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말고 뭐!?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 화제작 10

조회수 2021. 4. 2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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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작년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을 통해 4관왕의 영예를 안았던 바로 그 시상식이다. 올해는 <미나리>를 통해 전 세계 국제영화제의 트로피를 휩쓴 배우 윤여정이 주인공. 윤여정은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역사에 기록될 장면을 남겼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미나리>뿐만이 아니다. 다양성을 중요시하고, 중요시해야 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여러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미나리>와 함께 2020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된 화제작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맹크 Mank, 2020

감독 데이빗 핀처 | 출연 게리 올드만, 아만다 사이프리드
어디서 볼 수 있죠? ▶ 넷플릭스

미국영화연구소 선정 100대 영화, BBC 선정 100대 미국 영화의 1위를 차지한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맹크>는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 허먼 J. 맹키위츠의 집필 과정, 그리고 그가 바라본 1930년대 할리우드의 풍경을 담는다. 할리우드의 위대한 명작 <시민 케인>의 탄생기에 집중하기보단 대공황 이후 할리우드의 추악한 민낯을 조명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를 찾아줘> <소셜 네트워크> 등을 연출한 데이빗 핀처 감독이 내놓은 6년 만의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맹크>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다 노미네이트작이란 사실은 현시대 OTT 플랫폼의 영향력과 위치를 가늠하게 만든다.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

감독 클로이 자오 | 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
어디서 볼 수 있죠? ▶ 극장 (4/15 개봉)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수상작. <노매드랜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족과 일자리를 잃은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이 집을 떠나 작은 밴과 함께 길 위의 삶을 택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펀은 각자의 사연을 지닌 노매드들을 만나고, 이들 각자의 다양한 여정은 펀뿐만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지친 내면을 쓰다듬는다. 작년 가을 베니스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노매드랜드>는 지금까지 개최된 거의 모든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을 품에 안은 올해의 화제작이다.


더 파더 The Father, 2020

감독 플로리안 젤러 | 출연 안소니 홉킨스, 올리비아 콜맨
어디서 볼 수 있죠? ▶ 극장 (4/7 개봉)

동시대에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배우가 있다. 안소니 홉킨스는 그 유형의 대표 배우다. 안소니 홉킨스의 신작 <더 파더>는 자신의 기억과 싸우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뒤죽박죽 섞인 현실, 사랑하는 딸, 자기 자신까지,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을 의심하는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 안소니 홉킨스는 혼란스러운 얼굴만으로 관객을 안소니가 지닌 기억의 미로로 안내한다. <더 파더>와 함께한 시간을 두고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였을지도 모른다”고 밝힌 안소니 홉킨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목됐고, 수상에 성공했다. 84세의 나이의 최고령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수상에 성공한 그는 <두 교황>으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80대에 두 번이나 최고의 연기자로 손꼽혔다는 점이 인상깊다.


미나리 Minari, 2020

감독 정이삭 |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어디서 볼 수 있죠? ▶ 극장(3/3 개봉), 온라인 스트리밍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미나리>의 수상 여부다. 국내에도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과 한국 배우 윤여정, 한예리가 출연한 미국의 인디 영화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20년 초에 개최된 선댄스영화제에서부터. 척박한 아칸소 땅에 뿌리를 내리고 정체성을 일궈가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는 이민자의 땅, 미국인들의 가슴을 울리기 충분했다. 가방 가득 고춧가루와 멸치, 한약, 미나리 씨를 담아온 순자는 미국인 기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한국인 할머니. 특수함 속에서 관객 모두의 보편적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한 윤여정은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 기세를 이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선택 역시 윤여정이었으니, 그녀는 아카데미 트로피를 얻은 한국 최초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의 기록에도 주목해 볼 만하다.


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2019

감독 다리어스 마더 | 출연 리즈 아메드, 올리비아 쿡
어디서 볼 수 있죠? ▶ 온라인 스트리밍

연인 루(올리비아 쿡)와 함께 헤비메탈 그룹 블랙하몬으로 활동 중인 드러머 루벤(리즈 아메드). 어느 날 청력에 이상을 느낀 그는 청력이 급속도로 소실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잃어버린 청력은 다시 찾을 수 없고, 청력을 위해서라면 밴드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이식 수술을 받을 형편도 아닌 그는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해보기로 다짐한다. 낯선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 루벤은 드럼과 사랑하는 연인 모두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두려움의 끝에 선다. 가슴을 울리는 드럼의 사운드부터 끝없는 고요함까지, <사운드 오브 메탈>은 루벤의 청각을 그대로 옮겨놓은 음향 효과로 몰입감을 높인다. 그 사운드를 극장에서 즐길 수 있다면 좋으련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직행했다는 사실은 못내 아쉽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2021

