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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길거리 캐스팅' 포기..60넘어 모델 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조회수 2021. 4. 26.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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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아저씨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SNS를 장악해 댄스 영상 하나로 9백70만 뷰를 기록했다. ‘시니어 BTS’로 불리며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는 그룹 ‘아저씨즈’와의 힙했던 만남.

아저씨즈 멤버 홍인국, 김재우, 이정우, 박성만, 지성언, 정승훈(왼쪽부터).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지난해 9월 25일 첫 업로드된 아저씨즈의 ‘할배 신발 챌린지’ 영상이 조회 수 16만6천을 기록했다. 해당 영상은 붉은색 등산복을 입은 한 아저씨가 손에 들고 있던 로퍼를 던지자 멋쟁이 아저씨로 변신하는 숏폼 콘텐츠로 “할배가 어디 있는데요??” “간지가 킹스맨급”이라며 젊은 층의 격한 반응을 몰고 왔다.


아저씨즈는 6명의 시니어 모델로 구성된 아저씨 그룹으로, 가장 맏형인 지성언(66), 리더 이정우(65), 홍인국(63), 박성만(62), 정승훈(57), 김재우(56)로 구성됐다. 


사실 아저씨즈는 시니어 패션 콘텐츠 스타트업 ‘더 뉴 그레이’를 운영하는 권정현(32) 대표의 시니어 인플루언서 비즈니스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팀이다. ‘시니어 메이크오버’라는 유료 서비스로 시작해 지난해 9월부터 시니어 인플루언서 사업 아저씨즈를 선보인 것. 현재 아저씨즈는 패션을 활용한 숏폼 콘텐츠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아저씨즈 이름이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어요.


이정우 처음 팀 이름은 ‘그레이 아이콘’이었는데 활동을 시작하면서 ‘헬로우 젠틀’이라는 이름으로 바꿨어요. 그러다 지난해 가을쯤 권 대표가 먼저 브랜드 네임에 대한 부분을 신경 쓰자고 제안했어요. ‘헬로우 젠틀’ ‘아저씨즈’ ‘더 뉴 그레이’ 등 몇 가지 골라놓은 이름이 있었는데 권 대표가 그중에서도 ‘아저씨즈’를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여섯 분 모두 시니어 모델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홍인국 전에는 여성화 사업을 하면서 일본에 수출을 하고, 서울 서초동에서 샤부샤부 가게도 운영했었어요. 음식점은 계속하고 있고요. 그러다가 몸이 좀 아파 걷기 운동을 하려고 보니 그냥 걷기는 심심한 거예요.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게 시초가 돼서 패션모델에 지원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아카데미에서 워킹 배우는 것도 너무 부끄러웠어요.


이정우 자영업을 했고, 지금도 일을 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시절 길거리에서 캐스팅 제안을 세 번 정도 받았어요. 패션모델 두 번, 영화배우 한 번 받았는데 당시에는 경제적인 뒷받침이 안 되면 감히 엄두도 못 냈던 상황이기에 포기 했었죠.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는 학교 다니면서 주경야독했어요. 


미련을 갖고 있다가 60세 넘으면서 가족들한테 해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모두 반대하더라고요. 재작년에 마지막으로 허락해달라고 사정했는데, 우연찮게 모델 기회가 한두 번 오다 보니 현재는 저를 완전히 밀어주고 있습니다.

김재우 저는 3개월 전에 MBN의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용접공 김재우’로 이름을 조금 알렸어요. 


인생이 참 기가 막혀요. 제가 대구에서 용접 관련 제조업체를 운영해 늘 작업복 차림으로 일하고 있는데 우연히 대구FC 프로 축구단을 후원하는 대구FC엔젤클럽의 일원으로 패션쇼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어요. 특이하게도 패션쇼에 먼저 서고 모델을 꿈꿨죠. 무대에 서보니 기분이 짜릿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내가 이런 일하면 뭐 하노”하면서 굉장히 부정적이었거든요.


지성언 저는 LG그룹에서 33년간 근무하면서 그중 30년을 중국권에서 주재원으로 있었어요. 특히 LF(엘지 패션) 상하이 법인장을 하면서 10년 동안 스타일도 바뀌고 일명 패셔니스타가 됐죠. 2015년에는 상하이에서 길거리 캐스팅돼 TV 광고를 찍고, 쇼핑 명소인 신천지 거리에서 화보도 찍었죠. 


그 당시 제가 유일한 외국인인 데다 60대였어요. 사실 저는 아직 모델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저씨즈’가 뜨면서 저한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성만 저는 현대자동차에서 31년간 근무하다 2019년 정년퇴직했어요. 젊었을 때는 영화 연출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신입 사원 시절에는 오후 6시 땡 하면 퇴근해 7시 30분부터 MBC 아카데미 수업을 1년 동안 듣기도 했지요.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은데 마침 또 집사람을 만나 사랑에 불타서 결혼하게 됐죠. 그 감정을 30년 동안 감추고 있다가 정년퇴직할 때 시니어 모델 쪽으로 생각을 옮기게 됐습니다.


