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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실사판! 당신의 감정을 읽어드립니다

조회수 2021. 4. 7. 18: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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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로그 메타버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내가 하루 종일 느낀 감정이 그대로 올라간다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를 현실에 구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감정도 스마트 기기에 모두 기록되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라이프로그 메타버스*를 살펴본다.

라이프로그는 개인의 일상을 인터넷 또는 스마트 기기로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가 아닌 현실 속 블랙미러

병원에 잠시 들를 일이 있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TV에서 불법 사채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평균 대출 금액이 992만 원인데 이자만 월 331만 원을 낸다는 소식이었다. 슬픔과 연민, 공포가 느껴졌다. 앞쪽에 앉아있던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저렇게 돈을 빌려 가다니, 정말 한심하다."

"그러게 말이야. 바보 아니야?"

당황했다. 한 상황을 두고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도 있구나.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게 우리네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넷플릭스 유명 시리즈 '블랙미러'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디스토피아가 된 세상을 무섭고도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첨단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인간의 어두운 본능이 그 기술을 이용해 일어나는 수많은 악몽이 실감나게 표현됐다. 이런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아이디어를 실험에 옮긴 연구진이 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연구팀은 2019년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의 저널 '센서 네트워크 트랜잭션(Transactions on Sensor Networks)'에서 독특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일명 '메멘토(Memento)' 실험이라 불린 이것은, 사람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읽고 라이프로그를 생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참가자들은 안경 형태의 가벼운 장비를 착용하고 실험실, 사무실, 공원, 거리 등을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의 감정은 자동으로 측정되고 기록됐다.

결과는 어땠을까. 자동으로 기록된 라이프로그는 기쁨, 행복, 공포, 실망, 슬픔, 만족 등의 감정을 80% 정도 맞췄다. 여기서 맞췄다는 의미는 실험 참가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한 감정과 기록된 정보가 일치했다는 뜻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개인이 정보를 선택해 능동적으로 올리는 라이프로그 플랫폼이라면, 메멘토는 감추고 싶은 내밀한 정보인 감정을 공개적이고 수동적으로 기록하려는 시도다.

서로의 감정을 들여다본다면

누군가의 감정을 데이터로 읽고, 자동으로 라이프로그에 남기려는 접근은 그리 윤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너무도 모른 채 가혹한 말과 행동을 쏟아내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도한다. 어쩌면 우리 삶에도 메멘토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 건 아닐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백화점, 콜센터, 은행, 식당. 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수많은 감정노동자를 만난다. 그들은 우리에게 늘 미소 띤 얼굴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들의 등 뒤에 메멘토 라이프로그가 비치면 어떨까.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도 끝까지 상냥하게 응대하는 그들의 등 뒤에 슬픔과 공포가 나타난다면.

증강현실(AR), 라이프로그, 거울 세계, 가상 세계로 구성된 메타버스. 그중 라이프로그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정보를 나누며 소통한다. 수시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라이프로그 메타버스를 들락거린다. 그곳에서 우리 감정은 얼마나 온전히 공유되고 있을까. 잊고 있는, 온전히 읽지 못하고 있는, 또는 모른 채 하고 싶은 타인의 감정은 없었을까. 오늘 내가 느낀 주된 감정이 페이스북에 자동으로 올라간다면 어떨까.

메멘토의 미래

전기 피부 반응(GSR)과 같은 다른 종류의 센서를 통합하거나, 표정 인식 기술을 활용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라이프로깅 시스템은 그리 머지않은 시간에 개발될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장비의 구현은 기술적, 상업적으로 그리 멀지 않았다. 장비로 누군가의 감정을 언제 읽어서,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공유하면 좋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라이프로그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그려보자.

필자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

- 게임문화재단 이사
-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자문교수
- 강원도인재개발원 자문교수
- 삼성인력개발원 자문교수
-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 자문교수
- SK mySUNI 자문교수
- 저서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가르치지 말고 플레이하라> <기억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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