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북쉘프 스피커에 깃든 저먼 엔지니어링 - Sonoro Orchestra 스피커

조회수 2021. 03. 26. 16: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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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oro Maestro 올인원 인티앰프

개인적으로 독일 브랜드 소노로(Sonoro)의 제품을 4차례 리뷰했다. 앰프와 스피커, CD플레이어를 내장한 올인원 네트워크 오디오 프레스티지(Prestige), 스피커를 생략하는 대신 앰프 품질을 높인 마에스트로(Maestro), 포노스테이지에 MM카트리지, AD컨버터, 블루투스까지 장착한 턴테이블 플래티넘(Platinum), 그리고 이번 시청기인 2웨이 2유닛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오케스트라(Orchestra)다. 2006년 설립된 제작사로는 그야말로 광폭의 행보다.

▲ Sonoro Platinum 턴테이블, Maestro 올인원 인티앰프, Orchestra 스피커

더 놀라운 것은 ‘라이프 스타일’을 표방한 이들 제품의 만듦새와 음질. 프레스티지는 미끈한 월넛 마감에 둥근 모서리 처리가 누가 봐도 고급스러웠고, 바닥면에는 저음 보강을 위한 서브우퍼와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마련된 본격파 오디오였다. 마에스트로는 무엇보다 8옴 100W 출력의 하이펙스 클래스D 모듈에서 나오는 소리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플래티넘 턴테이블 역시 트래킹 포스와 안티스케이팅을 조절할 수 있는 9인치 톤암과 독일 오토폰의 2M Red MM카트리지로 중무장했다.


이번에 들은 오케스트라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의 오스카 하일 박사가 최초로 주창한 AMT(Air Motion Transformer) 트위터를 전면에 내세워 탁 트인 무대와 섬세한 표현력을 과시했다. 6인치 미드우퍼와 22리터에 달하는 내부용적은 폐활량이 큰 스피커라는 인상을 안겼다. 맞다. 소노로 제품들은 올인원에도, 턴테이블에도, 그리고 처음 만든 스피커에도 저먼 엔지니어링(German Engineering)이 빛났다. 소노로가 캐치프레이즈로 ‘저먼 오디오 & 디자인’(German Audio & Design)을 내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소노로와 오케스트라

▲ 소노로의 설립자, 마르셀 팔러(Marcel Faller)

소노로는 마르셀 팔러(Marcel Faller)가 2006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노이스(Neuss)에 설립했다. 마르셀 팔러는 처음부터 하이엔드 오디오와 모바일 사이에 있는 고품질 소형 오디오, 이른바 ‘테이블 오디오’ 분야에 집중했다. IT 전문업체와 오디오 수입사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던 마르셀 팔러의 눈에 이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많은 틈새시장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소노로는 첫 제품으로 미니오디오 큐보(Qubo)를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첫 해에만 120만 유로의 매출을 올리는 놀라운 데뷔였다. 처음부터 ‘저먼 오디오 & 디자인’을 당당히 내세운 큐보는 FM/DAB+ 라디오였고 블루투스 오디오였으며 머리맡의 CD플레이어였다. 소노로의 아이덴티티를 단숨에 세상에 알린 큐보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역기로 롱런하고 있다.

큐보 이후 많은 제품이 등장했지만 현재 소노로는 크게 스마트 라인(Smart Line)과 클래식 라인(Classic Line)으로 비교적 깔끔하게 가지치기를 한 상태. 클래식 라인이 원래 있었던 올인원 라인업이고, 2018년 1월에 등장한 스마트 라인은 여기에 유무선 네트워크를 결합해 인터넷 라디오와 타이달, 코부즈,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는 라인업이다.

▲ Sonoro Masterpiece

스마트 라인은 플래그십 마에스트로(Maestro)를 비롯해 마스터피스(Masterpiece), 프레스티지(Prestige), 엘리트(Elite), 릴랙스(Relax), 스트림(Stream) 순으로 짜였고, 클래식 라인은 라운지(Lounge), 이지(Easy), 큐보(Qubo)로 구성됐다. 그리고 별도 라인업으로 플래티넘(Platinum) 턴테이블이 포진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20년 1월에 등장한 마에스트로. 다른 스마트라인 제품들과는 컨셉트 자체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마스터피스부터 스트림까지 모두 스피커를 내장한 올인원 플레이어인데 비해, 마에스트로는 스피커를 생략하고 대신 소스기기와 앰프 성능을 플래그십에 걸맞게 대폭 끌어올렸다. 클래스D 모듈의 명가 하이펙스(Hypex) 모듈과 포노 스테이지를 처음 투입한 것이 그 대표적인 증좌다.

