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해외 직구'하는 방법

조회수 2021. 04. 19.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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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음식과 술에 관련된 콘텐츠라면 뭐든 쓰고 찍고 버무리는 에디터 손기은이다. 술과 쇼핑이라면 바닥으로 떨어졌던 에너지도 자가충전해 기어이 해내는 편인데, 최근 이 두 가지를 흥미롭게 충족시켜주는 ‘와인 직구’를 경험해 이 소소한 재미를 전하기 위해 왔다.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면서 그동안 양말부터 그릇까지 쉴 새 없이 많은 직구 쇼핑을 즐겨왔지만, 단 하나 넘지 못한 영역이 있다면 식품과 술이다. 이 두 가지는 자주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가 주로 현지에서 쇼핑하는 목록이기 때문에 굳이 직구를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욕구 충족이 가능했다. 직구를 하기에는 어쩐지 ‘통관’이나 ‘배송’이 문제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품목이기도 했다. 그래서 늘 현지 공수로만 사리사욕을 채워왔다. 물론 면세 범위를 넘어가는 술은 세금을 냈는데, 그 금액이 너무 높아 증류주보다는 와인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고, 식품은 잘 포장된 가공식품을 위주로 구매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자 나는 ‘맛이 너무 궁금해 요리해보고 싶은 식품’ 혹은 ‘생전 처음 보는 라벨의 와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가 없었다.

메마른 마음을 적셔줄 수 있는 해결 방안은 역시 직구다. 돔페리뇽을 해외 직구로 구매한 후기,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본 와인을 국내보다 더 싼 가격으로 직구한 후기 등을 두루 챙겨봤다. 국내에선 주류의 통신판매가 불가능하지만, 개인 소비를 목적으로 구입하는 주류는 직구가 가능하다는 관련 법규도 확인했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소비자로선 한쪽의 문이라도 열려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양쪽 문이 모두 열리고 통신 판매의 부작용도 잡을 방안이 어서 빨리 나오길 기원하면서 와인 직구의 문을 슬쩍 열어봤다.

검색의 파도를 길게 즐기다 정착한 첫 직구 와인은 소파소굿(So Far So Good)이다. 직구 과정이 상당히 간략해 휴대폰으로도 쉽게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라벨에 손글씨로 주문자의 이름, 혹은 선물 받는 사람의 이름을 새길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소파소굿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패션 포토그래퍼 잭 리(Jack Lee)와 프랑스 랑그독에 밭을 두고 있는 와이너리 도멘 존스(Domaine Jones)가 함께 설립한 브랜드로 특별한 홈술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소소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아방(ABANG)의 레이블과 패키징으로 스토리를 풍성하게 덧댔다. 배송비 포함 14만 원 정도. 일단 경험의 비용까지 써본다는 생각으로 주문을 완료했다.

일주일이 조금 지나, 와인 주문 사실을 잊고 있었을 즈음 택배가 하나 왔다. 병 하나를 단단히 감싸는 종이 박스에 아방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만든 엽서까지 선물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패키지로 도착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의미로 내 이름 기재를 요청했고, 엽서는 물론 뒤쪽 레이블에 내 이름이 영문으로 새겨진 것을 보니 마음이 흡족했다. 이름이 새겨진 만년필을 선물 받는 기분이랄까, 영문 이니셜이 각인된 다이어리를 처음 여는 기분이랄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오롯이 나 혼자 마실 와인을 오픈하는데, 소파소굿 와인을 딸 때에는 조금 더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전체 700병 생산량 중에서 딱 100번째에 해당하는 ‘나의 와인’이니까.

와인은 오픈하고 잔에 따르자마자 강렬하게 향을 뿜었다. 쉬라즈 100% 와인으로 신선한 베리 향과 함께 진득한 건포도의 향이 함께 느껴지고, 초콜릿처럼 은은하게 달콤한 향도 힘 있게 확 퍼졌다. 즉각적으로 터지는 향 덕에 입안에 침샘도 곧바로 폭발했기 때문에 지체하지 않고 첫 잔을 비웠다. 넘길수록 후추와 같은 매력적인 향이 코끝에 감도는 편이라 고기가 가득 찬 루벤 샌드위치나 드라이하게 볶은 짜파게티 한 그릇이 떠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매끄러운 감촉이나 꽉 차는 보디감 덕에 별다른 안주 없이 마셔도 충분하다.

밤공기가 살짝 시원하게 느껴지는 지금 날씨에 딱인 와인이라 거실의 창문을 조금 열고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를 보며 반병을 훌쩍 비웠다. 그리고 더 깊은 밤, 음악을 들으면서 이 와인을 다 비울 때 즈음엔 또 어떤 와인을 직구해볼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배송비 포함 가격대가 조금 더 합리적이었으면 좋겠고, 평소 한국에서 종류가 많이 없어 아쉬웠던 카테고리였으면 하는 마음을 기억했다. 분명 또다시 와인 직구욕이 다시 끓어오를 텐데, 그땐 포트 와인과 마데이라 와인 직구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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