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홉킨스의 신들린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 <더 파더>

조회수 2021. 04.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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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경고! 스포일러에 예민한 분들은 이 글을 보지 마시길 권합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더 파더>를 보시길 바랍니다.


<더 파더>에 출연한 안소니 홉킨스.

아카데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작품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월에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에 모두 8편의 영화가 선정됐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를 비롯해 <더 파더>, <주다스 앤 블랙 메시아>, <맹크>,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등이다.


국내 영화팬들은 아무래도 <미나리>의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나리>의 수상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해서는 상대를 아는 게 필요해 보인다. 씨네플레이는 오스카 레이스의 선두에 있는 <노매드랜드>를 다룬 적이 있다. 이번에는 <더 파더> 차례다. 안소니 홉킨스와 올리비아 콜맨이라는 ‘연기신’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더 파더>에 출연한 올리비아 콜맨.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더 파더>의 시상식 시즌 성적부터 알아보자. <더 파더>는 아카데미의 바로미터(barometer)라고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4개 부문 후보였다.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작품상 등이다. 수상은 하지 못했다. 아카데미에선 다를까. <더 파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6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등이다. 남우주연상의 안소니 홉킨스의 수상 여부가 이목을 끈다. 홉킨스는 199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양들의 침묵>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이후 1994년 <남아있는 나날>, 1996년 <닉슨>, 1998년 <아미스타드>까지 2년마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2020년 <두 교황>으로 다시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그는 올해 2년 연속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홉킨스가 오스카 트로피를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그의 명성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올해 트로피를 추가할 수 있을까. 여우조연상에서 <미나리>의 윤여정과 경쟁하게 될 올리비아 콜맨 역시 오스카 트로피를 하나 가지고 있다.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로 여우주연상 첫 후보에 올랐으며 수상까지 했다.


스릴러? 반전!

<더 파더>의 예고편을 보면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더 알 수 없게 된다. 뭔가 잘못 쓴 문장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런던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에게는 앤(올리비아 콜맨)이라는 딸이 있다. 예고편의 중간부터 다른 앤이 등장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안소니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본 관객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 안소니의 재산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안소니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 예고편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렵다. 국내외 리뷰를 봐도 <더 파더>의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오프닝 13분 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내러티브가 펼쳐진다”는 홍보 문구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와 비교하는 리뷰에서 영화의 후반부에 반전이 숨어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한편,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를 언급하는 리뷰도 볼 수 있다. <아무르>는 201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의 후보였다. 그밖에 줄리안 무어의 <스틸 앨리스>와 비교되기도 한다. <메멘토>는 반전의 충격, <아무르>는 작품의 완성도, <스틸 앨스>는 영화의 소재가 비슷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연기의 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더 파더>의 리뷰는 대부분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에 대한 극찬이다. 영화의 내용은 스포일러 우려 때문인지 거의 생략됐다. 반전을 위해 감독이 어떤 장치를 사용했을지 알 수는 없지만 홉킨스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그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을지 의문이다.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홉킨스를 캐스팅하기 위해 2017년에 대본을 건네고 계속 기다렸다고 한다. <더 파더>의 주인공 캐릭터 이름이 안소니인 것은 우연의 일치가 결코 아니다. 영화로 만들기로 했을 때 홈킨스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시작했다. 예고편에 등장한 한 장면. 안소니가 자신의 출생일을 말하는데 이 날짜 역시 실제 홉킨스의 출생일이다. 젤러 감독은 홉킨스가 출연을 결정하는 그 기간 동안 다른 배우의 캐스팅은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홉킨스가 출연을 거절한다면 프랑스어 영화로 만들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젤러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마스터클래스를 보는 듯한 연기”라는 홍보 문구가 인상적이다. <더 파더>는 거의 모든 장면이 아파트 안에서 이뤄진다. 한정된 공간은 마치 무대처럼 배우가 더 돋보이는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더 파더>의 감독 플로리안 젤러.

각본, 각색의 신?!

<더 파더>는 감독 플로리안 젤러가 쓴 각본의 동명 연극이 원작이다. 젤러 감독은 <더 파더>를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밝혔다. 15살 때 그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더 파더>의 연극의 대본을 쓸 때 당시의 감정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이 연극은 2014년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극상인 몰리에르 어워드 베스트 플레이 상을 받았다. 아카데미로 치면 작품상 정도가 될 듯하다. 그해 프랑스에서 막을 올린 연극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라는 뜻이다. 젤러 감독은 영화도 직접 연출했다. <더 파더>는 그의 영화 데뷔작이다. 단, 크리스토퍼 햄튼이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 햄튼은 프랑스어 대본을 영어로 번역했다고 전한다. <토탈 이클립스>, <위험한 관계>, <어톤먼트> 등의 각본을 쓴 햄튼은 젤러처럼 극작가로도 활동한다. 두 사람은 단순한 번역 파트너 이상이다. 젤러 감독은 연극을 고스란히 필름에 담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햄튼이 영화적인(cinematic) 각색에 많은 도움을 줬다. ‘시네마틱한’ 무언가를 위해 젤러 감독은 연극에 없는 이야기를 추가하자는 유혹이 시달렸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대신 아파트라는 공간을 또 다른 메인 캐릭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다. 관객들은 <더 파더>를 보면서 아파트 내부의 변화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의심하게 만들고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젤러 감독은 설명한다. 이는 무대에서 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데드라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젤러 감독은 최근 <더 선>(The Son)의 영화 각본을 완성했다고 한다. 젤러 감독은 2010년 <더 마더>, 2012년 <더 파더>, 2018년 <더 선> 등 3편의 연극을 각각 무대에 올렸다.



작품상? 글쎄…

<미나리>의 경쟁 상대로서 <더 파더>를 살펴봤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본 정보는 한계가 있다. 또한 스포일러의 우려로 인터넷상의 리뷰에서 많은 정보를 찾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싱거운 결론이지만 <더 파더>는 안소니 홉킨스의 명연기와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탄탄한 원작과 뛰어난 각색이 만들어낸 수작인 듯하다. 다만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미나리>나 <노매드랜드>와 오스카 작품상 트로피를 놓고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발생한 애틀랜타 총기 사건으로 아시아계 혐오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에서 <미나리>는 한국인 이민 가족 이야기라는 특수성이 있다. 또 <노매드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을 버리고 길 위의 삶을 택한 새로운 미국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면이 크다. 그런 점을 감안해보면 <더 파더>는 작품상보다는 남우주연상, 각색상에 더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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