▲ Sonoro Orchestra 스피커

마에스트로가 왜 스피커를 뺐는지는 얼마 안가 그 이유가 밝혀졌다. 2020년 5월, 보란듯이 오케스트라(Orchestra)라는 이름의 2웨이 2유닛 스피커가 스마트 라인에 등장한 것이다. 독립 제품으로서 소노로가 처음 내놓은 스피커였다. 그것도 과감히 AMT 트위터와 페이퍼 콘이라는 이색 조합을 선택했다. 마에스트로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이쯤에서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오케스트라 본격 탐구

▲ Sonoro Orchestra 스피커

오케스트라는 가로폭 210mm, 안길이 288mm, 높이 365mm, 무게 10kg의 2웨이, 2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다. 일단 인클로저 표면이 매끈하다. 인클로저 기본 재질은 HDF이며 내부에는 인클로저 강도를 높이기 위해 버팀목이 보강됐다. 표면은 무늬목을 입힌 다음 하이글로스 피아노(블랙, 화이트) 또는 매트 그라파이트로 마감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후면에 있고 그 밑에 싱글 와이어링 커넥터가 장착됐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88dB.

유닛은 AMT(Air Motion Transformer) 트위터와 6인치 페이퍼 콘 미드우퍼 구성. 이를 통해 몇 dB 감쇄 기준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44Hz~28kHz라는 준수한 주파수응답특성을 보인다. 22리터 내부용적과 6인치 미드우퍼를 갖춘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로는 꽤 괜찮은 저역 하한인 셈. 고역 상한이 28kHz까지 뻗는 것은 일반적인 소프트 돔이 아니라 흔히 리본 트위터라고 잘못 알려진 AMT 트위터를 장착한 덕분이다.

AMT는 독일 오스카 하일 박사가 1960년대 말에 발명, 1974년 특허를 받은 스피커 유닛 작동 원리. 주름 모양으로 접힌 얇은 진동판에 음악신호를 보내 마치 아코디언처럼 펴졌다 오므려졌다 함으로써 공기를 밀어내거나 빨아들인다. 전기신호를 이렇게 공기의 움직임으로 바꾼다고 해서 ‘에어 모션 트랜스포머’다. 어쨌든 AMT 트위터 진동판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진동판에 비해 훨씬 가볍기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하는 트위터로는 제격이다.

여기서 잠깐, 리본 트위터와 평판형 트위터, 그리고 AMT 트위터에 대해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리본 트위터는 1) 영구 자석이 만들어낸 자기장 안에, 2) 아주 얇은 알루미늄 리본을 집어넣어, 3) 도체인 이 리본에 음악신호가 흐르면, 4)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의해 리본이 움직이는 원리다. 리본 진동판이 정면을 향하고 있으니 그 운동방향은 앞뒤가 된다. 이것이 바로 트루 리본(true-ribbon) 트위터다.

이에 비해 평판 마그네틱 타입은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 따로 보이스 코일을 심는 것이 결정적 차이다. 미국 헤드폰 메이커 오디지가 이러한 평판 마그네틱 타입 진동판을 헤드폰에 일찌감치 도입한 제작사다. AMT 트위터는 생긴 것은 리본 트위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통상 주름진 캡톤 필름에 보이스 코일을 심는 것이 다르다. 운동방향 역시 아코디언처럼 좌우이며, 이를 통해 공기를 밀어내거나 빨아들여 소리를 낸다.


▲ Sonoro Orchestra 스피커

끝으로 오케스트라에서는 미드우퍼 진동판 재질이 페이퍼인 점도 눈길을 끈다. 사실 스피커는 진동판 소재 개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퍼부터 시작해 벡스트렌, 폴리프로필렌, 케블라, 알루미늄, 카본, 그래핀 등 다양한 소재가 개발되었지만 페이퍼 콘 특유의 섬세한 맛과 기름기없는 음색은 상대할 적수가 없다. 다만 문제는 내구성과 재생음에 끼어드는 일종의 건조함이었는데, 소노로에서는 이를 PE(폴리에틸렌) 코팅으로 대응했다.


시청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진행된 시청에는 네임의 유니티 노바(Uniti Nova)를 동원했다. 유니티 노바는 클래스AB 80W 앰프를 포함한 올인원 플레이어로, 타이달과 스포티파이 등을 스트리밍할 수 있으며 룬 레디 인증도 받았다. UPnP/DLNA, 크롬캐스트, 에어플레이, 블루투스 apt-X도 지원한다.

