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에어컨의 탄생과 역사

조회수 2021. 04. 19. 17: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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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문명 최고의 이기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작년에는 차가 집보다 시원하다며 종종 드라이브를 즐겼는데, 올해도 마찬가지 일 듯싶다. 코로나 19로 인해 비행기를 타고 멀리 피서를 즐기러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위를 피해 자동차 운행을 할 수 있는 건 에어컨 덕분이 아닐까 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에어컨의 원리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발견했다

한여름에도 쾌적함을 유지하게 도움을 주는 에어컨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시작점은 바로 1758년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과 케임브리지 대학 화학 교수 존 해들리가 에테르로 냉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부터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도 온몸에 땀을 흘리며 운전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문명의 이기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에어컨은 언제부터 자동차에 들어와 유행하기 시작했을까.

자동차에 에어컨이 없던 시대

자동차에 에어컨이 없던 시대에 어떤 이는 견딜 수 없는 더위와 김 서림으로 운전을 하지 않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궁여지책으로 봉지에 얼음을 가득 넣어 차를 몰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은 김 서림 때문에 쿼터 글라스가 없는 차는 운행을 하지 않았다. 과거에 유행하던 '4, 60'란 말이 있다. 더위를 피하려면 4개의 창문을 모조리 열고 시간당 60마일의 속도로 빠르게 달리라는 뜻이었다. 윌리스 캐리어가 1902년에 에어컨을 발명하기 전에는 그런 일이 당연했다.

출처: Willis Carrier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

캐리어가 인쇄물에 변형을 일으키는 습도와 열기를 제거하기 위해 에어컨을 발명한 후, 1930년대 전후 도시의 상인과 공공 기관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자신의 건물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여름철에도 시원한 상점과 은행 그리고 극장 등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여름에는 땀 좀 흘리면서 타는 게 드라이브’라던 운전자들도 에어컨이 만들어내는 시원함과 쾌적함을 차 안에서도 느끼길 원하기 시작했다.

에어컨,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다

1930년대에 처음으로 에어컨이 달린 자동차가 등장했다. 유명 냉장고 제조사였던 미국 켈비네이터(Kelvinator)가 존 해먼 주니어(John Hamman Jr.)의 캐딜락에 맞춤형으로 설치한 1.1kW급 공조 장치가 그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텍사스를 중심으로 차창 외부에 행온(Hang-on)이라는 단순한 형태의 에어컨을 설치한 차도 등장했다. 이것은 찬물이나 얼음을 넣은 실린더 내부에 공기를 통과시켜 내부에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형태로, 켈비네이터가 제작한 냉장장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순했다. 

출처: HVACRNation
켈비네이터가 캐딜락에 설치한 첫 자동차용 에어컨

자동차 안에 에어컨 시스템이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한참 후인 1939년의 일이다. 그해 시카고 자동차 전시회에 패커드(Packard Motor Car Co.)가 에어컨을 설치한 차를 처음 내놓았다. 이후 1940년부터 패커드는 자사의 모델 중 120, 슈퍼에이트 160, 커스텀 슈퍼에이트 등 1,500대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1941년부터 캐딜락을 중심으로 다른 여러 브랜드도 에어컨이 설치된 모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처음 에어컨이 설치된 양산차 중 하나인 패커드 120

그러나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비싼 값, 온도를 조절할 수 없는 점 그리고 압축기의 벨트를 제거해야만 작동이 멈추는 불편함 등의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에어컨은 사치품 중의 사치품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던 것도 대중화에 실패한 원인이었다. 

전후 주요 메이커들은 자동차 생산을 재개했지만, 자원이 부족해 에어컨과 같은 고급 품목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1950년대 초까지 에어컨을 단 양산차는 거의 없었다. 이런 현상을 만든 주요 원인을 에어컨과 냉장고 회사가 운영되던 미국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당시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스튜드베이커(Studebaker)와 내시(Nash) 등은 무더운 날씨가 아닌 비교적 온난한 북부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에어컨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듯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한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28°C 정도인 미국 디트로이트

심지어 GM의 프리저데어(Frigidaire)와 내쉬의 켈비네이터(Kelvinator)처럼 여러 자동차 업체가 공조 시스템을 맡은 별도의 협력사가 있었지만, 자동차용 에어컨을 안정되게 제작할 기술자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냉난방 시스템의 교육생과 노동자가 필요했지만, 노조의 반대에 매번 무산되기 일쑤였다. 이런 이유로 에어컨의 일반화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출처: collectorsweekly
1950년대 전후 프리지카에서 만든 애프터마켓 에어컨

그로 인해 자동차 메이커와 협력하던 에어컨 회사의 실적은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차량용 공조기 제조사로 유명했던 ARA, 프리지카(Frigikar), 마크 IV 등도 애프터마켓으로 눈길을 돌려야 했다. 또한 그들은 자체적으로 제작 및 판매 시스템을 정비하고 디트로이트보다 무더운 텍사스 같은 도시로 옮겼다. 그들의 사업 전환은 옳았다. 

변함없는 에어컨의 가치

1950년대 초까지 수만 대의 차에 차량용 공조 시스템이 판매, 설치되었다. 그들의 성공을 눈여겨본 캐딜락과 크라이슬러 등 업체들은 1953년 양산차에 에어컨을 재도입했다. 자동차 회사의 이런 움직임으로 1970년대 양산차 중 절반 이상에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컴프레서를 통해 냉매를 순환되며 열교환으로 쾌적하고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에어컨의 기본 기술은 변함없다. 하지만 공조 시스템 제어 기술은 1960년대 캐딜락이 처음 선보인 온도조절장치보다 아주 세밀하고 편리하게 발전하고 있다. 

출처: terraoko
에어컨을 설치했음을 광고하는 포드 크레스트라인 빅토리아

자동차용 에어컨으로 ‘공기가 가치를 잃었다’는 기사도 있었지만, 에어컨이 발명된 뒤 1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냉장고와 휴대폰처럼 생활 인프라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에어컨이 무겁고 자동차 성능을 떨어뜨려 불필요한 시스템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름날 즐겁고 쾌적한 드라이브를 가능하게 하는 이기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듯하다.

글 윤영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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