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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카카오모빌리티, 택시로 돈 벌 수 있을까②[넘버스]

조회수 2021. 3. 30. 09: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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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택시기사들은 ‘콜(택시호출)’에 민감하지요. 벌이와 직결되기 때문인데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회사까지 직접 인수해 가면서 가맹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자, 콜 배분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게 됐습니다. 직영·가맹으로 운영하는 택시에게 ‘콜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입니다.


‘카카오T블루’는 승차거부를 없앤 자동배차, 친절한 서비스를 내세워 최대 3000원의 호출료를 받고 있습니다. 또 법인·개인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KM솔루션과 가맹을 맺고 관리·재무 회계 시스템 등 인프라를 제공받는 대신 전체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내주고 있죠. 여기서 광고비·데이터 사용료 등은 택시에게 되돌려줘, 실질적인 수수료는 3.3% 정도입니다. 가맹택시가 늘어나고 이들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 기반도 확대됩니다. 그러니 택시업계에선 가맹·비가맹을 차별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거지요. 실제로 현장에선 바로 앞에 ‘빈차’가 있는데도 콜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극구 부인합니다. 목적지도착예정시간(ETA)·배차수락률·승객만족도 등을 녹여낸 알고리즘에 따라 배차가 이루어진다는 항변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가맹·비가맹 차별 의혹은 택시기사들이 카카오모빌리티로 몰리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매출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개인택시들도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사업인 ‘카카오T블루’에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몸집도 제법 커졌습니다. 2020년 기준 1만6000대로, 전국 최대 규모입니다. 마카롱택시가 1만2000대를 확보하며 추격하고 있지만 숫자에 비해 존재감이 크진 않습니다. 28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T에 비해 손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배차 알고리즘에선 배차수락률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카카오T블루 택시기사들은 자동으로 떨어진 콜을 받지 않으면 페널티를 받는다. 선택적으로 콜을 받는 일반택시는 이보다 수락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노란 번호판 전방위 공략하는 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는 비가맹택시에서도 매출을 올리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타다·우버 등 국내 가맹택시 주요 사업자들에게 제휴를 제안한 것이 시작입니다. 지금은 마카롱·반반 등 타사와 가맹을 맺은 택시기사도 카카오T에 뜨는 콜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요. 앞으로는 수수료 등 대가를 내라는 겁니다. 자회사인 KM솔루션, 대구 택시운송가맹사업자 디지티모빌리티는 정식 가맹을 맺고 수수료를 내는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입니다. 한 마디로 ‘무임승차’하지 말라는 거죠.


황선영 카카오모빌리티 이사는 “택시기사들이 카카오 콜을 수락한 상태에서 가맹사 호출이 오면 기존 콜을 취소하는 사례들이 발생해, 혼선 없는 운영 정책을 마련하려는 취지”라고 부연했습니다. 경쟁사들은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제휴가 성사된다면 타사 가맹택시가 확대될수록 카카오모빌리티 매출도 성장하는 구조가 마련됩니다.


오는 4월1일 출범하는 ‘우티’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티는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와 우버가 만든 합작법인(JV)인데요. T맵택시와 우버택시를 통합해 카카오모빌리티에 대적할 계획입니다. 시장점유율은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업계에선 실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버가 우티에 1억달러를, 티맵모빌리티엔 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우티는 사모펀드(PEF)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로부터 4000억원 투자금도 확보했습니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우티가 7000억원을 수혈해 시장에 뛰어들자, 위협을 느낀 카카오모빌리티가 ‘1위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택시기사를 겨냥한 유료 상품도 출시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6일 부가서비스인 ‘프로 멤버십’을 내놨는데요. 월 9만9000원을 내면 택시기사가 원하는 목적지 콜을 우선 배차해주는 ‘목적지 부스터’ 기능을 제공해주는 게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강남구’를 찍어 뒀으면, 인근에서 강남역으로 가는 콜이 떴을 때 조건에 부합하는 멤버십 가입 기사에게 먼저 보여주는 식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무료콜은 그대로 제공되며 부가 기능을 원하는 택시기사만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착순 2만명 가입은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됐습니다. 이대로 멤버십 모집이 순항한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쏠쏠한 월 단위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겠죠. 참, 지난 1월에는 카카오T에서 택시·대리를 부른 이용자들에게 보이는 차량핀 광고도 선보였습니다.

△정부가 타다 등 새로운 형태의 운송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규제에 급급하다보니 경쟁이 저해돼 ‘카카오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택시 위주의 혁신에만 길을 터준 ‘타다 금지법’ 통과로 인해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흑자전환, 목전에 있는 것 같긴 한데…


여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택시호출에 집중해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들이네요. 사실 차량호출 사업은 모빌리티 회사에겐 일종의 기반 확보입니다. 이른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를 완성해 다양한 이동 수요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지요. 택시호출로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셔틀, 전기 자전거, 주차, 내비게이션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 받아 지난 2월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달러(약 2200억원) 투자를 끌어 오기도 했죠. 기업가치는 3조4200억원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올해 흑자전환은 가능할까요. 지난달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카카오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이익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연간 영업이익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차 사업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엑스·에버랜드 주차시장을 이미 확보해, 올해 500억원 이상 매출이 기대되기 때문이죠.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낸 데 이어 4분기 공격적인 투자에도 낮은 적자를 기록했다고 하니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된다면 낙관적인 전망이 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하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벌집을 쑤시는 꼴이 될지 모릅니다. 플랫폼이 ‘공짜’를 미끼 삼아 점유율을 확보하고, 의존도가 높아지면 ‘돈벌이’에 나선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도 벌써부터 들리고 있고요.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택시업계에서 제기한 가맹·비가맹 차별 의혹에 응답했습니다.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네요.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택시가 알고리즘에 따라 잡히는 바람에 멀리 있는 택시가 배차되는 등 차량호출에 걸리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월9만9000원 프로 멤버십도 논란입니다. 선착순 모집은 조기 마감됐지만, 택시기사들은 사실상 ‘강매’나 다름없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 상무는 “가입한다고 해도 ‘콜 몰아주기’를 하진 않는다고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있다. 콜이 떨어질 거란 기대를 할 것이고, 가입하지 않은 입장에선 불안해서 결국 멤버십을 구독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회사가 돈 버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 땅 파서 장사할 수 있나요. 유료화할 수 있는 것은 해야지요. 하지만 택시가 주축이 되는 판을 짠 것은 다름아닌 카카오모빌리티였으니, 택시로부터 공감대를 얻는 작업도 중요해 보입니다. 타다·우티 등 경쟁자들이 이 틈을 잘 파고 든다면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체제도 흔들릴 수 있겠지요. 물론 생태계에는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 득을 위한 실을 따지면서 ‘계산기’를 잘 두드려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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