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아기만 두고 사라졌어요
조회수 2021. 3. 7. 13:39 수정
심지어 제 아이가 아니래요
[에디터N의 비밀상담소]
군 생활 중 덜컥 아이가 태어난 한 남자가 있다. 전역만 하면 모든 것이 풀릴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결혼을 앞두고 아이 엄마가 사라져버렸다.
사라진 여자친구를 찾아 헤매고 있는 이 남자의 기막힌 사연, 함께 들어보자.
거두절미하고 얘기하겠습니다. 아이만 두고 여자친구가 사라졌습니다.
주위를 싹 다 뒤져봐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요.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상황이 좀 그렇긴 했습니다. 일단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아이가 태어나서 여자친구가 혼자 고생을 많이 했죠.
여자친구는 아이를 함께 봐줄 친정 식구들도 없어서 저희 엄마와 지내고 있었어요. 제가 군대에 있으니 여자친구가 마트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 사정도 그렇게 좋지는 않고, 아이가 태어난 타이밍도 갑작스러웠지만 어쨌든 저희 둘 사이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병장도 달았겠다 이제 전역만 하면 결혼식도 올리고 직장도 잡아서 저희 가족 무난하게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일은 말년휴가를 나왔을 때 터졌습니다. 휴가 나온김에 아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가자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동물을 좋아한다고 동물원에 갔으면 좋겠다기에 같이 동물원에 다녀왔어요. 동물 보고 좋아하는 우리 아들을 보니 저도 기분 좋았고요.
그런데 동물원에 다녀온 후 아이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병원에서는 알러지인 것 같다고 했다더군요.
다음날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야한다길래 제가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어요.
병원에서는 동물 털에 알러지가 있는 것 같다면서 약을 처방해줬어요. 큰일은 아닌가 보다, 안심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우리 아들 기록에 혈액형이 B형으로 적혀있는 겁니다. 제가 알기론 분명 O형이었거든요.
저와 여자친구 사이에서는 B형이 나올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했는데 병원에서 그 혈액형이 맞대요. 두 번이나 확인했는데 결국 같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차마 여자친구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물어보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여자친구가 저에게 묻더라고요. 병원에서 별 말 없었냐고요.
일단은 그냥 모른 척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어요. 만약 내 아이가 아니라면,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죠.
그리고 갑자기 여자친구가 사라졌습니다. 제가 여자친구를 추궁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말도 없었고, 어떤 징조도 없었어요.
정말 갑자기 사라져서는 연락도 되지 않았습니다. 직장에도 찾아가봤는데 출근도 하지 않았고 전혀 연락이 없었대요. 더 이상한 건 말입니다. 같은 마트 직원들이 제 여자친구가 결혼할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더라고요.
정말 연락할 수 있는 곳에는 다 연락을 해보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은 다 찾아가 봤습니다. 주변 지인들 중 누구도 여자친구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어요. 경찰에 실종 신고도 해봤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져 버릴 수가 있는 거죠? 어떻게 아이와 저만 남기고 이럴 수 있냐고요. 심지어 아이는 제 아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니, 제 아이일 수가 없다는 게 맞는 말이겠네요.
전역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왜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가특이나 답이 없는 저란 놈의 인생에 너무 큰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만약 여자친구를 찾지 못하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하죠? 운이 좋아 찾아낸다면, 그땐 또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 그보다 여자친구는 대체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요?
머리가 복잡해서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인생 선배님들, 조언 좀 해주세요.
내 아이가 아닌 아이만 남겨둔 채 사라져버린 그의 여자친구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생에 닥친 이 무거운 숙제를 그는 풀어낼 수 있을까.
이 기가막힌 사연, 영화 '아기와 나'의 이야기다. 이이경과 정연주가 주연을 맡고, 손태겸 감독이 연출했다.
아직 여물기도 전에 어른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 '아기와 나',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