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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톱티어' 포스코보다 영업이익률 높은 이유

조회수 2021. 2. 17.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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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자료=동국제강
왼쪽부터 동국제강 창업주 장경호 회장, 장경태 회장, 장세주 회장, 장세욱 부회장.

지난해 국내 철강업계는 코로나19로 침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자동차와 조선, 건설업은 철강 제품의 수요가 가장 많은 산업입니다. 이들 전방산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조업에 차질이 발생하자 철강사의 실적은 덩달아 악화됐죠.


그럼에도 철강업 불경기 때 나홀로 잘 나간 철강사가 있습니다. 바로 동국제강입니다. 동국제강은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인 만큼 일반인들에게 익히 알려진 회사는 아닙니다. 철강 제품을 원부자재로 활용하는 수요 업체에는 익히 알려져 있죠. 동국제강은 국내에서 철강업 업력이 가장 긴 회사입니다.

출처: 자료=각사
국내 철강사 영업이익률.

동국제강은 올해 창립 67주년을 맞았습니다. 동국제강은 해방 후 쇠못을 가공하면서 사업을 꾸려나갔습니다. 창업주인 고 장경호 명예회장은 재일동포에게 기계를 받아 못과 철사를 만들었고, 한푼 두푼 모아 동국제강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60년 동안 사업 규모를 키워 건설용 봉형강과 가전용 컬러강판, 조선용 후판 등을 만드는 대형 철강사로 거듭났죠.


조강 생산량 기준 글로벌 5위인 포스코와 15위인 현대제철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지만, 국내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지 않습니다.

출처: 자료=금융감독원
동국제강 영업이익률 추이.

지난해 동국제강은 고로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을 제치고 국내 5대 철강사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5.7%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4.3%, 현대제철은 0.4%를 기록했죠. KG그룹에 편입된 동부제철은 5.0%를 기록했고, 세아제강은 4.6%였습니다.


동국제강은 5대 철강사 중 수익성 부문에서 ‘톱’이었죠. 2008년 15.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냈습니다. 2008년은 베이징 올림픽이 있었던 해로 전 세계의 모든 자원이 중국을 향하던 시기였죠. 제조업체가 가장 호황이었던 시기였습니다.

출처: 자료=금융감독원
동국제강 실적 추이.

동국제강은 코로나19로 모든 제조업체가 ‘고난의 행군’을 하던 시기 나홀로 높은 수익을 냈습니다. 철강업 불황기 이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낸 배경은 무엇일까요. 업력 때문일까요. 아니면 운이 좋았던 것일까요. 동국제강이 호실적을 낸 건 ‘포트폴리오’ 때문이었습니다.


동국제강의 포트폴리오는 단촐합니다. 봉형강(철근 및 형강)과 판재류인 후판이 전부입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기준 봉형강이 49%를 차지했고, 냉연과 후판이 각각 35%, 13%를 차지했습니다. 시장점유율로 살펴보면 고부가가치인 H형강의 비중이 39%로 2015년(28%)과 비교해 11% 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봉강과 후판은 같은 기간 동안 각각 2% 포인트, 8%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H형강은 초고층건물을 짓는데 쓰입니다. H형강은 강도가 뛰어나고 성능이 우수해 구조용 강재로 쓰입니다. 동국제강은 H형강과 가전용 컬러강판의 판매를 늘리면서 수익성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짰습니다.

출처: 자료=동국제강 IR북
동국제강 포트폴리오 변화 추이.

가전제품의 판매가 늘어난 점도 동국제강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외 가전사에 납품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코로나19로 움츠렸던 CE(가전 부문) 매출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CE 부문 매출은 48조원으로 전년(45조원)보다 6%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LG전자의 생활가전(H&A) 부문 매출은 22조원으로 전년(21조원)보다 3.3% 증가했습니다. 3분기와 4분기 이연소비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5%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동국제강이 생산한 컬러강판은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에 사용되는데, 이연소비 효과가 반영되면서 판매량이 늘었죠.

원가를 절감한 점도 동국제강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국제강이 생산을 하는 데 필요한 핵심 원재료는 ‘고철(철스크랩)’입니다. 동국제강은 국내외에서 고철을 대량으로 구입해 전기로에 투입해 녹이는 방식으로 쇳물을 생산합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브라질과 호주 등에서 철광석을 수입해 쇳물을 뽑고,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은 철광석 대신 고철을 쓰죠.


철광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과 비교해 고철은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국내산 철스크랩의 평균 가격은 31만원으로 전년 동기(33만원)와 비교해 2만원 하락했습니다. 일본산 고철은 같은 기간 900엔 하락한 2만5600엔을 기록했습니다.

출처: 자료=동국제강 IR북
동국제강 제품가 및 고철가 추이.

지난해 3분기 기준 동국제강의 원가율은 88.7%로 전년 동기(91.0%)보다 2.3%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동국제강의 생산원가 중 철스크랩은 약 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고철을 구입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은 1조원에 달합니다.


철스크랩 가격은 동국제강의 수익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봉형강과 컬러강판 등은 철스크랩 가격 변동에 따라 제품 가격이 조정됩니다. 반면 포스코 등 고로 철강사는 철광석 가격 변동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2019년부터 철광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지난달 22일 기준 국제 철광석 가격은 톤당 171달러로 2019년 1월(72달러)과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철광석은 고로 철강사의 원재료 중 40% 안팎을 차지합니다. 지난해 고로 철강사는 철광석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죠.

출처: 자료=광물자원정보서비스
국제 철광석 가격 추이.

이렇듯 지난해 동국제강은 ‘호재’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과거 동국제강의 실적에 발목을 잡던 브라질 CSP제철소(포스코와 발레 등과 합작한 회사)의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안정됐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동국제강은 CSP제철소의 적자로 1277억원의 지분법 손익을 반영했습니다. 이는 당기순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됐고 2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죠.


동국제강은 지난해 6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CSP제철소의 실적이 개선된 영향 때문으로 보입니다.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 가격은 6월까지 저점이었는데, 이후 공급 부족으로 판매가격이 오르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입니다.


동국제강이 국내 유수의 철강사를 제치고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던 이유는 업력이 아닌 경영 전략 때문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지금과 같은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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