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DC 히어로 영화 탄생

조회수 2021. 03. 27. 14:0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안녕, 마블보다 DC가 좋은 에디터B다. 지난 18일 HBO MAX에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이하 스나이더 컷)가 마침내 공개됐다.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한 지 4년 만이다. 지난주부터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 때문에 하루 종일 떠들썩했다. 본 사람들은 아마 기립 박수를 쳤을 거다. 대부분 호평이었다.

우선 <스나이더 컷>이 만들어지기 전까지의 상황을 설명해야겠다. <새벽의 저주>, <300> 등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는 2013년 <맨 오브 스틸>을 시작으로 DC 실사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 <맨 오브 스틸>의 흥행과 평가는 괜찮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혹평을 받았고 워너 브라더스 경영진의 압박을 받았지만 <저스티스 리스>까지 연출을 하긴 한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의 딸이 젊은 나이에 자살을 하고, 감독은 정신적으로 견딜 수 없어서 도중 하차한다. 이때 새롭게 투입된 사람이 감독 조스 웨던이다.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연출한 감독이다. 그땐 촬영이 거의 끝난 시기라 스나이더의 방향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보니 또 망했다. 사람들은 잭 스나이더가 DC를 망친 원흉이라고 비난했고 그로부터 4년 후 HBO MAX를 통해 잭 스나이더의 의도대로 편집된 스나이더 컷이 공개된 것이다. 두 개 다 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두 영화는 전혀 다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감독의 성향 차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는지 알 수 있다. 오늘 기사에서는 웨던 컷과 스나이더 컷이 어떻게 다르며 그게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짧게 설명을 붙이려고 한다.


혹시 영화를 아직 안 봤다면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무료 영화 쿠폰을 주는데 그걸 쓰자. 1만 6,400원짜리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개꿀. 이거 광고 아님.


*주의: 이 글은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두 배 길어진 러닝타임

러닝타임이 242분이다. 영화 한 편이 4시간이 넘는다. 도대체 4시간짜리 영화를 어떻게 보라는 거냐, 인터미션을 가지라는 거냐 따지고 싶은 재생 시간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지루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웨던 컷이 욕을 먹었던 이유는 캐릭터 개연성 때문이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 캐릭터의 감정 묘사, 배경 설명을 다 잘라버리니 관객이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었던 거다. 이 영화는 원래 4시간짜리로 만들어졌어야 할 영화였다.


4:3 화면 비율

화면 비율이 바뀌었다. 웨던 컷은 1.85:1, 스나이더 컷은 4:3 비율이다. 그래서 옛날 TV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스나이더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영화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4:3 비율을 채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수평보다는 수직적인 비주얼이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웨던 컷과 완전히 다른 영화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라는 분석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4:3 비율을 썼기 때문에 배경보다는 인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웨던 컷이 능력자들이 모여 호쾌한 액션을 한바탕 보여주는 오락물이었다면, 스나이더 컷은 히어로들이 개인적인 아픔을 이겨내는 성장물에 가깝다.


제자리를 찾은 사이보그

웨던 컷을 본 후 “나는 사이보그가 너무 좋더라” 이런 사람은 거의 없었을 거다. 영화 속에서 사이보그는 교통사고 후 아버지에 의해 기계 인간으로 재탄생한 캐릭터인데, 그 이야기를 더 깊게 들어가면 자신을 살리기 위해 괴물로 만들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아버지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던 미안함이 동시에 있다. 하지만 웨던 컷에서는 그 감정선을 툭툭 잘라서 철없는 투덜이처럼 만들어버렸다. 반면 스나이더 컷에서 사이보그의 분량이 대폭 늘어나며 핵심 인물이 되었다. 실제로 스나이더는 “사이보그는 팀을 하나로 묶어주는 저스티스 리그의 심장”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엔딩 요정 플래시

플래시는 원래 장난스러운 캐릭터이기는 하다. 하지만 웨던 컷에서는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 플래시의 아버지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구속되어 있는데, 플래시는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는 겉으론 밝고 속으론 어두운 인물이다. 웨던 컷에서는 슬픈 개인사에 대한 묘사를 줄이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는 캐릭터로 소비한다. 게다가 코믹스에서 훗날 아내가 되는 아이리시 웨스트와 만나는 장면도 웨던 컷에서는 삭제되었다. 스나이더 컷에서는 이 장면이 들어갔다. 결정적으로 엔딩에서 비중이 크게 달라지는데, 웨던 컷에서는 시민을 구하는 단순한 역할의 플래시가 스나이더 컷에서는 각성 후 시간 역행을 하며 지구를 구한다. 부상 당한 상태로 “조금만 시간 줘, 금방 회복할게.”라고 말하는 장면이 정말 찡하다.


