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23살에 조승우가 찍었던 레전드 작품
조회수 2021. 2. 28. 09:00 수정
잊을 수 없는 그 장면
이상하게도 멜로영화하면 여전히 오래 전 작품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촌스럽다고 느껴질 법도 한데 그 시절의 감성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그 중 이 영화도 사람들의 인생 멜로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다. 조승우와 손예진, 조인성이 열연한 '클래식'이다.
2003년 1월 개봉작이니 무려 18년 전 영화인 클래식. 개봉당시 조승우의 나이가 스물네 살이었다. 촬영은 한 해 전에 했으니 영화 속 모습은 스물세 살의 조승우인 셈이다. (조승우의 상대역이었던 손예진은 촬영 당시 스물한 살이었다)
스물세 살의 나이가 무색하게 많은 이들이 '클래식'에서 보여준 조승우의 연기를 여전히 잊지 못한다.
'클래식'에서 조승우는 첫사랑에 빠진 천진난만했던 소년의 모습부터 모두를 위해 사랑을 단념해야했던 한 남자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줬다.
조승우가 연기한 준하는 수원에 사는 소년이다. 1968년 여름 방학, 삼촌이 사는 시골에 놀러왔다가 운명처럼 주희(손예진)를 처음 만난다.
이 시절의 준하를 연기하는 조승우는 까까머리에 까맣게 탄, 그저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소년 그 자체다. '수원 도청소재지야' 하고 볼멘 소리를 하는 말투에서도 어린 느낌이 묻어난다.
그렇게 천방지축이던 준하가 주희 앞에서는 어른스러운 척을 하는 남자가 된다. 친구들과 벌레를 잡을 때와는 표정부터가 다르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또래인걸 알면서도 존댓말이 튀어나온다.
준하는 자신을 강 건너에 있는 귀신의 집에 데려다 달라는 주희의 부탁에 자신도 모르게 그러겠다고 응한다.
주희가 나타나자 벌떡 일어나 어설프게 손을 흔들며 헤벌쭉 웃는 준하. 이 짧은 순간에 준하의 설렘이 화면에 온전히 담긴다.
저어본 적도 없는 노를 열심히 저으면서도 마냥 웃음이 새어나오는 그 시절의 준하를 연기하는 조승우.
여름방학의 준하를 보고 있노라면 그를 따라 절로 입꼬리를 올리게 된다.
수원에서 주희와 재회한 후 준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지만 이내 시련이 찾아온다. 준하의 절친인 태수(이기우)의 약혼자가 바로 주희였기 때문.
준하와 주희는 현실에 좌절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다.
그런 두 사람의 애절한 마음을 볼 수 있는 장면이 바로 이 신이었다. 비가 쏟아지는 날 준하가 주희를 찾아갔던 장면이다.
돌아서 떠나가는 주희를 바라보는 준하의 허탈한 마음과 결국 다시 돌아온 주희의 어쩔 수 없는 마음을 조승우와 손예진이 애절하게 표현했던 '클래식'의 명장면이다.
함께 난관을 헤쳐가보려했던 준하가 주희를 포기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주희와 약혼을 강요하는 부모의 과한 압박에 태수가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 것.
병원에 찾아온 주희는 준하에게 인사를 할 동안 잠시 기다리라 하지만, 환한 웃음을 지으며 주희를 기다리던 준하는 홀연히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주희에게 환하게 웃어보이고, 이내 눈물을 참지 못하는 이 장면 역시 조승우의 감정 연기가 빛났다.
수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클래식'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린 순간은 바로 이 장면이 아니었을까.
군에 입대해 파병을 다녀온 준하가 몇 년 후 주희를 다시 만났던 그 순간이다.
해외 파병 중 눈을 다쳐 시력을 잃은 준하는 주희를 만나기로 한 전날 약속 장소에서 수십 번 예행 연습을 했지만, 결국 주희에게 앞을 보지 못한다는 걸 들켜버린다.
손예진의 애잔한 눈물연기도 압권이었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조승우의 표정도 마음을 아리게 했다.
천진한 소년의 모습부터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성숙한 모습까지,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을 완성한 조승우의 연기가 빛났던 '클래식'.
'비밀의 숲'에 이어 '시지프스: The Myth'에 빠졌다면 그 시절 조승우의 모습을 다시 만나보는 건 어떨까.
순수하고 애절한 로맨스 '클래식',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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