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행진 카카오모빌리티 '흑자전환', 올해는 가능할까①[넘버스]

조회수 2021. 3. 27. 18: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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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흑자전환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타다·우버·마카롱택시·반반택시 등 국내 가맹택시 주요 사업자들에게 제휴를 제안하는 한편, 일반 택시기사들을 겨냥해서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내놓았는데요. 택시호출(콜) 기반 수익사업에 제대로 시동을 걸고 있는 모습인데요, 카카오모빌리티에겐 시기적절한 행보로 보입니다.


이유를 요약하자면 우선 ①상장 추진을 약속한 시기가 다가왔고, ②시장에 별다른 경쟁자가 없어 택시기사들의 의존도가 독보적으로 높은 데다가 ③곧 ‘실탄’이 두둑한 회사가 등판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 산업은 ‘쩐의 전쟁’으로 흘러가는 시장이다. 독보적인 1위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조차 매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년 연속 적자, 급하다 급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5년 3월 ‘카카오택시’로 택시호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발 빠른 진입으로 전국 택시기사 23만명, 가입자 2800만명을 확보한 덕분에 국내 차량호출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요. 하지만 독보적인 존재감에 비해 벌이는 변변치 않았습니다. 대리 말고는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사업보고서를 살펴 볼까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액은 2017년 16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때까지는 카카오와의 내부거래가 주된 수익원이었지요. 2018년엔 연 매출 536억원으로 나타났고요. 2019년엔 전년대비 95.4% 증가한 1048억5195만원이었습니다. 작년엔 이보다 117%나 뛴 2112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물론 벌어들인 돈 말고, 남는 게 있는지 따져 봐야 하겠죠.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06억원, 210억원, 22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습니다. 같은 시기 당기순손실은 101억원, 185억원, 255억원이었고요. 이달 17일 카카오가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당기순손실은 35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4년 내리 적자입니다. 아직은 손해 보는 장사란 얘기죠.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7년 6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로부터 5000억원의 ‘실탄’을 받았습니다. 이때 TPG는 “투자 4년 후 상장(IPO)을 추진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시점을 보면, 딱 올해네요.


택시로 뜨고 택시에 막히고


사실 이 회사, 돈 벌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택시호출에서야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을 내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끽해야 백원대의 결제 수수료가 매출을 도맡고 있었죠.


이때 대리운전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돌파구’가 돼 줬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기사와 의뢰자를 연결해주고 이용요금의 약 20%를 수수료로 떼어가고 있습니다. 2018년에만 누적거래액 23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 견인차 역할을 확실히 했죠. 대리기사의 91.75%가 ‘카카오T 대리’에 등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화로 대리를 부르는 비중이 높다는 게 함정이죠.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2조76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 가운데 약 90%가 ‘전화 대리’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당초 예상보다도 점유율이 굳건해서, 판을 깨기가 쉽지 않습니다. 타다 등 다른 회사들도 아직 키울 시장이 크다고 판단해 대리에 뛰어들고 있지요. 이에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 기반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 업체인 ‘콜마너’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대리기사들과의 갈등은 상장에 있어 풀어야 할 리스크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리운전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다른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시도해왔습니다. 2018년에는 택시가 바로 잡히는 ‘즉시배차’를 내놓는 대신, 최대 5000원 수준의 호출료를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웃돈콜’ 논란으로 정부로부터 제동이 걸렸고 결국 1000원을 얹어주면 배차 성공률을 높이는 ‘스마트호출’만 우선 출시하게 됐죠.


이 다음 던진 ‘카풀’은 회심의 카드였습니다. 대리처럼 단순히 운전자와 손님을 연결해주기만 하면 20% 수준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당시 국내 스타트업들이 눈독을 들였었죠. 전국 택시는 25만대 수준인 반면, 국내 자동차 대수 총 2400만여대 가운데 10%만 카풀을 해도 240만대를 확보하게 되니까요.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252억원을 주고 사들인 배경입니다. 연말에는 시범 서비스도 내놨지만 택시 반발로 포기했죠. ‘타다’가 뜨자 렌터카 사업 진출도 검토했습니다만, 지난해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일단은 유야무야됐습니다.


높은 호출료를 붙인 택시도 안 되고, 카풀도 안 된다네요. ‘타다(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도 안 되고요. 카풀 사태 이후 택시친화적인 노선을 택한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지는 프랜차이즈 방식의 ‘가맹택시’였습니다. 가맹택시만 확보하면 안정적으로 매출을 키울 수 있고, 택시 기반이라 정부와 줄다리기할 일도 없으니까요. 타다의 좌초, 그리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선택으로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결국 택시를 잡아야만 살아남는 판으로 흘러가게 됐습니다. 다만, 전국 택시는 25만대로 숫자가 정해져 있고 이 안에서도 가맹택시 점유율 싸움이 벌어지는 만큼 카카오모빌리티에겐 수익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숙제가 놓이게 됐죠. <②에서 계속>


김인경 기자(shipp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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