한 층 어두워진 화면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다르다. 왼쪽이 스나이더 컷, 오른쪽이 웨던 컷이다. 예전 버전은 채도가 높았다. 빨간 건 더 빨갛고, 파란 건 더 파랬다. 플래시, 원더우먼 같은 캐릭터들의 복장을 보면 채도가 높을 때는 만화 원작에 가깝고 그래서 촌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등산복도 아니고). 더 어두워진 스나이더 컷은 DC 영화하면 떠오르는 음울한 배경에 어울린다. 피부, 배경색부터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무거워졌다. 마지막 전투씬에서는 노을 진 것처럼 붉게 물들었던 하늘이 디스토피아적인 다크한 색감으로 바뀌었다.


원더우먼의 살벌한 액션

액션은 리듬감이 살아났고, 더 살벌해졌다. 영화 초반에 테러리스트와 원더우먼의 전투씬이 있는데, 원더우먼이 총알을 스피디하게 막는 장면이 더 추가되었고, 여러 인물의 리액션을 표정으로 보여주면서 감정을 고조시켰다. 이 장면을 비교해서 보면 좋은 편집이란 무엇인지 공부할 수 있을 정도다. 근데 이 장면은 스나이더 컷에서 달라진 100가지 액션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액션들도 대부분 박진감 있게 편집되었다. 누가 뭐래도 <저스티스 리그>의 타격감 액션 대장은 원더우먼인데, 웨던 컷에서는 이상하게 힘을 못 쓰는 느낌이다. 조스 웨던이 왜 이렇게 좋은 컷을 안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삭제된 캐릭터의 부활

조커, 마션 맨헌터, 라이언 최, 벌코, 아이리시 웨스트. 모두 웨던 컷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다. 이들의 중요도는 지나가는 행인 정도가 아니다. 중요한 대사를 하거나 나중에라도 비중이 커질 캐릭터다. 특히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조커는 짧지만 임팩트 있게 등장해서 여러 떡밥을 던진다. 대부분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캐릭터이고, 조커는 추가 촬영으로 새로 투입되었다. 자레드 레토의 조커와 히스 레저의 조커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는 꼭 스나이더 컷에서 자레드 레토가 연기하는 조커를 보여주고 싶다.


업그레이드된 빌런, 스테픈 울프

왼쪽이 스나이더 컷, 오른쪽이 웨던 컷이다. 다른 캐릭터 아니야? 생각이 들 정도로 생김새가 달라졌다. 인간 비슷하게 생겼던 얼굴이 불쾌한 느낌으로 바뀌었고, 평범한 갑옷은 외계에서 만들었을 법한 무시무시한 갑옷으로 변경되었다(싸울 때 가시가 돋는 기능이 있다). 목소리도 달라졌다. 전에는 젠틀한 남자 목소리에 가까웠는데, 스나이더 컷에서는 악마처럼 들린다. 캐릭터 서사도 아예 달라졌다. 전에는 이유 없이 레어템(마더 박스)에 집착하는 빌런이었는데, 스나이더 컷에서는 다크사이드라는 최종 보스를 모시는 사령관의 위치로 그에게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레어템을 찾아 나선다. 캐릭터 서사가 강화되면서 이유 있는 빌런이 되었다. 스테픈 울프는 도끼를 무기로 쓰는데 불도끼에서 전기 도끼로 CG도 화려하게 변했다.


