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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시터로 변신한 국민 아역배우의 도전, 어땠나?

조회수 2021. 2. 18.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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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아이> (I,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아이> ⓒ 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이>는 3살 때 광고모델로 연예계에 첫발을 디딘 후, 현재까지 다수의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린 '국민 아역배우' 김향기의 첫 번째 '성인 캐릭터' 도전이었다. 기존 필모그래피에서 김향기는 누군가의 딸을 연기했었고, 일본군 '위안부' 소녀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어린 시절에 죽고 난 이후 저승삼차사의 일원이 되기까지 했다.

김향기는 최근 작품인 <증인>(2019년)을 통해 자폐증을 지닌 소녀 '지우'를 인상적으로 연기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김향기의 연기력은 지속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이는 앞으로의 연기 인생을 기대케 하는 것이었다.

최근 김향기의 출연작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성장 과정을 다룬 영화에서, 과거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품으며, 새로운 날들을 보내야 했다는 것이다. <눈길>(2017년)의 경우에 '종분'(김향기)은 생사를 건 탈출을 진행한 후, 함께 탈출한 '영애'(김새론)의 몫까지 살아야 했다.

<영주>(2018년)에서도 자신의 가정사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린 '영주'(김향기)가 극단적인 시도를 하려 했으나, 눈물을 흘리면서 그 시도를 거둔다. 하다못해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덕춘'(김향기)은 과거 '해원맥'(주지훈)이 자신에게 저지른 일을 알게 됐으나, 결국엔 이를 품고 넘어가기까지 한다.
이런 연장 선상에서, <아이>는 자신과 같은 또래인 '대학생'을 연기하면서도, 기존의 틀을 잘 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아영'(김향기)은 보육원 출신으로, 자립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선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으나, 서류 한 장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현실의 벽은 높아 보인다. 일정 금액을 벌기 때문에 '보호 청년'의 대상에선 벗어났고, '보호 청년' 대상이 된다고 쳐도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에는 턱없이 부족한 비용만 지급되는 것. 결국, '아영'은 보육원 출신 친구들과 함께 지원을 받은 집에 살고 있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다 보니, 대학교에서 '아영'은 좀처럼 웃는 일도 없고, 친구를 사귈 일도 없다. 그러던 중 '아영'은 아동학과 졸업반을 앞두고,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아 '영채'(류현경)의 집으로 향한다. '영채'는 다른 사람처럼 학교에 가서 공부도 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면서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6개월 된 아들을 혼자서 키워야 했고, 할 수 있는 일은 술집에서 늦은 밤까지 접대 일을 하는 것뿐. 심지어 "나이가 많다"라는 이유로 '초이스'를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 절망적인 순간, '아영'은 '영채'의 '귀인'으로 만났으나, 갈등의 씨앗도 그때부터 커지고 만다.
<아이>는 배우의 영화이기도 하면서, 감독의 영화이기도 했다. 단순히 배우의 힘으로 인해 감독이 힘주는 메시지가 묻히지도 않았고, 서로의 연기 합에서 그야말로 '스파크'가 튀는 것을 목격할 수도 있었다.

<아이>는 제35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한국경쟁)을 받은 <동구 밖>(2017년)의 김현탁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동구 밖>은 재개발 동네에서 갈 곳을 잃은 19세 가출 청소년 '동구'의 삶을 섬세한 시선으로 조명받아 주목받았다. <아이>는 홀로 버티던 세상에서 서로를 만난 '어른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잠시 영화의 주요 소재를 살펴보자. <아이>는 흔히 핵가족 형태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이들에게서 태어난 자녀로 구성된, '(사회가 이상적으로 본)정상가족'과 거리가 먼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금이야 '1인가구'의 증가를 비롯해, '동거'와 같은 새로운 가족 양식이 나타났고, '비혼'을 결정한 이들도 등장했으나, 여전히 이들의 이야기는 주류의 서사에서 멀어졌다. <아이>에선 '아영'과 '영채'의 시선으로, 사회나 법체계가 어떻게 이들을 고립시키는지 보여준다. '보호종료 아동'이 사망하면, 무연고자 신분이기 때문에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아영'의 친구들은 분노한다.
사회에서 생활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영채' 역시 홀로 아이를 키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러므로 '영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결정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하지만 '아영'은 '영채'의 결정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보육원 생활을 겪었기 때문에, 어머니 없이 자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 때문.

이런 분위기를 계속해서 서술하다 보니, <아이>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아이>가 그저 밑도 끝도 없이 불행하고, 어두우며, 동시에 '억지 신파'를 유발하는 것처럼 보이겠으나, 김현탁 감독은 그런 선택지를 뽑아 들지 않았다.

김현탁 감독은 기획 의도에 대해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인물들과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가족의 형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라면서, "'쓸 고'로 대변되는 상처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홀로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공감하고 연대해야 조금이나마 살아갈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영채'를 잡아주는 캐릭터는 놀랍게도, 술집 사장인 '미자'(염혜란)이었다. 험한 인상과 거친 말투는 '미자'의 살아온 인생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의외로 '미자'의 속은 따뜻하고 여렸다. 영화에서 '영채'의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았으나, '미자'의 모습은 '영채'의 어머니 그 자체였다.
자연스럽게 배우의 연기로 넘어가도 될 것 같다. 전작 <영주>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김향기의 연기는 '롱테이크' 장면에서 빛났다. 영화의 첫 부분은 온통 '아영'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롱테이크로 구성됐다. '아영'의 뒷모습일 수도 있고, 앞모습일 수도 있는데, 그 장면에서 김향기는 '아영'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외면과 내면의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했다.

(샛길로 빠져, <아이>에서 김보라 촬영감독은 뛰어난 촬영을 보여줬는데, 관객에게 불쾌한 장면으로 나올 수 있는 지점을 최대한 피해 가면서, 동시에 작품의 의도를 살리는 샷을 적절히 섞어내 안정감 있는 연출을 보여줬다)

특히 김향기는 류현경, 염혜란과의 '대사 시퀀스'에서 더욱 빛나는 연기를 소화했다. 상대 배우의 액션을 받아서 나오는 리액션은 더욱더 자연스러웠고, 이는 메소드 연기와는 다른 '서사적 연기'에 가까웠다. 극 중 배역의 인물로 철저하게 살아가는 등 엄청난 힘을 주면서 연기를 하지 않고, 작품의 정서를 따라가는 서사적 연기는 말은 쉬워 보여도 난도 높은 연기 방법이다.

김향기는 지금까지 '고등학생' 캐릭터로 연기했던 '서사적 연기' 틀을 잡아내면서도, 이번에도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확고히 보여줬다. 이러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2020/02/03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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