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의 앨범은 어떻게 걸작이 되었나

조회수 2021. 02. 24.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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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NH엔터테인먼트
청하의 첫 정규 앨범 <Querencia>에 해외 매체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이 앨범이 왜 대단한지 그 이유를 살펴봤다.

영국의 음악 매거진 <NME>가 청하의 첫 정규 앨범 <Querencia>에 만점에 해당하는 별 다섯을 선사했다. 일반적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대표작 정도에나 부여하는 점수다. 심지어 발매 당일 재빠르게 올라온 앨범 리뷰는 후반부에 수록된 다운 템포 곡들에 대한 사소한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온통 호평 일색이었다. <NME>의 리뷰에서 눈에 띈 건, 흔히 우리가 ‘무국적성’이라 이야기하는 케이팝의 특성을 대륙에 비유한 점이었다. 사람들은 <Querencia>를 통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청하를 즐길 수 있으며, 그 여행의 중심에는 곡 ‘Masquerade’의 살사나 곡 ‘Demente’의 레게톤처럼 그간 케이팝 여성 솔로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라틴 리듬이 자리한다는 감상이었다. 하긴, 멀리 찾을 필요도 없이 앨범 제목부터가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Querencia’다.


출처: MNH엔터테인먼트

누가 들어도 높은 완성도가 느껴지는 앨범이자 라틴 팝에 호의적인 해외 미디어의 취향을 고려한다 해도, 별 다섯은 놀랍다. 하지만 그 이유가 <Querencia>에 담긴 청하의 에너지와 카리스마에 매료된 결과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2016년 엠넷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뒤 여러 곡절 끝에 탄생한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은 성별도, 국경도 지운 채 ‘팝’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청하라는 한 인물이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조금도 참지 않고 모조리 해내 버린 앨범이기 때문이다.


앨범 전반에 은은히 드리워진 라틴 팝과 리듬의 향기를 제거하고도 우리는 <Querencia>를 통해 수많은 팝 음악의 레이어를 만날 수 있다. 강렬한 업 다운을 자랑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팝 넘버 ‘Flying on Faith’, 청하 특유의 쫀득한 보컬을 잘 살린 레트로 R&B 팝 ‘짜증 나게 만들어’, 레몬을 닮은 사랑의 빛깔과 향기를 조금의 불순물도 없이 표현한 ‘Lemon’, 한국적인 발라드와 아이돌 팝 특유의 팬 송 정서를 함께 녹여낸 ‘별하랑 (160504 + 170607)’, ‘X (걸어온 길에 꽃밭 따윈 없었죠)’ 같은 트랙들이 한 장의 앨범에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것이다. 덕분에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까지 다양하게 활용된 언어의 장벽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노래가 무려 스물 한 곡이다. 쉽게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사이드 A에서 D까지 나뉘어 ‘NOBLE’, ‘SAVAGE’, ‘UNKNOWN’, ‘PLEASURES’라는 고유의 이름을 부여받았다. 팝의 영토 안에 흩어져 ‘장르’라 불리던 각종 대륙을 청하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4대륙으로 빚어낸 셈이다. 

출처: MNH엔터테인먼트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이러한 지형도 변화의 에너지원은 다름 아닌 청하다. <Querencia>에는 그동안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 빈센조를 필두로 그야말로 다양한 국적의 해외 프로듀서들과 음악가가 참여하고 있다. DJ 소울스케이프, 수민, 백예린과 구름, R3HAB처럼 국내외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의 곡을 모은 건 물론이고, 피쳐링진 역시 R&B 싱어송라이터 콜드, 래퍼 창모, 푸에르토리코 출신 래퍼 구아이나(Guaynaa)까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하다. 각자의 개성과 영향력만으로 이미 숨 막히도록 꽉 찬 라인업 안에서 청하는 무엇이든 해결하는 일급 마법사처럼 능숙한 스텝을 밟는다. 그것이 단지 주어진 미션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흡수해 재탄생 시키는 과정이라는 건, 이번 앨범과 관련해 자주 회자되는 두아 리파나 라나 델 레이 같은 여성 음악가들의 이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직접 곡을 쓰거나 프로듀싱을 하지 않아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재능을 모아 자신의 이름을 단 ‘세상에 없던 대륙’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어쩌면 지금의 케이팝은 물론 팝 시장 전반에서 요구되는 가장 큰 역량일 것이다. 그가 새롭게 쓴 왕관에 다섯 개의 별이 빛난다. 스스로 찾아 넣은 다섯 번째 별은 온전히 청하의 몫이다. 젊고 생동감 넘치는 새로운 여왕의 등장이다.

Writer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22년째 장수하는 펜디 바게트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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