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대생 비전공자가 모바일 캐주얼 게임의 명가를 만들기까지

조회수 2021. 03. 04.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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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테어 장르로 캐주얼 게임의 명가로 거듭난, 스티키핸즈 김민우 대표

1년에 한두 번씩 직원들을 해외여행 혹은 워크숍을 보내는 게임 회사가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한 게임 회사가 구로의 등대라고 불리고, 극한의 연장 근무를 뜻하는 크런치 모드라는 말이 게임 업계에서 나온 것을 고려하면 믿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러나 솔리테어 게임으로 유명한 설립 6년 차의 스티키핸즈는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습니다.


스티키핸즈의 대표 김민우 님은 농대생 출신으로 게임의 'ㄱ'자도 몰랐다가 엔타즈, 넥슨, 그리고 직접 창업하는 과정까지 거치며 상승과 추락, 그리고 부활을 모두 경험했다는데요.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다시 일어선 그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스티키핸즈 김민우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캐주얼 게임의 명가 스티키핸즈의 창업자 김민우입니다. 스티키핸즈는 전 세계 300만 유저들이 사랑하는 솔리테어 게임 시리즈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전문 프로 개발 집단입니다.

스티키핸즈 김민우 대표 인터뷰

Q. 어떻게 게임 업계에 입문하셨나요?


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했는데요. 전공이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졸업반 시즌에 다른 친구들은 증권사나 세무사 쪽으로 공부를 많이 하는데, 저는 숫자랑 별로 안 친해서 그쪽으로 가지 않았어요.


대신 콘텐츠 제작에 많은 재미를 느꼈고, PC를 잘 다뤘어요. 제 잠재력에 어느 정도 자신 있었는데, 학벌에 약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 평범하게 '몇 남 몇 녀의 집안에서 몇 번째로 태어나...' 이런 식으로 쓰면 서류에서부터 탈락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파격적으로 이력서에 '만약 당신이 모범생을 원한다면 이력서를 바로 닫아주세요'라고 썼어요. 어떻게 회사에 뽑혀서 취업이 됐어요. 제가 서류 준비나 면접을 잘했나 봐요. 이제 막 시작한 엔타즈라는 스타트업이었는데, 운 좋게 제가 첫 직원으로 들어갔죠.


전공도 전공이고 하니 게임을 잘 모르잖아요. 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야, 너 게임 기획 한번 해봐라"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날로 도서관에 가서 관련 자료와 논문을 찾아보며 게임 기획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공부했습니다. 근데 또 처음 기획한 게임이 결과물로 나오고 서비스되면서 돈을 버는 겁니다.


그때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굉장한 희열과 짜릿함을 느꼈어요. '게임이 내 천직이구나'라고 생각했고, 게임 업계에 뼈를 묻어야겠다 싶었죠. 이후 이직해서 넥슨모바일에 다녔고요.

스티키핸즈 김민우 대표가 과거 이끌었던 핫독스튜디오

Q.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스타트업에서 치열하게 일하다가 큰 회사에서 일하니까 약간 매너리즘에 빠지더라고요. 그때 마침 한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는데요. 단순히 명령만 받아서 하는 일은 지금 회사에서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저한테 조직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게 핫독스튜디오라는 작은 게임 사업부로 시작한 조직이었습니다.


거기서 카카오에서 1,0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모두의 게임>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는데요. 맨 처음에는 사업부장으로 들어갔고, 이사, 부사장, 법인 대표까지 진급하면서 정말 많이 주목받았어요. 매체 인터뷰도 많이 하고, 여러 업체에서 러브콜이 오기도 했었죠. 


직원들은 굉장히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때 성공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게 문제였어요. 성공을 이어가려면 다음 차기작이 잘 되어서 기반을 받쳐줘야 했는데, 회사가 커지면서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은 후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어려워졌어요. 사람을 많이 뽑아보기도 하고, 내보내기도 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었죠.