Collegium Vocale ‘Cum Sancto Spiritu’(Bach Mass in B minor)

첫인상은 음들이 순풍순풍 나온다는 것. 이는 고역을 책임지는 AMT 트위터 영향이 크지만 북쉘프 타입으로서는 비교적 큰 내부용적이 크게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음에서 적당한 압력이 느껴지는 점이나 색번짐이 없는 것 또한 에너지와 해상력, 양 축을 확실히 틀어잡고 가는 저먼 엔지니어링의 산물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음들이 일체의 마찰이나 걸리적거림 없이 두 유닛에서 상큼하게 빠져나온다. 칼라 브루니의 ‘Stand By Your Man’에서는 보컬 성대의 결과 비음의 촉감이 생생하다. 음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도 매력. 여기에 보컬과 악기의 이미지가 또렷하게 잡히는 것은 스탠드마운트의 특권이다.

The Beatles ‘Here Comes The Sun’(Abbey Road)

앞서 케플란이 지휘한 말러 2번을 들어보면 저역 하한이 48Hz에 그치는 북쉘프 스피커의 한계가 느껴진다. 총주 파트가 약간 물렁하고 저역이 롤오프되는 것. 하지만 비틀스의 ‘Here Come The Sun’ 같은 팝 록 곡을 들어보면, 기타 연주음의 디테일이나 보컬과 드럼의 앞뒤 레이어가 흠 잡을 데 없다. 이미지와 무대가 이 정도로 정교하게 구축되는 것은 인클로저의 공진 컨트롤이 그만큼 잘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AMT 트위터가 배음을 비롯한 여러 고주파수 정보를 손실없이 플랫하게 들려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쨌든 음 하나하나가 싱싱하게 살아있다. 마치 민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은어떼처럼 음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오케스트르가 진짜 소노로가 처음 만든 스피커인가 싶다.

City of Prague Philharmonic Orchestra ‘Portals from Avengers: End Game’(Music from The Avengers Movies)

일부러 음수가 많고 에너지가 폭발하는 영화음악을 골라봤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테마곡인데, 처음부터 그냥 극장사운드가 터져나온다. 지금이 2웨이, 2유닛 스피커 홀로 내는 소리인가 싶다. 시청실 앞벽에 서브우퍼를 박아넣은 것 같다. 80W 출력의 유니티 노바도 놀랍지만, 이를 움장미 가득한 소리로 들려준 오케스트라의 능력이 더욱 돋보인다. 6인치 미드우퍼를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면 쉬지 않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음압과 스케일을 제대로 표현해주는 스피커다. 조앙 피레스, 지안 왕, 오귀스탱 뒤메이가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을 들어보면, 첼로의 저역이 시청실 바닥을 제법 잘 긁어주고 이 곡 특유의 처연한 분위기도 잘 표현됐다.

Arne Domnerus ‘High Life’(Jazz at the Pawnshop)

확실히 소노로의 오케스트라는 텁텁하거나 흐릿한 것과는 거리가 먼 스피커다. 이보다는 음의 윤곽선이 선명하고 귀에 와닿는 촉감이 상큼한 쪽이다. 탬버린이 어쩌면 이렇게나 바로 앞에서 연주를 하는 것처럼 들릴까 의문스러울 정도. 이는 무조건 AMT 트위터 덕분이다. 이밖에 브라스 악기들의 볼륨감도 대단한 편. JBL 스피커를 연상시킬 만큼 큰 폐활량을 과시하는데, 이는 6인치 페이퍼 콘 미드우퍼가 주인공이다. 플라스틱이나 메탈 계열 진동판에서는 이 정도로 호방하고 스케일 큰 음이 나올 수가 없다. 목이 확 트인 스피커라 할 만하다. 뜨겁게 열기가 살아있는 음, 얌전하지도 야위지도 않은 음의 상찬을 충분히 만끽했다.


총평

▲ Sonoro Orchestra 스피커 & Maestro 올인원 인티앰프

독일 오디오 제작사의 면면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1920~30년대 미국의 WE와 맞장을 떴던 클랑필름부터 시작해서 베이어다이나믹, 엘락, 헤코, 젠하이저, 망거, 아방가르드, MBL, 버메스터, 옥타브, T+A, 오디오피직, WBT, 울트라손, 오디오넷, 아인슈타인, 린데만, 타이달 등이 ‘저먼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독보적인 저먼 사운드는 ‘라이프 스타일’을 표방한 소노로 같은 브랜드에서도 여지 없이 구현되고 있다. 이들이 처음 만든 단품 스피커 오케스트라가 그 확실한 증거다. 이번에 테스트는 못했지만 AMT 트위터와 페이퍼 콘 우퍼를 소출력 진공관 앰프에 물려 들으면 또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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