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움츠러든 당신에게 하고싶은 말

조회수 2021. 02. 24. 19: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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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며 당신만의 나침반을 찾아요

저는 꽤 이른 나이부터 직업과 근로, 경제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삶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부모 혹은 보호자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때는 평생 할 일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최우선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회관계망에서 떨어져 있는 미성년자, 청소년 시기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손을 내밀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


저 또한 많은 좋은 어른의 손을 붙잡고 다시 일어나 독립된 가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손을 내밀어준 어른들은 주로 위기 청소년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은 시민단체에서 만난 청소년과 활동가로 채워졌고, 저는 자연스럽게 시민단체 활동가로 살기로 했습니다. 

넘어졌던 경험 덕분에 한 시민단체에 당사자 활동가로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서는 경험을 되돌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세지는 업무 강도에 버티지 못하는 선배, 동기, 후배들을 떠나보내면서 함께할 동료가 없는 외로움과 업무에 대한 압박감은 점점 커졌습니다. 업무량과 담당해야 할 분야가 늘었으나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기초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실수를 감당하기 버겁고, 잦은 실수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 내 활동가가 되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게 될 때가 생겼습니다. 

n년 차 경력직 신입의 고민

하루에도 우리는 번번이 고민에 빠집니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혹시 샛길로 빠져들어 시간만 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다들 그 길은 아니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 말이 맞는 건 아닌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그 의심스러운 길에서도 경험을 얻었을 겁니다. 이 경험은 또 다른 재밌는 길로 인도하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내게 맞는 일이란 흥미를 잃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든, 여러 가지든 흥미만 있다면 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일만 바라보고 걷다 보니 어느새 n년 차 경력직 신입이 된 사실에 한숨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이력서 위 작은 나침반들로 나를 근성 없고 나약하며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그 나침반들 때문에 다른 시작조차 못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자리보다 더 좋은 곳도 더 나쁜 곳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전 새로운 나침반들을 모아가는 n년 차 경력직 신입이 되기 위해서 저만의 속도로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지금 힘이 없어서 무기력하고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자신이 너무 미워서, 무슨 일이든 실패할 것 같아서 움츠러들어 있나요? 우리에겐 분명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중한 경험을 하며 모아온 나침반이 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내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는지, 내 나침반들이 어떤 나침반인지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나침반이 없어서 두려운 분들은 주변을 둘러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침반을 얻으러 가는 길에 혹여 넘어져 그 아픔에 일어날 수 없을 때 손을 내밀어 일으켜줄 사람이 있는지 말이에요.


글. 곰곰

많이 넘어졌고, 좋은 어른들의 손을 붙잡아 일어난 탈가정 청소년 당사자. 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기를 희망한다. 

전문은 빅이슈 245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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