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6000만원, 산소 마셔가며 일하는 그의 직업은?

조회수 2021. 02. 21.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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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의 안전을 책임져, 미국 덴버부터 에콰도르 키토까지

고산지대서 차를 몰다가 산조 부족 때문에 기절하기도 한다. 차 안팎 기온차가 70도가 넘어 몸이 제대로 움직이는 않는 경험도 했다. 자동차 회사 일부 연구원들은 이런 경험을 한다. 극한 상황을 겪어 본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하이브리드성능시험팀 권기영 책임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tvN '비밀의 숲2' 캡처
배우 조승우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N '비밀의 숲2' 한장면. 좌측에 하이브리드 그랜져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소속 하이브리드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입니다. 기존 차량들보다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은 여러 하이브리드 차량의 성능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04년 클릭 하이브리드부터 2020년 소나타 하이브리드까지 15차종 이상의 현대·기아 자동차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안전하고 완벽한 차량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지 적합성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영하 30도부터 영상 50도까지의 극한에서 차량이 견딜 수 있는지 직접 운전하면서 시험하는 일입니다."


-어떻게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인하대 기계과 출신입니다. 기계과 출신 대부분은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어해요. 졸업하면서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차량시험 쪽에 지원했습니다. 2004년에 입사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할 때였죠. 그 때 하이브리드 성능 개발쪽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출처: 현대자동차 제공
주행테스트를 하고 있는 차량

-테스트하다가 힘들거나 위험한 적은 없었는지


"주로 험한 곳을 다녀 늘 조심해야 하지만 대표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낀 곳은 미국 덴버의 파이스픽크라는 산입니다. 한라산이 해발 1200m정도인데 파이스픽크는 4100m입니다. 높은 곳 일수록 공기 중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엔진 출력도 떨어집니다. 해발 1000m씩 올라갈 때마다 엔진출력은 10%씩 떨어지는데, 해발 4100m면 엔진출력의 40%가 줄어드는겁니다.


이렇게 엔진출력이 떨어지는 고지에서도 차량 주행에 문제가 없는지 산소탱크와 호흡기를 가지고 가서 시험을 합니다. 산소탱크를 들고가는 만큼 공기가 희박한 곳인데 길을 따라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공기 밀도가 급격히 변하면서 쓰러지거나 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찔합니다. 그래서 고지지역에 시험을 하러 갈 때는 경험 많은 사람들이 운전합니다.


출처: 권기영 연구원 제공
2015년 2월 극저온 성능 평가를 위해 간 북미 알래스카. 최저온도 영하 30~35도에서 극저온 시동성·운전성 개발을 위해 출장갔을 때 찍은 사진

가장 힘든 곳은 알레스카입니다. 영하 30도에서 35도정도 추위에서 개발 중인 차량은 갑자기 시동이 안걸리거나 서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영하 30도의 차 안에서 한시간씩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는 너무 추워서 힘들다고 느끼죠.


또 알레스카로 시험 가기 전에 국내 연구소에서 먼저 테스트를 합니다. 연구소 내에 차량이 들어가는 냉장고 같은 기온이 영하 35도인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 차를 집어넣고 충분히 차가운 상태로 만듭니다. 여름에 영상 35도에 있다가 영하 35도로 들어가면 순간적인 기온차이가 70도가 나는데 그 때 체력적으로 좀 힘들다고 느끼죠. 그래도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차 테스트 지역은


"에콰도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014년에 K5 하이브리드를 개발했습니다. 이 차를 에콰도르 수도인 키토에서 테스트한 적이 있었습니다. 키토가 해발 2800m 고지지역이고 산을 올라가야하는 등판 도로가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오르막을 올라가다가 차량 배터리가 방전되고 주행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품질문제가 여러대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이브리드를 전세계에 판매하는 초기 단계에서 지역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키토 수도 위치가 해발 2800m고, 그 곳에서 2km를 등판으로 올라가야하는 도심 경사도로가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거죠.

그 당시 팀장님이 2주 출장 안에 해결 못하면 해결할 때까지 키토에 있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로 인해 3000m의 고지에서도 차가 충분히 올라갈 수 있도록 모터의 출력제어와 변속기 최적화 등 하이브리드시스템 특성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결국 품질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했죠. 그 때 시험한 K5 차량도 자동차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출처: 현대자동차 제공
영하 40도 스웨덴 아르예플로그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


"2002년에 캐나다 어학연수를 갔을 때 만난 멕시코 현지인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멕시코에서 하이브리드 차를 보고 이 차도 네가 만든거냐고 연락이 올 때 뿌듯합니다. 또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 못 다니지만 가족들이랑 해외여행 다닐 때 제가 개발한 차를 보면 보람을 느껴요."


-테스트 한 차들 중 어떤 차가 제일 좋았는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같은 작은차부터 산타페같은 큰차까지 개발을 했었는데 큰차가 작은차보다 확실히 좋습니다. 시험을 할 때 장거리를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큰 차로 시험할 때가 훨씬 편합니다. SUV하이브리드가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신차 테스트하면서 많은 차들을 접해봤을텐데 좋은 차에 정의를 내린다면


"현대자동차는 대중적인 차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집 근방에서만 차를 타시는 분들은 연비가 좋고 작지만 안전한 차를 선호합니다. 반면 스피드를 즐기시는 분들은 고성능 차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어느 것이 좋은 차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좋은 차의 개념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자율주행으로 운전할 수 있는 차들이 나오면서 운전 외에 다른 것들을 차 안에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최근 저도 SUV로 바꾸고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두고 그 안에서 책도 보고, 잠도 자고, 아들이랑 영화도 봅니다. 이동수단보다는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같아요. 이동수단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차가 좋은 차인 것 같습니다."


출처: 현대자동차 제공
미국 데스밸리 시험장

-테스트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동차는 영하 30도부터 영상 50도까지의 온도를 견뎌야합니다. 낮·밤, 비·눈 등 어떤 상황에서도 차 주행이 가능해야합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차가 고장나거나 중간에 서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연구원의 연봉은 어느정도 되는지


"초봉 5000~6000만원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씀이나 목표는


"이제는 자동차가 이동수단이 아닌 모빌리티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정의와 개념이 바뀌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즐거움과 편리함을 주는 새로운 차원의 모빌리티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기능들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에서 나오는 전력을 가지고 집 안에 전력을 공급하고, 싼 전력이 공급되는 밤 늦은 시간에 전기차를 효율적으로 충전하는 기능들이요. 또 내가 원하는 곳까지 차가 자율주행해서 올 수 있는 기능들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설레면서 기대가 되는 향후 5년일 것 같습니다.

저는 현대자동차의 개발자이지만 회사 밖으로 나가면 현대차를 타는 현대차 고객이기도 합니다. 아내와 아들을 태우고 다닙니다. 다른 소비자와 같은 입장이죠. 그래서 소비자로서 개발자로서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글 jobsN 왕해나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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