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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홍보 위해 2시간짜리 역대급 라이브 쑈 보여준 이 나라

조회수 2021. 4. 22.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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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이집트

해외여행 길이 완전히 막혀버린 요즘, 대안으로 찾은 건 온라인에 떠도는 현지 영상과 사진들입니다. 랜선여행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내는 기쁨도 쏠쏠합니다. 덩달아 ‘코로나가 끝나면 꼭 가봐야 할 곳들’ 리스트가 풍성해지고 있네요. 기회가 될 때 많이 다닐 걸, 아쉬움도 남는 요즘인데요. 꼭 가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이집트입니다. 말도 안 되는 고대 문명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집트.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은 이집트 나일강 크루즈였다”라고 말하는 기자 선배를 보며 ‘나도 언젠가 꼭 가봐야지’라고 마음 먹었던 일도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중 영상으로나마 이집트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바로 지난 4월 3일(현지 시각) 공개된 ‘파라오의 황금 퍼레이드 The Pharaohs’ Golden Parade’ 영상입니다.


출처: 출처: Unsplash

이집트 관광을 홍보하기 위한 쇼






지난 3일 오후 6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고대 미라 22구를 이전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일명 ‘파라오의 황금 퍼레이드’라 이름 붙여진 이날 행사는 이집트 공영방송과 유튜브 Experience Egypt 계정을 통해 생중계됐는데요. 이 행사는 대대적으로 이집트 관광 홍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소식을 미리 듣고 알람까지 설정해놨는데 라이브는 놓치고 최근에 영상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9일 기준 조회수는 134만5533회를 기록했네요. 2시간 10분이 넘는 영상은 이집트의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쇼 같았습니다. 대대적인 행사를 위해 이집트 정부는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았어요. 미리 찍어둔 기마대의 퍼레이드 영상과 기자 피라미드 앞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여주고 이집트의 내로라하는 오페라 가수들과 오케스트라단을 무대에 올려 이날 행사를 축하했습니다. 아나운서에 따르면 이번 행사를 위해 공연단과 오케스트라단 그리고 데코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세트 디자이너, 대학생, 디렉터, 셀러브리티, 정부 관계자, 아티스트 등 수많은 사람들이 2달간 자원해 작업했다고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몇몇 장면을 공유합니다.


출처: 유튜브 캡처

영상은 카이로 타흐리르광장 이집트 박물관 전경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미라를 꺼내 남쪽으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국립 이집트 문명박물관으로 옮깁니다. 붉은 조명이 켜진 곳이 바로 이집트 박물관, 그 뒤로 물줄기가 바로 나일강입니다. 영상 초반에는 아나운서의 인사 멘트를 제외하고는 전부 현지 언어인 아랍어로 나오고 자막도 아랍어입니다. 아랍어를 모르니 영상에만 집중했습니다.


출처: 유튜브 캡처


아나운서가 오늘 행사의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화면이 두 개로 쪼개지더니 석상 사진과 이름이 보입니다. 영상이 촬영된 곳은 아마도 박물관 내부 같습니다. 이번에 옮겨지는 미라는 총 22구로 파라오 18구와 왕비 4구입니다. 미라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화면은 문명박물관으로 이어집니다. 아나운서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랍어... (오디오 채널 2로 하면 영어를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유튜브에서는 불가능...)




이집트 랜선여행은 45분부터





행사를 위해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문명박물관에 막 도착을 했습니다. 이집트 국기를 단 의전차량들이 줄줄이 박물관으로 입장하네요. 박물관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내부를 둘러보는 이집트 대통령 모습이 계속 생중계됩니다. 박물관 투어가 약 20분간 이어지고, 화면 속 이집트 유물을 랜선으로 구경합니다.

37분! 드디어 동시 통역이 제공됩니다. 이집트 대통령이 투어한 곳은 센트럴 홀.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하네요. 박물관이 위치한 곳은 푸스타트fustat라는 지역입니다. 이곳은 무슬림 통치 아래 이집트의 첫 번째 수도였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구(舊) 카이로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2017년 문을 연 문명박물관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이집트 문명을 페인팅, 사진, 문서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들을 통해 보여줄 수 있도록 꾸며졌다고 합니다. 뭐니뭐니해도 메인은 바로 미라. 이번 행사를 통해 옮겨진 미라 중 20구는 ‘왕실 미라 홀(Royal Mummies Hall)에 전시되고 2구는 소장고에 보관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옮겨진 미라는 4월 18일부터 대중에게 공개된다고 합니다.


