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향 진한 싱글 몰트 위스키 같은 클래식카

조회수 2021. 03. 19. 18: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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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에서 느낀 클래식카와의 공통점

요즘 차들과 비교하면 작은 차체가 대부분이어서 몸을 잔뜩 말아 엉덩이부터 밀어 넣어야 할 수도 있는 클래식카! 간혹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도 않아, 매번 시동을 걸기 전에는 잠깐이나마 긴장을 해야 하는 클래식카!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털털거리기 일쑤여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핀잔을 들을 수도 있는 클래식카!

클래식카는 좁고 불편한 데다 성능도 요즘 자동차들 같지 않고 고장도 많아 가끔은 실망감마저 들게 합니다. 하지만, 이런 클래식카가 단순히 용서를 넘어 즐거움이 되어 버리는 것은 촌스러운 듯 빛바랜 컬러에서 오는 감성, 단순하고 원초적인 조형감각으로 빚어진 디자인, 그리고 자동차 메이커와 모델 하나하나가 가진 역사적 전통과 독특한 개성 때문인 듯합니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클래식카는 이제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가 된 제게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할 동반자와도 같습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얼마 전 새로운 것을 취미로 삼게 되었습니다. 위스키입니다. 보통은 커피나 와인에 취미를 붙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의 경우에는 커피나 와인은 왠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이 듭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수면에 영향이 오는 체질이기도 하고, 직업상 강한 술을 접하는 기회가 많은데 부드럽고 약한 향과 맛의 와인은 도무지 취향에 맞지도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관심을 두게 된 것이 위스키입니다.

그동안 위스키라 하면, 약주를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 가끔 남대문 시장을 들러 사 오시는 저렴한 아메리칸 버번 위스키나 명절에 선물로 받게 되는 대중적인 스카치 위스키를 접하거나, 직업 때문에 거래처와의 술자리에서 마시게 되는 업소용 일반 위스키들을 접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그저 소주보다 쓰고 색이 금색이라 비싸 보이는 '생색내기 좋은 접대용 술'이라는 인식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산 위스키에 관한 책을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다 보니 위스키에 담겨있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들에 깊이 빠져들게 되더군요.

출처: Felix Wolf via Pixabay

위스키의 종류별 구분이나 제조 방법처럼 딱딱한 내용이 들어있기도 하고, 국가별 제조과정이나 주변 환경, 그리고 문화로 인한 차이점이 서술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위스키 메이커별로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적절한 물을 찾아 증류소를 짓게 되는 과정, 맥아를 관리하는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 또 술병에 그려진 그림들이 그저 장식이 아닌 전통과 역사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 등도 알게 되었죠. 

클래식카 이야기에서 뜬금없이 위스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동차와 위스키가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출처: Jean-Pierre Ceppo via freeimages

위스키를 분류하는 방법은 너무도 많습니다만, 원액의 순수성이나 조합 방법에 따라 나누자면 순수한 한 가지의 원액으로 만들어지는 싱글 몰트 위스키와 여러 가지 원액을 조합하여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클래식카, 그리고 블렌디드 위스키는 요즘의 보통 차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싱글 몰트 위스키는 다른 곡물이 아닌 오직 맥아만으로 한 증류소에서 만드는 위스키입니다. 그래서 기후, 물, 토질, 맥아의 종자 같은 자연적 환경과 만드는 사람의 취향, 증류기의 형태 등의 부가적 조건에 따라 증류소마다 확연한 개성과 특징을 띄게 됩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한없이 좋아하게 되고,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 사람은 다시는 마시지 않게 되기도 하죠.

출처: Ford Motor Company

반면, 블렌디드위스키는 여러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몰트위스키, 그레인 위스키들을 섞어 다수가 큰 거부감 없이 만족할 만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배합된 위스키입니다. 우리들이 그동안 친숙하게 접하던 위스키들은 대부분 이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큰 감흥을 주는 클래식카들은 오래전 협소한 자국 시장 상황을 대상으로 주어진 자연과 지리적 환경, 문화, 경제, 사회에 적합한 자신만의 개성과 특징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게 되면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그렇게 만들 필요하고도 충분한 이유가 있던 차들이 대부분이죠. 우리가 그런 차들에 환호하고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담아 자신만의 개성과 특징을 원색적으로 표현하면서 대중성과 타협하지 않는, 그래서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것은 싱글 몰트 위스키와 클래식카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 하겠습니다.

출처: Jaguar Land Rover

반면, 최근의 차들은 한계치까지 높아지는 안전과 환경기준에 맞추어져 규격이 획일화되기도 하고,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소구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다 보니 어느 회사가 만든 자동차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모습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생산 효율과 개발비용 절감을 위해 플랫폼을 공용화하고, 같은 부품을 이 차 저 차 공유하다 보니 자동차 메이커나 모델별 개성과 특성을 찾는 것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누구나 인정하는 럭셔리카 메이커가 일반 대중차를 만들어 라인업을 확장하기도 하고, 대중차를 만들던 회사가 럭셔리 라인업을 만들기도 하니, 이제는 '이 회사의 차는 이렇다'라는 전통적 인식과 개념이 점차 사라지기도 합니다. 생존을 위해 자동차 판매량을 늘려 이윤을 확보하려는 기업활동인 점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기는 합니다만, 아쉬운 점인 것은 분명합니다.

한마디로 최근의 자동차들은 보편성을 우선하여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데요. 이런 점은 다수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재료를 블렌딩한 블렌디드 위스키와 그 추구하는 방향이 유사하다고 하겠습니다. 

출처: Jaguar Land Rover

누군가가 저에게 왜 이렇게 실용적이지도 못하고 불편하기까지 한 클래식카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듯합니다. 

“피트향 진한 싱글 몰트 위스키 같으니까요!”

글 박현규 (라라클래식 매거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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