정승훈 저는 직장도 다녔고, 장사도 해봤고 지금은 보험회사에 근무하면서 모델 일을 병행하고 있어요. 2019년 10월쯤 집사람이 지인을 통해 모델 대회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는 사람 옆구리를 찌르더라고요. “당신 가면 될지도 몰라. 나가봐요” 하길래 분위기 파악만 하고 올 생각으로 대회에 참가했어요. 


그런데 본선까지 진출하고 수상까지 하면서 제 가능성을 봤어요. 심지어 KMA(한국모델협회)에서 개최한 제1회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였거든요. ‘아, 먹히겠구나’ 판단하고 과감하게 뛰어들었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주로 쓰는 틱톡이라는 플랫폼에서 아저씨들이 춤을 춘다는 건 마치 세대 간의 만남처럼 느껴져요. 감회가 어떠세요.


지성언 우리가 사람은 빈티지지만 노는 건 새 마당에서 놀아야 해요. 이런 옷을 입고 스타일을 갖추고 탑골공원 가서 춤추면 느낌이 나겠어요? 결국은 트렌드에 맞춰 운동장에서 움직여야 많은 젊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겠죠. 비록 숨은 좀 가쁘더라도 BTS 비트에 맞게 춤을 춰야 해요. 저는 틱톡이나 릴스를 미래와 접속된 플레이그라운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가 그것은 사용함으로써 젊은이들하고 소통할 수 있고, 영향력을 빨리 발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홍인국 선생님은 전문적으로 춤을 배우신다고 들었어요.


일주일에 두 번씩 파핀(Poppin) 수업을 받고 있어요. 제 특기를 하나 가지고 있어야겠다 싶더라고요. 완전히 젊은 친구들이 하는 걸 한번 배워보자는 생각에 관절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약 먹어가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웃음). 


개인 교습으로 30대인 아들과 함께 배우는데, 파핀 선생님은 부자가 같이 춤춘다는 걸 굉장한 이슈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파핀 대회에 저희 부자를 출연시켜보고 싶다고도 하고, 앞으로 터질 영상이 무지하게 많아요.

요즘 말로 ‘온 앤드 오프’라고 하죠. 아저씨즈 시작하고 나서 일할 때뿐 아니라 일상도 180% 달라지셨을 것 같아요.


김재우 대구는 서울에 비해 문화적인 부분이 다소 약해 백화점 쇼핑이 전부였었어요.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지방과 서울 격차도 거의 없어진 듯해요. 요즘 보면 저희 두 딸 친구들이 아저씨즈를 보고 “야야, 느그 아빠 아이가”라며 계정에 들어오더라고요.


홍인국 자녀들과의 대화 주제가 달라졌어요. 이 나이가 되면 대화 주제가 ‘내’가 아닌 ‘자식’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주제가 저예요. “아빠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 게 좋고”라며 아이들이 모니터링을 하고 조언해주니 대화하기 너무 편한 거예요. 그리고 아들 친구들, 며느리 친구들까지 인스타그램 팔로를 열심히 걸어주더라고요.


정승훈 가끔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그전에는 동네 슈퍼를 대충 슬리퍼 신고 갔는데 이제는 그냥 못 가겠더라고요. 가까운 슈퍼라도 어느 정도 차려입고 가게 되고 이런 부분들이 많이 바뀌었죠(웃음).

아저씨즈 멤버 김재우, 홍인국, 이정우, 박성만, 지성언, 정승훈(왼쪽부터).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으신가요.


홍인국 국내를 섭렵하고 우리만의 특기를 만들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요. 전 세계의 젊은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첩보’에 의하면 우리 같은 조직을 만들려고 꿈틀거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웃음). 저희가 선두 주자로 나서려면 노력을 더 많이 해야겠죠.


박성만 이제 찐 아저씨 역할도 좀 하고 싶어요. 10~20대 아이들한테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DM이 종종 와요. 그런 메세지를 받으면 저도 자식 키우는 입장이라 가슴이 좀 찌릿찌릿하거든요.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도 좋지만 ‘젊은 친구들의 상담 역할을 해도 좋겠다’ 생각했어요. 인생 선배 역할을 하는 거죠.


정승훈 아저씨즈를 더 알리려면 SNS 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인기를 조금밖에 못 얻은 상태라 패션 콘텐츠만 하고 있는데, 그동안 못 했던 유튜브도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자리 잡을 때까지 겸손하게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여성동아 689호 발췌 · 사진 조영철 기자 김도균 / 글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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