감독 샤카 킹 | 출연 다니엘 칼루야, 키스 스탠필드, 마틴 쉰
어디서 볼 수 있죠? ▶ 극장 (4/22 개봉)

FBI 요원을 사칭한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은 윌리엄 오닐(키스 스탠필드). 그는 감옥에 가는 대신 흑표당의 정보원이 되어 중심인물을 감시하라는 FBI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가 지켜봐야 할 인물은 일리노이주 지부장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 오닐은 흑표당이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사회적 불평등을 경험하며 햄프턴의 뜻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유다 그리고 블랙메시아>는 FBI에게 살해당한 흑표당의 믿음직한 리더, 프레드 햄프튼의 실화를 다룬다. <겟 아웃>의 그늘에서 벗어난 다니엘 칼루야의 무게 있는 연기력에 호평이 쏟아지는 중. 첩자의 입장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오닐을 연기하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 키스 스탠필드의 존재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 2020

감독 아론 소킨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에디 레드메인, 사챠 바론 코헨,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어디서 볼 수 있죠? ▶ 넷플릭스

1968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벌어진 시위대와 경찰의 대규모 충돌 사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그 시위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재판장에 소환된 8명의 재판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다. 많은 인물의 사연을 리듬감 있게 엮어낸 각본과 연출은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을 쓴 말맛의 대가 아론 소킨이 맡았다. 출연진 리스트 역시 놀랍다. 에디 레드메인, 사챠 바론 코헨, 조셉 고든 레빗, 마크 라이런스,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마이클 키튼 등 오스카 주연 후보라고 칭해도 손색없을 쟁쟁한 배우들이 한 스크린에 등장한다. 올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게 돌아간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의 앙상블상, 미국배우조합상의 앙상블상이 이들의 뛰어난 호흡을 증명한다.


프라미싱 영 우먼 Promising Young Woman, 2020

감독 에머랄드 펜넬 | 출연 캐리 멀리건
어디서 볼 수 있죠? ▶ 극장 (2/24 개봉), 온라인 스트리밍

<프라미싱 영 우먼>, ‘촉망받는 젊은 여성’이란 제목은 2016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비틀어 탄생했다. 당시 대학 관계자가 가해자와 이 사건을 촉망받는 젊은 청년의 비극('tragedy' for a promising young man)으로 표현한 것. 그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이가 있으니, 이 작품의 주인공 카산드라(캐리 멀리건)다. 카산드라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당한 7년 전 비극적인 사건에 충격을 받고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매일 밤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를 일삼으려는 이들을 처단하느라 바쁜 카산드라는 친구를 위해 치밀하고 완벽한 복수를 실행하기 시작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93년 역사상 최초로 두 명의 여성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배우 출신 감독 에머랄드 펜넬. <킬링 이브> 시즌 2를 쓰며 평단의 인정을 받은 그녀는 데뷔작으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데 성공했고, 각본상을 품에 안았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Ma Rainey's Black Bottom, 2020

감독 조지 C. 울프 | 출연 비올라 데이비스, 채드윅 보스만
어디서 볼 수 있죠? ▶ 넷플릭스

1927년 시카고의 음악 스튜디오. 불같은 성미와 열정을 지닌 ‘블루스의 어머니’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와 밴드가 녹음을 위해 모인다. 젊은 트럼펫 연주자 레비(채드윅 보스만)가 멤버들과 함께 그들의 인생을 뒤바꿀만한 음악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마 레이니는 자신의 음악을 컨트롤하려는 백인 매니저, 프로듀서의 기를 꺾어놓는다. 두 차례 퓰리처상을 수상한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의 동명의 희곡을 각색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사회의 편견이 그들의 가치를 좌우하는 것을 거부하는 예술가들의 역동적인 힘에 주목한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스만의 유작으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배우조합상 등이 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Borat Subsequent Moviefilm, 2020

감독 제이슨 울리너 | 출연 사챠 바론 코헨, 마리아 바카로바
어디서 볼 수 있죠?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긴 보랏(사챠 바론 코헨)의 미국 탐방기. 그로부터 14년 후, 보랏이 속편으로 돌아왔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은 다시 미국 땅을 밟은 보랏이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그 위에 겹친 혼란의 정치판을 경험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거침없는 풍자 코미디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겠으나, 올해 아카데미에서 이 영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미국 땅을 밟자마자 승승장구해 아카데미의 부름을 받은 윤여정의 강력한 라이벌, 불가리아 배우 마리아 바칼로바다. <보랏>의 속편은 그녀가 이끌어간다는 평이 대다수일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뽐낸 마리아 바칼로바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 시장과 몰래카메라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쳐 할리우드를 뒤집어놓기도 했다. 올해 크리틱스 초이스, 전미 비평가 협회, 런던 비평가협회 등에서 다수의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은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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