블랙 수트를 입은 슈퍼맨

최종 전투에서 슈퍼맨이 블랙 슈트를 입고 등장한다. 웨던 컷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빨간-파랑 수트를 입고 나온다. 블랙 슈트는 회복 기술이 들어간 슈트인데, 워너 브라더스에서는 슈퍼맨이 블랙 슈트를 입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나이더 하차 후에 조스 웨던은 그 말을 잘 들어서 기본 슈트로 표현했지만, 이번 스나이더 컷에서는 결국 블랙 슈트를 입고 등장시킨다. DC 팬들이 아니라면 슈트 컬러가 어쩌고 하는 얘기가 와닿는 얘기는 아닐 거다. 하지만 최종 전투씬에서 블랙 슈트를 입은 슈퍼맨을 본다면 왜 스나이더가 블랙을 입히고 싶어 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멋이 흘러넘친다.


이상한 대사 변경

웨던 컷에서는 캐릭터들이 전투 중간에 웃긴 상황을 연출하며 진지한 분위기를 흐린다(더 큰 문제는 웃기지도 않다는 거다). 예를 들어, 원더우먼과 플래시가 함께 전투를 할 때 원더우먼 몸 위로 플래시가 떨어지며 민망해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역사상 가장 쓸데없는 장면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원더우먼 역의 갤 가돗은 이 장면을 찍을 수 없다고 하여 결국 대역을 썼다).


플래시가 줄을 서서 서류를 작성하는 중에 뒤에서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빨리 하라고 겁을 주는 장면이 있다. 이때 플래시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얼굴에 웃긴 낙서를 한다. 이것도 진지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서 삭제 되었다.


아마존과 전투씬에서 스테픈 울프의 대사도 달라졌다. 웨던 컷에서는 “마더박스가 하나가 되면 넌 내 밑에서 진짜 힘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야. 날 사랑하게 될 거다. 너희가 모두.”라고 말하는데, 스나이더 컷에서는 “거대한 어둠이 시작된다. 그래, 나머지 박스도 찾을 것이야”라고 말한다. 뜬금없이 사랑 타령하던 대사가 어둠의 다크니스한 대사로 바뀌었다. 알쏭달쏭한 대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엔 대신 “아마존!”이라고 외치며 돌격하는 용맹한 아마조네스 컷이 더 들어갔다.


또 있다. 스테픈 울프와 원더우먼이 일대일로 전투를 할 때 웨던 컷에서는 “이 여자는 내가 처리하겠다”라고 하니 원더우먼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네”라고 받아친다. 스나이더 컷에서는 “이것은 내 차지다”라고 하니 “난 누구의 것도 아냐”라고 더 멋있게 말한다.


사실 조스 웨던은 감독으로서 커리어를 이어가기 힘든 상태다. 주변 사람들이 그가 성차별적,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했었다고 하나둘 씩 폭로하는 등 사생활에 꽤 많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싹 바뀐 음악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단 하나 건질 장면은 원더우먼 등장씬이다. ‘Is she with you’ 가 배경으로 깔리며 원더우먼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이거 하나 만큼은 동의한다. 한스 짐머와 정키XL이 만든 그 곡은 웨던 컷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조스 웨던은 기존에 만든 곡을 대부분 빼고 급하게 대니 앨프먼을 영입해서 새롭게 음악 작업을 했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결과물도 좋지 않았다. 그 외에 다른 장면에서도 사용되는 음악이 다르다. 테러리스트가 은행으로 들어가는 초반 장면에서 웨던 컷에서는 약간 가벼운 음악이 깔리는 반면, 스나이더 컷에서는 음울하고 웅장한 느낌의 현악기가 내는 소리가 두드러진다. 홀로 외롭게 바다로 들어가는 아쿠아맨 장면에서도 웨던 컷은 신나는 락이 나오는 반면, 스나이더 컷에서는 슬프고 느린 음악이 깔린다.

이 외에도 달라진 장면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다. 줄거리와 상관없는 러시아 가족들의 상황이 계속 나오는 것도 삭제되었고, 꼬마 아이들이 슈퍼맨을 촬영하면서 “지구의 뭐가 제일 좋아요?”라고 묻는 오프닝도 삭제되었다.


조스 웨던은 촬영장에서 스나이더가 찍은 촬영본을 깎아내리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동안 잭 스나이더가 DC를 망친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두 감독의 버전을 비교해서 보니 스나이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좋은 컷이 많은 영화를, 조스 웨던이 그렇게 만들었다니.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오래된 말이 새삼 떠올랐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