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지프스> 속, 한태술이 '업로더'를 만든 이유

조회수 2021. 04. 15. 10: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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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출처: JTBC 드라마 <시지프스 더 미쓰> 방송화면
"형, 시간은 비가역적이야.
열역학 제2법칙, 열적으로 고립된 계에서는
엔트로피가 감소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인 과정과 미래의 비대칭성이
(...)
여튼, 우리 이제 다신 엄마 아빠를 못 만나."

근래 종영한 드라마 <시지프스 더 미쓰>에서 천재공학자 역할을 맡은 한태술(조승우)이 어린 시절, 형 한태산(허준석)에게 했던 말이다. <시지프스 더 미쓰>는 현재 우리의 세상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 존재를 밝혀내려는 천재공학자와 그를 위해 멀고도 위험한 길을 거슬러온 구원자의 여정을 그린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미래는 결정되어 있을까?

출처: JTBC 드라마 <시지프스 더 미쓰> 방송화면

이 드라마의 핵심 소재는 바로 '업로더'라고 부르는 타임머신이다. '미래는 결정되어 있을까?' 이는 오래전부터 인간이 가져온 근원적인 호기심이다. 인간은 계속해서 미래를 궁금해하고, 앞날을 예측하고 싶어하는 존재다. 

과거로 돌아가 내가 지금까지 저지른 실수를 모두 바로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딱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 다음 주 당첨번호가 적힌 로또를 구입할 수는 없을까?

왜 과거는 하나의 사실로 기억하고, 미래는 온통 불확실해 보이는 걸까?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에서 왜 미래는 과거와 달라 보일까?

<시지프스 더 미쓰> 외에도 영화 <백 투더 퓨처>, <테넷>, 드라마 <시그널> 등 과거로 돌아가 상황을 바꾸거나 미래를 알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는 영화와 소설이 많다. 그만큼 우리는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존재,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존재를 자주 상상해왔던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를 남기는 인간

출처: JTBC 드라마 <시지프스 더 미쓰> 방송화면

타임머신인 '업로더'를 타고 미래에서 사람들이 넘어오는데, 이 업로더가 만들어진 이유 역시 바로 '후회'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후회를 하고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 잡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극중 미래에서 넘어온 사람들의 정착을 돕는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박사장(성동일)은 가정폭력을 휘둘렀던 자신의 지난 모습을 후회하며 과거로 넘어왔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경찰이었던 정현기(고윤)는 아픈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과거로 돌아온다. ‘과거에 대한 짙은 후회’가 이들이 미래에서 돌아온 이유이자 '업로더'가 발명된 이유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는 결정되어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여러 물체가 함께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복잡한 운동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운동방정식이 아무리 복잡해보여도 뉴턴 운동방정식의 결정론적인 성격은 달라질 수 없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미래가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현상이라도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모든 구성 요소가 고전역학을 따른다면,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결정되어 있어도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서로 이어지는 것일까?

현재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면 과거는 딱 하나의 외길로만 존재한다. 물론 기억이 어렴풋해 어제 아침에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집에서 나왔는지, 날씨가 맑아 우산이 필요 없었는지 헷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어제 아침에 우산을 쓰고 나온 과거와 우산을 집에 두고 온 과거를 동시에 기억할 수는 없다. 미래는 과거와 다르다. 현재의 시점에서 떠올릴 수 있다. 시간이 흘러 내일이 현재의 시점이 되면, 우리는 두 가능성 중 하나를 본다. 현재에서 바라본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매 순간 선택되는 모습이다. 과거는 외길이지만 미래는 수많은 갈림길이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외길이 미래의 여러 갈림길로 나뉘는 순간이 현재다. 시간이 흐르면 과거로부터 이어진 외길이 좀 더 길어지고, 갈림길이 시작하는 시점이 미래로 나아간다. 현재에서 미래를 향해 뻗어가는 여러 갈림길 중 하나가 바로 이 순간 나의 선택으로 정해지는 모습이다. 뉴턴 고전역학의 결정론은 현재에서 미래로 나뉘는 여러 갈림길 중에 어떤 길로 내가 걸어가게 될지가 이미 과거에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20세기에 눈부시게 발전한 카오스 이론은 조금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카오스, 결정되어 있지만
예측은 할 수 없다

결정은 되어 있을지 몰라도, 예측은 할 수 없는 미래를 보여준다. 뉴턴의 결정론적 고전역학에 따르면, 내 바로 앞에 놓인 미래의 여러 갈림길 중 어떤 길이 택해질지는 내가 지금 서 있는 바로 지금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카오스 이론은 현재 위치의 아주 작은 차이로도 내가 어떤 길로 걸어갈지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의 위치를 무한대의 정확도로 파악할 수 없다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로 말미암아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무한한 정확도로 현재의 상태를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주관적 한계인지, 자연이 가진 객관적인 한계인지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인간이 아닌 자연의 한계라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자연이 가진 상태에 대한 정보도 물리학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연은 무한대의 정확도를 허락하지 않는다.


현재의 나는 여러 갈림길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지만 선택한 길이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카오스 이론은 말해준다. 내가 지금 과연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자연의 한계 때문이다. 딱 세 물체로 이루어진 역학계의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유명한 삼체문제다. 표준적인 삼체문제에서 세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은 또, 둘씩 짝을 이룬 형태다.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세상사는 삼체문제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둘씩 짝을 이룬 형태가 아니다. A와 B, B와 C, 그리고 C와 A 사이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A, B, C가 동시에 함께하면 또 다른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삼체문제의 미래도 알 수 없는 과학이, 우리 사는 세상의 앞날을 미리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제는 딱 하나의 사실로만 존재한다. 내일은 다양한 가능성의 형태로 존재한다. 어제는 지나간 역사고, 내일은 미스터리다. 그렇다면, 어제와 내일이 만나는 오늘이 우리가 무엇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시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라는 선물이다. 영어 단어 '프레젠트 present'는 현재라는 의미와 함께 선물이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우리가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늘이 선물처럼 소중하고 반가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선택의 연속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 다가올 매 순간의 선택이
나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미래는 내가 만든다.
그리고 오늘 내가 한 선택의 작은 차이가
내가 만날 미래를 크게 바꾼다.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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