2013년에 회사를 정리하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지금 스티키핸즈 사무실보다 몇 배 넓은 사무실에 홀로 남아 제가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하며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그 와중에 마음속에서 나만의 것, 내가 잘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선수 모으듯 예전에 같이 일했던 친구들을 한 명씩 만나서 "나랑 한번 해볼래?"라고 제의를 했어요. 그중 두 명이 멀쩡하게 다니던 좋은 회사를 흔쾌히 때려치우고 와 줬어요. 다들 나이를 먹고 월급을 받으면서도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거든요. 그렇게 2016년 2월에 스티키핸즈를 시작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 놓였던 스티키핸즈 창업 초기의 모습

Q. 사업 초기에는 게임 개발에 어떻게 접근했나요?


초창기에는 '우리 이제 인디 개발사야. 왜냐하면 세 명밖에 안 되니까. 인디 정신이 충만한 게임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니?’ 같은 식으로 생각해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슈팅 게임을 시작으로 제가 만들어보고 싶은 게임을 다 만들었는데,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어요.


마련해 둔 자본금이 점점 줄어드니까 사람이 초조해지더라고요. 같이 하는 친구들에게도 미안했어요. 저희 명함에는 지금도 주소가 없는데요. 그때 사무실 이사를 하도 많이 다니다 못해 아는 교수님이 내주신 빈 강의실에서 게임을 개발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말 작은 공간에서 세네 명이 끼여서 일했었죠.


억척같이 굴었는데도 창업한 지 1년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결국 자본금이 다 떨어졌어요. 나중에는 제 와이프의 카드론까지 다 긁어서 한 몇 개월을 더 버틴 거 같습니다.


그때 막내 개발자 모르게 이사님에게 "우리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못 버티겠다는 얘기까지 했는데요. 그래도 이대로 끝내기에 아쉽다며 본인이 솔리테어 게임을 정말 만들고 싶으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만들어 보자고 하더라고요. 저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미친 듯이 만들어서 한 달 만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Q. 그 마지막 도전이 드디어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진 건가요?


네, 저희가 첫 번째 성과를 낸 것을 이야기하려면 솔리테어 게임의 개념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솔리테어는 혼자서 하는 카드 게임을 뜻합니다. A부터 K까지 카드를 순서대로 놓고 룰에 따라 점수를 얻는 게임이에요.


근데 게임 특성상 맨날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니까 지루하잖아요. 어떻게 해소할지를 고민했어요. 플레이어가 획득한 점수를 단순히 숫자로 보여주는 게 아니고 시각화해서 보여주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일정 점수가 차면 건물이 하나 생기고, 건물이 계속 생기면서 석기시대, 중세시대로 나아가면서 도시가 발전하는 컨셉으로 개발을 진행했죠.

스티키핸즈가 출시한 솔리테어 게임의 실제 플레이 장면

그랬더니 사람들이 되게 신기해했습니다. 그 후에 솔리테어 게임으로 '식당이나 농장도 한번 만들어 볼까?', '반응이 좋은데 하루에 매출 10만 원 못 만들겠어'라고 생각했는데요. 생각보다 10만 원 만들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게임은 분명 잘 만든 것 같은데, 매출이 안 나오니까 너무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153개국에 추천 게임으로 걸리면서 난리가 난 겁니다. 그때부터 저희가 매출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풍족하진 않아도 창업 멤버 세 명이 먹고살고 회사를 운영할 정도는 되더라고요.


이제 좀 괜찮아졌으니 못 했던 거 해보자는 차원에서 디지털 노마드를 시도했어요. 그렇게 직원들을 다 데리고 푸껫에 가서 한 달 동안 다음 게임을 만들었죠.

직원의 작업 현황을 함께 살펴보고 있는 스티키핸즈 김민우 대표

Q. 2019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구글플레이(이하 구글), 창업진흥원이 함께하는 창구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서 또 한 번 도약하실 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에서 창구 프로그램을 안내해 주셨는데요.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제안서를 넣었다가 덜컥 합격해 버린 거예요. 심지어 TOP 100에 들고, 나중에 2등까지 되어서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싶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 구글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에 대한 분석을 심도 있게 해주었는데요. 저는 원래 '우리 게임은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즐길 거야. 젊은 친구들이 즐기기에는 좀 재미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젊은 친구들이 많이 즐기고 있음을 알게 됐어요.