출처: 유튜브 캡처

45분. 이제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문명박물관 내부에 귀빈들이 착석을 하시고요.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행사장에 이집트 대통령이 입장합니다. 아나운서 멘트 후 화면은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로 전환됩니다. ‘건축의 신’이라 불리던 이모텝이 4700년 전, B.C. 2700년에 건축한 조세르 왕의 피라미드는 2006년 복구 작업을 시작해 2020년 3월 대중에게 공개됐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공개가 됐으니 아마 실물을 보신 분들은 많이 없으시겠죠. 뒤이어 소개된 곳은 2018년 발굴이 된 유적입니다. tomb of ‘Wahty’. 이건 아마도 가족 무덤이었을 거라고 추정되는데요. 땅만 파면 유물이라는 말의 원조는 아마 이집트인가봅니다. 현재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고고학 유적지인 콤 엘 쇼카파와 복구를 끝내고 2020년에 공개된 엘리야후 하나비 시나고그, 아부 사르가 아기예수 피난교회 그리고 알 아즈하르 모스크와 알 파트흐 모스크까지 다양한 시대와 종교 유적들을 소개해 이집트가 가진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이번 행사의 주 무대인 타흐리르 광장 역시 2020년에 새 단장을 했습니다. 영상 말미에는 이제 막 오픈을 앞두고 있는 기자 지구의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도 슬쩍 보여줍니다.


출처: 유튜브 캡처

오케스트라단 공연이 시작되고 연주 모습과 퍼포먼스 화면을 교차 편집해 보여줍니다. 키오프스 피라미드, 합세수트 장제전 그리고 오픈을 앞두고 있는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에서 각각 학자, 배우들이 한 명씩 나와 유적지를 간단히 설명합니다. ‘7대 불가사의라 꼽히는 피라미드의 비밀은 무엇일까’로 질문해 ‘우리 이집트인의 지성과 믿음으로 그 위대한 건축물을 지은 것이다!’로 결론이 나지만, 뭐 반박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마어마한 건축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놀라움만 느껴졌으니까요.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지을 때 저쪽 북반구에서는 맘모스가 뛰어놀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시나요.


출처: 유튜브 캡처

1시간 30분. 드디어 미라들이 움직일 준비를 합니다. 이집트 박물관에서 군악대와 고대 의상을 입은 공연단이 행진을 시작합니다. 세케넨레 타오 2세부터 시작해 람세스 9세까지 22구의 미라가 온도 조절장치와 멸균기 등이 설치된 특수 차량에 실려 나옵니다. 트럭은 고대 미라를 운송하던 목선을 본 따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집트 박물관에서 떠나고 이동을 하는 동안 화면은 공연을 보여주는데요. 오케스트라단의 라이브 연주와 이집트 유적지 곳곳에서 촬영한 공연 장면을 보여줍니다. 기자 피라미드 지구, 조세르 왕의 피라미드, 합세수트 장제전 등 주요 유적지 야경에 다시 한번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출처: 유튜브 캡처

2시간. 드디어 미라들이 문명박물관에 도착합니다. 이집트 대통령이 정문으로 나가 파라오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 납니다. “이건 전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못 하는 이집트 고유의 행사다” 칼레드 엘 아나니 이집트 관광유물부 장관의 말에서 자부심이 뚝뚝 묻어납니다. 파라오의 골든 퍼레이드는 압도적이었습니다. 2시간 동안의 영상을 통해 이집트 대표 유적과 유물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기원전 5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집트 땅에 뿌리내린 다양한 문화·종교적 배경을 설명해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피라미드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연만으로도 이번 영상이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어요.


출처: 유튜브 캡처

‘파라오의 저주’라며 반대 세력도






이번 행사가 치러지기 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반대 의견도 올라왔습니다. ‘#KeepTheMummiesWhereTheyAre, 미라가 있던 곳에 그대로 둬라.’ 이벤트를 앞두고 대형 재난도 잇따라 벌어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에즈 운하 사고였는데요. 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하면서 수십조 원대 피해를 가지고 왔었죠. 아직도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어요. 3월 26일엔 열차 추돌사고로 최소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27일엔 건물이 붕괴하는 사건도 일어났었죠. 악재가 겹치면서 파라오를 옮기는 것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영국 데일리메일, 더선, 미국NBC 등 언론들이 수에즈 운하 좌초와 같은 사고에 파라오의 저주를 연결시켜 보도를 하기도 했어요.


출처: 출처: 이집트 관광청 홈페이지

파라오의 저주가 진짜 있건 없건 간에, 이렇게까지 난리인 서양사람들을 바라보면 참 신기합니다. 이집트 문화의 파급력과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대목인데요. 지금까지 미라와 이집트 문명을 다룬 서양 영화와 문학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이집트 나일강이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라는 역사적 사실은 몰라도 파라오의 보물을 훔치면 재앙이 온다는 ‘파라오의 저주’는 한 번쯤 들어봤습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 속에서든 간에요.






퍼레이드 영상 속에서 나온 말이 떠오릅니다. ‘이집트 문명이 가진 힘은 상상력과 창의력에 있다.’ 대충 이런 이야기였는데요. 처음에 듣고서는 무슨 뜬구름 같은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수긍이 됩니다. 불가사의로 꼽히는 방대한 스케일의 건축물과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진 신화와 같은 이야기는 몇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환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집트, 꼭 한번 가볼 만한 곳 같습니다. 이집트 정부가 작정하고 만든 2시간 짜리 홍보영상에 제대로 영업당했습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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