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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 공돌이가 딥러닝으로 만든 자율주행 스타트업

조회수 2021. 5. 3.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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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케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

여기, 글로벌 스케일의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인텔에 350억 원에 매각되며 화제를 모은 전 올라웍스의 김준환 대표가 이끄는 스트라드비젼입니다.


스트라드비젼은 카메라 센서를 활용한 딥러닝 기반의 영상 인식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LG전자, 포스코 등 굴지의 기업과 기관이 투자하는 등 딥러닝 기반의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자율주행 분야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입니다.


매출의 50%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나오는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양산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화제를 모은 스트라드비젼의 김준환 대표를 EO가 만나봤습니다.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트라드비젼의 대표 김준환이라고 합니다. 스트라드비젼은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와 자율 주행에 필요한 인식 기술, 특히 카메라 기반의 인식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글로벌 부품사와 제조사에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일부를 차량 스스로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 기계장치를 제어하는 기술


글로벌 OEM 자동차 양산 대수가 연간 8,000만 대에서 1억 대 사이인데, 현재까지 수주된 자동차가 약 1,300만 대입니다. 2024~2025년이면 본격적인 라이센스 매출액이 500억 원에서 1,000억 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 회사 이름이 독특한데 바이올린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으로 유명하거든요. 우리 회사 역시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지었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 한 대가 100~150억 원 정도 하거든요? 사실 그냥 보면 10만 원짜리 바이올린이나 1억 원짜리 바이올린과 큰 차이가 없는데 시장 가치로는 100배나 차이가 나는 거예요.


기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기술 수준이 점점 높아져서 95~96%까지 올라가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1% 차이가 시장 가치로는 10배 혹은 100배 차이를 만들 수 있거든요.


물론 기술력을 1% 성장시킨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의 비전 기술 수준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을 열심히 독려하고 있습니다. 1%의 기술 차이가 100배 이상의 시장가치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Q. 어렸을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카이스트 물리학과를 다니면서 선배가 만든 벤처회사에서 SI(System Integrator)* 일을 했는데 '다음에 창업할 때는 기술 회사를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그 후 코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주제로 의료 영상 처리를 연구했습니다.

*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에 관한 기획에서부터 개발과 구축, 나아가서는 운영까지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그때도 창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의료 분야에서는 창업하기가 어렵겠더라고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데 저항이 큰 분야라서 의료 영역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사업은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렇게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삼성전자를 정말 재미있게 다녔습니다.


'그래도 내 사업을 하면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창업한 회사가 올라웍스였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선후배와 함께했던 첫 번째 창업이었죠. 원래부터 로봇을 잘 만드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한 번에 로봇 전체를 만드는 건 어려우니까 로봇의 눈부터 만들기 시작한 게 올라웍스였습니다.

Q. 올라웍스는 인텔이 직접 인수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요. 사업 아이템을 얼굴 인식으로 정한 이유가 있었나요?


얼굴 인식을 통해 사진을 정리해주는 앱을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같이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면 얼굴 인식으로 서로를 연결해주는 개념의 B2C 앱을 개발했는데, 서비스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만으로 앱을 만들다 보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6년 당시에는 얼굴 인식 기술이나 AI가 별로 유행하지 않던 시기였거든요. 기술이나 컨셉 측면에서는 상당히 앞서갔다고 생각하지만, 사업적으로는 실패한 거죠. 그 기술을 3~4년간 더 발전시켜서 제조사에 소프트웨어로 팔게 됐습니다.


B2B로 전환해 사업을 이어가다가, 지금의 스트라드비젼을 창업한 포항공대 전봉진 박사를 만난 거예요. 포항공대와 산학과제를 진행하면서 전봉진 박사와 포항공대 후배들이 올라웍스에 많이 합류했고,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무렵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던 시점이었는데, 마지막 피처폰과 맨 처음 출시된 스마트폰에 올라웍스의 얼굴 인식 기술을 넣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사업을 포커싱했고요.


당시에 인텔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올라웍스의 양산 경험과 실적을 인텔이 잘 알고 있었거든요. 결국 인텔에 인수가 됐죠. 60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40%까지 났던 회사라 매각하지 않고 계속 갈 수도 있었지만, 주주와 직원 입장에서 베네핏이 돌아가도록 정리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왼쪽에서 첫 번째, 두 번째)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 전봉진 박사

Q. 스트라드비젼은 전봉진 박사가 처음 설립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전봉진 박사가 올라웍스에 기여한 것에 비해 베네핏을 받지 못하고 인텔에 합류했는데, 나중에 꼭 다시 창업하자고 저희끼리 약속을 했었어요. 후에 전봉진 박사가 먼저 창업하면서 저도 합류하게 된 거죠.