사용자가 게임 후반에 많이 이탈한다는 것도 구글에서 저희에게 보여준 자료로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저희 게임이 어떤 방향으로 업데이트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죠.


사실 창구 프로그램 전까지는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 저희가 하는 일의 모든 것이었는데요. 이제는 어느 시장의 어떤 사용자를 공략할지, 또 어떤 툴을 활용해서 사용자를 모객할지 등 마케팅도 하고 있습니다. 다 개발 환경과 마케팅 비용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구글과 창구 프로그램 덕분이죠.


물론, 다른 무엇보다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게임 자체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스티키핸즈 김민우 대표

Q. 외부적인 서포트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구성원들을 치어업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현재 저희 인력은 창구 프로그램 이후에 총 9명이 되었는데요. 원래 가늘고 길기보다 단단한 개발팀을 만들고 싶어서 인력을 충원하는 걸 보수적으로 생각하다가 욕심이 생겨서 많이 늘어났어요.


저희의 미션은 손맛 좋은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서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로 개발팀이 되는 것인데요. 여기서 프로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서 일일이 기간이나 일정을 챙기는 식으로 마이크로 매니징하면 서로 피곤해진다고 생각해요. 직원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해서 터치를 안 하는 쪽이 좋다고 봐요.


외부에서도 그런 프로들이 모인 회사로 보였으면 좋겠어요. '쟤네 놀기도 잘 놀고 개발도 재미있게 하네. 진짜 탄탄한 프로들이 모인 곳 같다. 근데 들어가는 건 되게 힘드네?' 같은 식으로 인식됐으면 싶습니다. 그 인식이 생겨나게끔 실제로 운영하고 있기도 해요.


최근에 들어온 어떤 직원은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인센티브를 실제로 나눠주는 회사를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저희는 돈이 없을 때부터 직원들에게 계속 인센티브를 나눠주고 있어요. 회사가 잘되면 직원도 잘되어서 같이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프로답게 자기 관리와 개발을 제대로 해내면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줄 뿐이죠.


그리고 스티키핸즈는 2016년에 문을 연 이후로 그 공식을 5년 넘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스티키핸즈 김민우 대표 인터뷰

Q. 마지막으로 많은 실패 끝에 성공의 길을 찾은 게임 개발자이자 게임 회사 대표로서 게임 개발을 하려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게임 개발자들이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게 뭐냐면, 남의 게임에 대해서는 평가를 잘 내리면서 자기 게임에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저희 스티키핸즈도 맨 처음에 여러 가지 게임을 만들었을 때, 게임이 앞으로 잘 될지, 안 될지를 빨리 평가하고 판단했다면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까지 안 가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흔히 말하는 손절매를 빨리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지금은 게임이 재미없지만, 또 다른 어떤 시스템을 갖다 붙이면 재미있어 질 거라는 환상을 대부분 게임 개발자가 갖고 있는데요. 사실 핵심 게임이 재미없으면 뭘 갖다 붙여도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그걸 몰라서 1년 이상 같은 게임을 계속 만지다가 모든 체력이 떨어져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왜 재미가 없는지 찬찬히 들여다봐야 했는데, 이 게임 재미없다고 하면 화부터 나더라고요. 근데 제대로 직언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에게 결과물을 빨리 오픈해서 피드백 받고, 빨리 행동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아웃을 당하더라도 타석에 계속 나가봐야 안타를 치든, 홈런을 치든 할 거 아니에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출시해 봐야 시장 상황을 알게 되고, 조금씩이라도 돈이 들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개발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4월 공개된 <업계 정상에서 실패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솔리테어라는 장르로 캐주얼 게임의 명가가 되어 전 세계 300만 사용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티키핸즈의 대표 김민우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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