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린"의 역주행에는 서사가 있다

조회수 2021. 04. 23.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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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제대로 떠본 적 없는 이 걸그룹이 어떻게 4년 전의 곡으로 뜨게 되었을까?

2021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가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단연코 브레이브걸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데뷔 이후 3차례의 멤버 교체를 마치고 2기 4인체제의 걸그룹으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린 브레이브걸스. 이제 오랜 무명생활 끝에 빛을 보고 있다.


한 번도 제대로 떠본 적 없는 이 걸그룹이 어떻게 4 년전의 곡으로 뜨게 되었을까?


1. 어느 유튜버의 댓글 모음집

시작은 유튜브였다. 가수들의 무대 영상에 달린 재밌는 댓글을 편집하여 함께 올리는 유튜버의 영상이었다. 작년 <깡> 밈이 터질 때부터 이런 편집 유튜버들이 많아졌다. 대개 일상적인 아이돌 영상이었지만, ‘비디터’라는 유튜버가 편집한 영상에는 브레이브걸스가 방문한 해병대1사단 위문열차 공연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에는 해병들의 ‘찐’ 함성이 함께 녹아 있어 그 재미를 더했다. 댓글들은 흥을 더했다.

- 역주행했으면 하는 곡 1위
- 밀보드(군대 빌보드) 차트 1위
- 중간중간에 계속 웃는 언니 귀엽네
- 흙먼지 봐ㅋㅋㅋ 웃곀ㅋㅋ

이렇게 <Rollin’> 곡 자체를 응원하기도 했고, 브레이브걸스를 응원하기도 했다. 군대에서 유독 인기가 많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증언들과 ‘꼬북좌’로 알려진 멤버 유정을 비롯한 멤버들에 대한 좋은 평이 가득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댓글 모음 영상을 편집한 유튜버 ‘비디터’가 <Rollin’> 영상을 올릴 당시만 해도 6만 내외의 중형 유튜버였다는 점이다. 이전의 영상에서도 많아야 2~30만 내외의 조회수에 그쳤다. 


그러나 <Rollin’> 이후의 영상은 유튜브 특유의 알고리즘으로 여러 사람의 추천 동영상에 오르며 순식간에 백만 조회수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렇듯 시작은 ‘유튜브 픽’이었다.


2. 서사의 중심에 선 ‘꼬북좌’와 ‘메보좌’, ‘왕눈좌’, ‘단발좌’

알고리즘이 택한 <Rollin’>의 영상은 빠르게 인터넷 각 커뮤니티로 돌기 시작했다. 각 커뮤니티는 중간에 ‘찐행복 웃음’을 보여주는 멤버에 주목했다. 자신의 노래를 부르면서 저렇게 기분 좋게 웃는 표정을 짓는 가수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며, 위문 공연에 진심인 멤버 유정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해당 유튜브에 와서 직접 댓글을 달고 감사 표시를 하며 소통을 이어 나갔다. 역주행을 시켜준 유튜버와 댓글러, 그리고 자신들을 만들어 준 국군장병에 대한 고마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3. 연쇄적인 미담 폭발

왜 네티즌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을까? 가볍게 ‘밈화’되어 지나가지 않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끌고 나올 수 있던 것일까? 여기에는 미담의 힘이 컸다. 


브레이브걸스가 무명이던 시절 자신들을 찾아주는 행사는 국방TV 위문 행사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2017년 음반 발매 이후 4년간 총 62회의 위문 공연을 다녀갔다.

그래서 ’16군번부터 20군번까지 해당 곡이 인수인계되었다’는 우스갯소리에서도 뼈가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비디터의 영상에 달린 한 댓글도 회자되기 시작했다. 


백령도에서 근무했던 해병대 장병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왕복 12시간을 넘는 위문 공연 여정에도 지치지 않고 장병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 주었던 브레이브걸스의 미담을 소개했다. 이 댓글이 퍼져나가면서 공연에 진심이었던 브레이브걸스에 대한 호의가 이어졌다.


여기에 브레이브걸스와 함께했던 전직 매니저의 경험담까지 더해지며, 오랜 무명 기간 동안 눌려왔던 ‘인성 미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미담이 이어지는 무명 걸그룹의 곡까지 반응이 오는 것은 운명이었다. 이제는 양지로 나와 음악 프로그램에 나올 때가 되었다.


4. 실패와 좌절,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공감의 응원

결국 컴백이 확정되었고, 방송 스케줄이 잡히면서 더 자연스럽고 많은 바이럴이 시작되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접근한 것은 <유퀴즈온더블록>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컨셉이 다소 바뀌면서, 최근 뜨는 핫한 인물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브레이브걸스가 출연한 것이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들이 연예인으로서 좌절한 후 떠올린 타개책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는 점이다. 취업 준비를 위해 한국사를 준비하고, 카페 취직을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등 일반 연예인들이 자주 떠올리는 BJ나 인스타그램 스타 등과는 거리가 있는 선택지였다.


이 점은 일반 대중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기제가 되었다. 열심히 해도 잘 풀리지 않는 요즘 우리들의 삶,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각박함이 연예인인 브레이브걸스에게서도 느껴진 것이다.


이 영상에서는 자신들도 브레이브걸스를 보고 기운을 내게 되었다는 댓글이 주류를 이루었다. 40대 가장도, 30대 엄마도, 20대 취업 준비생도 모두 자신들의 처지를 이들에게 대입했다. 그러면서 이들처럼 언젠가 어둠이 걷히고 빛을 볼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결국 이 ‘동질감’과 ‘응원’이 브레이브걸스의 가요 프로그램 및 음원 차트 석권을 만들어낸 것이다.


5. 이들의 ‘다른 무언가’는 어디에서 왔을까?

왜 이들은 멘탈적으로 성숙되었을까? 일반인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현실적인 감각은 어떻게 갖추게 되었을까? 찾아본 결과, 답은 ‘데뷔 시기’에 있었다. 이들은 현재도 평균 나이 30살에 수렴하는,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에 해당하는 아이돌이다. 데뷔 시점을 놓고 봐도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정상적으로 보낸 편이다. 심지어 대학까지도 말이다.


왜 수많은 아이돌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할까? 개인적으로 나는 이 취약점이 일반적인 청소년기 및 성인 초입 과정을 겪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화려한 조명 아래 하나의 정점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연예인들에게, 사라진 인기와 무관심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그것을 초월하는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나의 답만을 바라보고 살아올수록, 이외의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좌절과 실패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일반적인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조명이 아니어도,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점심시간을 마치고 돌아가는 직장인의 삶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수만 명의 관심이 아니라, 내 주위 소중한 사람들만으로 하루가 가득 채워지는 행복을 아는 것이다.


마치며

이렇게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브레이브걸스의 성공을 일구어냈다. 그리고 브레이브걸스는 하나하나에 대한 감사함을 수상소감에서 잊지 않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이는 브레이브걸스 하나만의 성공이 아닐 것이다. 더 길고 어두운 ‘존버’의 시간을 버티고 있는, 질긴 인내만을 기둥 삼아 버티고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도 빛 볼 날이 있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 마음으로 또 한 번 응원한다.


원문: 글쓰는 워커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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