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받지 않으면 그 자체가 이변이 될 시상식

조회수 2021. 04. 25.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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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이슈 알려줌]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프리뷰 ②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미나리> ⓒ 판씨네마(주)
6. 윤여정이 상을 받으면 남기는 기록들
<미나리>의 윤여정이 상을 받으면 100년을 향해 가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가 바뀔 수 있다.

단지 한국배우 사상 첫 수상 기록만을 남기는 게 아니다.

지금껏 프랑스어(마리옹 꼬띠아르), 이탈리아어(소피아 로렌, 로베르토 베니니), 스페인어(페넬로페 크루즈) 등 유럽권 언어를 사용해 상을 받은 배우는 있었어도, '비유럽권'의 언어만을 사용해 상을 받은 배우는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사요나라>(1957년)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가 연기한 '카스미 켈리'는 몇몇 대사를 빼곤 거의 영어를 사용했다(이후 아시아계 배우의 여우조연상 수상은 없었다).

하지만 윤여정은 대부분의 대사 연기를 한국어로 소화했다.

지난해 <기생충>이 자막의 장벽을 넘었음에도 연기 관련 후보가 없어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남겼다면, <미나리>에선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린 셈이다.

한편, 73세의 윤여정이 상을 받으면, 또 하나의 기록이 작성된다.

<인도로 가는 길>(1984년)의 페기 애쉬크로프트(77세), <하비>(1950년)의 조시핀 헐(74세)에 이어, 최고령 여우조연상 수상자 기록에 이름을 남기게 되는 것.

한편, 미국 현지 영화전문매체의 예측 결과를 보면, 윤여정이 상을 받지 않으면 그 자체가 이변이 될 정도라는데,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영화 <소울>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7. 애니메이션은 이번에도 디즈니·픽사의 것?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설된 장편애니메이션상 부문에서 디즈니·픽사 작품은 과반이 넘는 13편을 수상했다.

특히 2010년대 '디즈니 리바이벌' 시대에 들어서선 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디즈니·픽사가 수상했는데, 이번에도 그 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는 올해 국내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 <소울>이다.

이미 <업>(2010년)과 <인사이드 아웃>(2015년)을 통해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피트 닥터 감독은 <소울>로 3번째 수상을 노리고 있다.

<소울>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저마다의 성격을 갖춘 영혼이 지구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보여줬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제이미 폭스 목소리)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티나 페이 목소리)가 함께 떠나는 모험은 관객에게 공감과 위안을 전달했다.

<소울>은 장편애니메이션상뿐 아니라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 음악감독, 그리고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가 참여한 OST를 통해 음악상을 '사실상 예약'하며, 2관왕을 노리고 있다.

한편, <소울>의 가장 강력한 경쟁 후보로는 톰 무어, 로스 스튜어트 감독의 <울프워커스>가 있는데,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뽑는 제48회 <애니어워드>에서 '독립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소울>은 해당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출처: 영화 <더 파더> ⓒ 판씨네마(주)
8. 치매와 청각장애, 생각해볼 여지 제공한 영화들
이번 시상식에선 치매와 청각장애라는 장애와 관련된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는데, 공교롭게 두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모두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먼저, <더 파더>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노인 '안소니'의 기억에 혼란이 찾아오고, 완전했던 그의 세상을 의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8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안소니 홉킨스는 기억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안소니' 역을 맡아 거장의 저력을 뽐냈다.

그결과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치매라는 병을 단순히 관객의 눈물을 유발하기 위한 신파의 요소로 사용하지 않았던 점도 영화의 품격을 높여줬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헤비메탈 드러머 '루빈'이 갑자기 찾아온 청력 손실로 인해 갈등하고, 고뇌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루빈'을 연기한 리즈 아메드만큼이나, 주목받은 인물은 남우조연상 후보인 폴 라시였다.

'루빈'을 돕는 '조'를 연기한 폴 라시의 부모는 모두 청각장애인인데, 덕분에 배우의 연기에선 진실함이 묻어났고, 주요 비평가협회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사운드 오브 메탈> 역시 <더 파더>처럼 청각장애인들을 비장애인의 동정 어린 시점에서 그리지 않아 호평받았다.

특히 청각장애인이 겪는 상황을 뛰어난 음향 편집으로 구현하며, 가장 강력한 음향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출처: 영화 <맹크> ⓒ 넷플릭스
9. OTT 춘추 전국시대, 아카데미의 판도 바꿀까?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당초보다 2달 연기된 4월에야 열리게 됐다.

심사 대상도 바뀌었는데, '극장 개봉' 작품을 기본으로 선택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시상식에 한해서는 OTT 작품도 심사 대상이 됐다.

덕분에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훌루, HBO 맥스, 아마존 프라임, 애플 TV 등 다양한 플랫폼의 작품들이 후보로 지명됐다.

매번 아카데미 작품상을 놓쳤던 넷플릭스는 이번에도 많은 작품들을 후보로 배출했다.

작품상 후보인 <맹크>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을 비롯해 남우주연상이 유력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힐빌리의 노래>, <미드나이트 스카이> 등이 있다.

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에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인 <노매드랜드>가 디즈니의 품에 안긴 폭스 자회사 '서치라이트'의 배급 작품이기 때문에, 여전히 OTT 오리지널 영화의 장벽은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

서두에 언급한 디즈니·픽사 <소울>의 라이벌로, 아시아계 배우들이 전격 참여한 글렌 킨 감독의 <오버 더 문>이 있었으나, 넷플릭스 공개 이후 수상 확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말았다(물론, <소울>은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미국에선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됐다).

하지만 "두드리면 열린다"라는 말이 있듯이, OTT 오리지널 작품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문은 언젠가 열리지 않을까?
출처: 영화 <테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0. 데이빗 핀처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언제…
두 감독은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감독'이지만, 아카데미 '감독상'과 큰 인연은 없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년), <소셜 네트워크>(2010년)에 이어 <맹크>를 통해 세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지명됐다.

<맹크>는 최근 그가 만든 영화 중 '작품성'으로는 최고로 평가받으며, 작품상을 포함해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현지에선 미술상만 수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맹크>는 오손 웰즈 감독의 걸작 <시민 케인>(1941년)을 쓴 작가 '허먼 J. 맨키비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시민 케인>이 아카데미 각본상만 받은 것과 같은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역시 <메멘토>(2001년/각본상), <인셉션>(2010년/각본상, 작품상), <덩케르크>(2017년/감독상, 작품상)로 후보에 연이어 올랐으나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신작 <테넷>의 경우에는 자신의 이름은 빠진 채 시각효과상 후보 지명에만 그치고 말았다.

다행히 큰 경쟁작(블록버스터 작품 등)이 없고, '인버전' 장면을 뛰어난 영상미와 함께 보여준 덕분에 시각효과상 수상 가능성은 제일 높다.

'타임지'는 "해독하기 어려운 플롯(각본상 미지명)과 거의 들리지 않는 대사(음향상 미지명)와 달리, 음악상과 촬영상만큼은 후보에 올랐어야 했다"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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