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반갑습니다! 미스터 리크!

조회수 2021. 3. 26.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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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k Stereo 130 Walnut · CDT Walnut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디자인의 앰프가 있다고 하면, 매킨토시나 크렐을 떠올리지만 빈티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마란츠 7과 JBL의 제품들을 꼽는다. JBL? 그렇다. 특히, SG520 프리앰프는 그냥 소장만 해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 내 관심을 끈 제품이 등장했다. 예상치도 않게 깜짝 부활한 리크(Leak)의 신작들이다. CDT와 스테레오 130이 그 주인공인데, 아마 사진만 봐도 복고적이면서 심플하고, 또 세련된 디자인에 정신을 빼놓을 것 같다. 우드 박스에 담긴 흰색 톤의 레이아웃은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이 정도라면 굳이 음을 들어보지 않아도 구매 의욕이 생긴다. 사실 리크라는 브랜드는 한때 영국을 대표하던 오디오 메이커였다. 주력은 앰프지만, 스피커와 턴테이블, 픽업 등도 만든, 이른바 종합 오디오 메이커로 상당 기간 사랑을 받았다.

창업자인 해롤드 조셉 리크의 이름에서 따온 이 회사의 설립 연도는 1934년. 무려 87년 전의 일이다. 런던에 근거해서 앞서가는 기술력으로 인정받다가 비틀즈가 막 영국에서 알려질 무렵인 1963년에 깜짝 놀랄 제품을 발표한다. 바로 트랜지스터 소자를 활용한 스테레오 30이란 인티앰프였다. 정말 날개 달린 듯 팔렸다. 무려 5년간 5만대 이상을 판매했으니 말이다. 당시 오디오 시장의 규모를 생각할 때, 비틀즈 못지않은 성공을 거뒀다 해도 무방하다.



이후 여러 재정적인 문제로 1979년에 아쉽게 문을 닫았지만, 그 유산을 지키고, 다시 리바이벌시키려는 노력이 IAG에서 행해지면서, 작년에 코로나의 팬데믹 와중에도 빛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 만난 두 제품 중 단연코 눈길을 끄는 것은 스테레오(Stereo) 130이다. 전작 30에 앞자리 1을 더한 형번을 생각해 볼 때, 매우 의미심장한 넘버링이라 하겠다. 전작의 출력은 8Ω에 15W. 당시 혼 타입이 주류를 이뤘던 현실에 비춰볼 때 적절한 내용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래서 45W로 출력을 높인 점이 일단 고무적이다. 

인티앰프답게 고전적인 내용을 풍부하게 간직한 점이 일단 눈에 띈다. 무엇보다 베이스, 트레블, 밸런스 등의 조절 장치를 꼽을 수 있다.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꽤 유용하다. 포노단의 장착도 반갑다. MM 타입을 제공하며, 그냥 단순한 제공이 아니라, 정확하게 RIAA 커브에 대응하도록 만전을 기했다. 요즘 아날로그 르네상스의 열풍에 어울리는 서비스라 하겠다.



한편 21세기에 재등장한 제품답게, 디지털 쪽에 대한 배려도 반갑다. 양질의 DAC가 제공되는 것이다. 그 핵심은 DAC 칩으로, ESS Sabre32 레퍼런스 ES9018K2M이 사용되었다. 덕분에 PCM은 384kHz까지, DSD는 256까지 커버한다. 풍부한 디지털 입력단도 돋보이는 바, 2개의 옵티컬, 1개의 코액셜, 그리고 USB B 단자까지 발견된다. 헤드폰 앰프도 충실히 제작되어, 간편하게 들을 때 매우 유용하다.

이어서 CDT를 보면, 좀 특별한 제품이라 하겠다. 요즘 CD의 판매량이 높지 않은데, 무슨 배짱으로 CDT만 내놨단 말인가? 그만큼 트랜스포트 메커니즘과 실딩 처리 등이 충실하게 이뤄졌다는 뜻이다. 또 USB A 단자를 통해 외장 하드에 담긴 음원을 읽을 수 있게 한 점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어중간하게 CDP를 내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CDT로 해서 핵심 기능에 집중하는 전략은 요즘 같은 상황에선 더 적절하다고 보인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KEF의 신작 LS50 메타를 동원했다.



첫 곡은 쿠벨릭 지휘,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1악장. 매우 영롱하면서 투명하다. 중역대의 밀도가 높으면서도 지나치게 뭉치거나 답답하지 않다. 전 악기들이 멋지게 제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오소독스하면서, 풍부한 뉘앙스를 들려준다. 청명한 아침 기운처럼 개운한 뒷맛은 분명 매력적이다. 힘이 아닌 질감으로 스피커를 요리하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I Remember You’. 듣다 보니 KEF와 매칭이 매우 좋다. 브리티시 사운드 계열의 스피커는 뭘 걸어도 기본 이상은 얻을 것 같다. 베이스는 꽤 풍부하고, 리드미컬해서, 기본적인 구동력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보컬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은 확실히 본 기의 높은 레벨을 실감하게 한다. 별로 자극적인 성분이 없어서, 오랜 시간 들어도 귀가 아프거나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Brothers in Arms’. 마치 스튜디오에 온 듯, 정확하면서 중립적인 재생음이 특별나다. 신디사이저의 장엄한 어택이나 다양한 사운드 이펙트의 존재가 또렷하며, 다소 텁텁한 보컬에 무시무시한 쓰리 핑커 테크닉이라니! 마치 사색하듯 자연스럽게 뜯다가 점차 복잡한 플레이로 이어지는데, 그 대목이 드라마틱하다. 전체적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으면서, 정교치밀한 사운드는 왜 이 시기에 리크가 부활했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납득시키고 있다(이종학).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Stereo 130 Walnut

가격 154만원

실효 출력 45W(8Ω), 65W(4Ω) 디지털 입력 Optical×2, Coaxial×1, USB B×1 디지털 출력 Optical×1, Coaxial×1 아날로그 입력 RCA×2, Phono×1 프리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DAC ESS Sabre32 레퍼런스 ES9018K2M 프리 출력 레벨 2.3V(최대) 입력 임피던스 10㏀, 47㏀(MM) 입력 감도 480mV, 4.1mV(MM) S/N비 108dB 이상 THD 0.005% 이하 블루투스 지원(Ver4.0, aptX) 크기(WHD) 32.6×14.6×27.6cm 무게 8.3kg

CDT Walnut

가격 109만원

디지털 출력 Optical×1, Coaxial×1 출력 레벨 500±50mV 주파수 응답 20Hz-20kHz(-0.01dB) 출력 임피던스 75Ω 크기(WHD) 32.6×14.5×28.3cm 무게 6.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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