전봉진 박사가 워낙 좋은 문자 인식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함께 일했던 포항공대 후배들도 컴퓨터 비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어요. 이 정도 기술력으로 B2B만 정확하게 타깃팅해서 사업한다면 최소 올라웍스만큼은 성장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때도 스마트폰 산업은 계속 잘 됐거든요. 스마트폰의 얼굴 인식 기술을 만들면 스마트폰 제조사에 분명히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 산업이 이미 포화 상태였던 거예요. 시장이 성장하는 분야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전봉진 박사의 경량화 기술을 활용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스마트폰보다 작은 반도체를 쓰면서 인식이 중요했던 제품이 당시 구글 글래스 같은 웨어러블 기기였거든요. 저희의 외국어 문자 인식 기술이 구글 글래스에 들어가서 동작은 잘했어요. MWC 같은 전시회에도 참여하면서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웨어러블 시장이 더 커지지 않더라고요.

Q. 기술은 있었지만, 시장이 열리지 않은 단계였네요. 웨어러블 사업을 접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피벗한 계기였나요?


그렇죠. 일단 웨어러블 사업은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앱스토어에 올려도 많이 퍼지지 않았어요. 일반 소비자가 하루에 한두 시간씩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없었습니다. 힘든 거에 비해 효용이 별로 없었던 거죠.


그 당시가 카메라 대수가 점차 많아지고 카메라에 요구되는 기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였거든요. 웨어러블 분야에서는 수익이 안 나는 상황인데, 자동차 쪽에서 문의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ADAS나 자율 주행에 카메라가 올라갈 거라는 건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사실이었고, 이를 구현하려면 카메라가 많이 늘어날 거라고 판단했어요. 본격적으로 고객사와 미팅하면서 자동차에는 우리 기술이 들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다만 구글 글래스나 스마트폰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고 봤고요.


포스텍 전산과에서 딥러닝, AI, 컴퓨터 비전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처음에는 자동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어요.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인증을 받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자동차 회사와 미팅을 하니까 양산 프로젝트를 추가로 따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에 오래 계셨던 프로젝트 매니저와 오토모티브 엔지니어분들을 많이 영입했어요. 현재는 그분들이 주축이 되어서 딥러닝과 AI 알고리즘을 어떻게 자동차에 양산 제품화하는지 메꿔주고 계시고요.

Q.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맨 처음에는 고객사 확보가 정말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시드 투자를 현대자동차에서 받으면서 PoC(Proof of Concept)* 프로젝트 몇 개를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양산 단계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거죠.

* 기존 시장에 없었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검증하는 과정. 특정 방식이나 아이디어를 실현하여 타당성을 증명하는 것을 뜻한다.


해외 시장에 나갈 때는 독일 지사장인 안드레아스가 독일에 웬만한 부품사, OEM과 연결되어 있어서 첫 미팅까지는 다 성사가 됐습니다. 독일에서 요구하는 여러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술 개발을 하면서 양산 단계까지 갈 수 있었어요.


현재 해외 진출 현황을 보면 양산 OEM 기준으로 독일과 중국, 일본과 미국의 글로벌 부품사와 PoC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미국 특허를 기준으로 179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로 카메라 인식 기술, 딥러닝 그리고 핵심 기술 특허화입니다.


글로벌 회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특허 양과 질이 있기 때문에 매출의 5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앞으로는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물론 부품사와 제조사의 요구 사항이 다 똑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개발한 기술은 공통된 부분이 있고, 변형 역시 한국에서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확장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다만 교통 표지판이나 차선은 국가별로 달라서 다른 국가에 들어갈 때마다 다시 적용해야 합니다.

2019년 송년회 겸 워크숍에서 찍은 스트라드비젼 단체 사진

Q. 170여 명의 큰 조직을 이끄는 대표로서 겪는 어려움도 있으실 텐데요.


170명의 구성원이 어떻게 보면 많지만, 저희 프로젝트에 비해서는 굉장히 적습니다. 170명, 그 이상의 구성원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달려도 될까, 말까 한 일이거든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이 원(one)팀이 되는 게 정말 중요한데, 참 어렵고 저 역시 잘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그래도 기술적인 의사 결정은 철저하게 기술자가, 조직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 그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이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하게 합니다. 어떤 문제든 결국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요.


사업에 어려운 점이 정말 많잖아요. 그걸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실상 경영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힘든 점이 있지만, 저는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비관으로 빠지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저글링을 하거나 체스를 두는데요. 특히 체스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경영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짧은 게임이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전략과 전술이 있잖아요. 그게 회사의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어요. 어쩌면 IPO까지 체스 한 게임에 다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

Q. 마지막으로 스트라드비젼의 목표를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업계 전공자들은 완전 자율 주행까지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사고 시 책임 소재가 따르기 때문에 사람보다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100% 정확도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당장은 ADAS나 부분 자율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스트라드비젼 기술에 굉장히 자신이 있어요. 시장 상황도 아주 좋습니다. ADAS나 자율 주행은 계속 확장되는 시장이고 스트라드비젼의 포지션이 한국을 포함해 독일이나 중국, 일본 등에서 아주 좋은 편이거든요.


지금부터 주요 OEM 회사에 들어가서 1,300만 대가 아니라 연 2,000만 대 이상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글로벌 스케일의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동물과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부상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1년 1월 공개된 <기업가치 1700억 평가 받은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월드 클래스 공돌이>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스케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스트라드비젼의 대표, 김준환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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