다.


Q.

막국수집을 차리고 후회는 없으셨나요?

A.

사실 후회 엄청 많이 했어요.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때 여긴 정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다 망하면 빚이 많잖아요. 저희는 돈도 없고 상권을 따질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한 번은 아버지가 가게에 오셨어요. 너무 놀라시더라고요. 여기 개미 한 마리도 없는데 누가 막국수를 먹으러 오겠냐고, 정말 많이 속상해하시더라고요.




또 막국수가 보통 여름에 많이 먹는 음식이잖아요. 그래서 겨울에는 장사가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남편에게 겨울엔 추우니까 다른 것도 좀 팔아보자고 했어요. 도토리묵도 만들고 떡국도 해보고 문어도 삶아보고 그랬는데, 결국 안 한 이유가 막국수를 추운 겨울에 막국수를 먹으러 오신 손님이 계시더라고요. 그 손님분께 떡국이나 다른 걸 권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 '아, 우리는 막국수집이니까 떡국을 권할 수가 없겠구나' 깨닫고 정말 흔들리지 않고 막국수만 만들었어요.




막국수만 만들다 보니 맛에 더 집중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러니 그 맛에 호응하는 분들이 한 분 두 분 오셨어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어떻게 하루에 1000명이 오냐고 물어보시지만, 처음은 한 분 두 분이었습니다. 한 분이 가족을 데려오고, 그 가족이 연인을 데려오고, 그 연인이 친구를 데려오는 식으로 조금씩 늘었어요. 손님이 이렇게 늘기까지 한 3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Q.

고객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객을 잘 관리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요?

A.

지난 9년간 아침저녁으로 후기를 봤어요. 손님들이 저희 가게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점에 불편을 느끼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특히 가게의 장점을 강화해 그걸로 고객분들께 어필하는 게 훨씬 더 빠르게 인정받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답이 고객의 소리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후기를 보면 별로라고 하는 것도 많아요. 그런 것은 방향성은 가져가되 손님들 후기를 모아 수정하는 게 필요해요. 저희는 후기 중에 주차장이 좁다는 후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주차장을 임대해 4주차장까지 늘렸고요, 한옥집 마당에서 기다리기 너무 춥다는 의견이 있어서 올해는 바람막이를 쳤습니다.




이자카야를 할 때에는 자주 오는 손님의 중요성을 몰랐어요. 한 번 오면 많은 매출을 올려주는 손님이 더 좋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하루에 1000분 넘게 오시지만 처음에는 막국수를 딱 한 그릇 팔고 집에 가던 때도 있었거든요. 그때는 그 손님이 너무 귀한 거에요. 그래서 손님이 오실 때 집중하는 걸 습관처럼 하다 보니 이제는 많이 오셔도 손님 한 분 한 분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희는 기준을 안에 있는 손님으로 잡아서 밖에 아무리 많은 손님이 계셔도 안에 계신 분들께만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손님에게 집중하기로 기준을 세워서 천천히 했더니 많은 분들이 오셔도 다 서비스를 할 수가 있더라고요.

Q.

자영업이 항상 쉬운 건 아닌 것 같아요. 나쁜 후기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안 좋기도 하고, 꼭 좋은 손님들만 오는 것도 아닐 것 같아요. 일이 항상 마음대로 풀리는 것도 아니고요.

A.

장사를 오래 하려면 모든 사람이 우리 가게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꼭 가져야 한다고 봐요. 또 좋은 감정은 극대화하고 나쁜 감정은 빨리 털어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남편이랑 싸웠다든지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났어요. 씩씩거리며 매장에 왔는데 손님은 제 사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인 거잖아요. 만약 어떤 손님 때문에 화가 났어도 그 뒤에 들어오는 손님은 그걸 모르기 때문에 그 감정을 빨리 털어내야 해요.




감정을 너무 많이 쏟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초보 사장님들이 자주 실수하시는 부분 중 하나가 손님이 왕이라 생각하니 너무 감정을 쏟으시는 거에요. 그러다 보면 나가떨어져요. 사람에게는 감정 총량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진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못쓴다고 생각해요. 감정 정리를 잘 하고, 전환도 빨리해야 합니다.

Q.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요식업계가 모두 힘든 상황입니다. 고기리막국수도 영향을 받았나요?

A.

심리적으로 상당히 힘들었어요. 코로나19를 겪으며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는 가게가 되어야 소비자가 선택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택트 시대라고는 하지만 사실 대면의 경험은 분명히 존재를 하잖아요. 그 대면의 경험은 결국 친밀한 사이 혹은 안전한 사이라고 인식이 됐을 때 발생하는 거죠. 식당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고 친밀한 느낌, 친근한 느낌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코로나19가 이슈가 됐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게 고객분들께 공감의 말을 던지는 거였어요. 손님들과 자영업자 분들께 괜찮으시냐고 물었어요.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집, 고민이 생겨도 같이 고민해 줄 수 있는 집, 친밀감이 많고 안심을 줄 수 있는 집이 되기를 바랐거든요. 물론 행주와 젓가락도 일회용으로 바꾸고 자동 체온 측정계도 설치하는 등 방역도 철저하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더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손님들과 막국수를 먹고 싶어요. 장사를 하다 보면 오늘 1000만원 팔아서 기분이 좋고 어제는 800만원 팔아서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니거든요. 매출은 정말 숫자에 불과해요. 장사하는 보람은 손님들이 기분 좋게 막국수를 드시고 "여기 왜 이렇게 깨끗해요, 친절해요, 너무 맛있어요"와 같은 칭찬을 해주시는 거에요. 그런 말이 동력이 많이 됐어요. 저와 남편이 좋아하는 막국수를 많은 분들께 알리고 그 분들도 막국수를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정윤 기자
seo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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