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시각장애인 디자이너 "5시간씩 지하철 타고 다니며.."

조회수 2021. 04. 29. 16: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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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화점X브이드림] 장애인 재택근로자 인터뷰 (1) 백영준님

<’출근해서 일해야 능률이 오른다’는 말도 이제 옛말입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 된 시대, 집에서 일하며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는 대신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으니 기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장애인과 기업을 이어주는 회사 ‘브이드림’과 함께 꿈을 펼치는 장애인 근로자들을 만나봅니다.>

<1> 브이드림 소속 디자이너 백영준 씨


70대 시각장애인 백영준 씨는 장애인 HR전문기업 브이드림에서 SNS관리와 카드뉴스 제작 등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력 넘치는데다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검색 능력도 뛰어나다. 


화면을 확대하거나 ‘들리는 웹’을 이용하면 저시력·전맹 시각장애인도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 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내용을 점자로 표현해 주는 점자디스플레이도 유용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점자 디스플레이.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저보다 늦게 입사한 (비장애인) 동료 직원 분들이 ‘후배에게 조언 해 달라’고 하면 좀 민망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내가 ‘잘 부탁한다’고 해야 하는 입장인 걸요. 비장애인과 비교해서 소외되고, 괴로움과 억눌림이 있는 삶을 살아 왔잖아요. 오랫동안 그 타성에 젖어 살았으니 거기서 비롯되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자기중심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에 익숙해서 조금 적응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죠. 나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쿨’하고 진솔한 백 씨. 그의 일상은 규칙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8시 50분쯤 플립(브이드림의 재택근무 관리 시스템)에 출근 체크를 한 뒤 오늘의 뉴스를 쭉 훑어본다. 장애인 관련 이슈를 찾으면 잘 갈무리해 이야기로 만든다. 한 달에 한 번은 브이드림 사무실로 출근해 동료들과 회의하고 근황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상당한 고령이신데, 일을 하고자 다짐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선 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아요. 또 일도 취향에 맞고요. 하기 싫은 일이란 고역이고 노예생활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신체적으로 불편함이 있으니까, 다른 일을 하기에는 많이 제한되는 부분이 있어요. 어디 구청에 가서 노인 일자리를 봐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지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이것(인터넷을 활용하고 디자인 업무를 하는 것) 하나만은 누구에게 뒤처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자신 있는 일을 하게 되니 보람을 느끼고 삶의 질도 좋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일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결국 재가노인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싫었지요. 일을 하면서 삶의 중심을 잡고 나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신데 카드뉴스 만들기 등 이미지를 주로 다루는 업무를 하고 계십니다. 일할 때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글쎄, 이것도 참 답변하기가 어렵네요. 장애유형에서 오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시각장애는 우선 화면을 보는 것부터가 문제니까요. 다른 사람은 한 번 보면 알 수 있는 건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니까 한참을 보다가 단축키를 쓰게 됩니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그런 걸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어요. 소리로 듣고, 촉각으로 느끼고 그런 부분들이요. 읽고 쓰는 속도가 느리다는 약점이 있죠.


플립을 통해 재택근무 하시면서 느낀 장단점이 있나요.


굳이 꼽자면 단체로 생활하는 게 아니라 혼자 일하니까 시간관념이 해이해지기 쉬워요. 그래도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집이 훨씬 편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집을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가면 우선 환경이 열악하니까요. 


집에는 나에게 맞춘 내 장비가 있고,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어서 나름대로 기준을 세운 뒤 편하게 일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브이드림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선배로서 현재 구직 중인 장애인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취업 선배로서 할 수 있는 말은 잘 모르겠지만, 인생 선배로서 할 말이라면 있습니다. 본인의 실력이 미흡하다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 프로젝트도 그렇지만 스스로 자기 힘을 길러야 해요. 많이 건방진 말이지만 내 나름대로 진정성을 담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일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고작해야 장애인 고용공단 정도가 전부였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우리 브이드림도 있고 여러 가지 기회가 있습니다. 나만 해도 브이드림에 입사하기 전에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서 하루 5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배우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다 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시각장애인 중에서, 노인 중에서 나만한 사람이 거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자신의 노력에 떳떳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인터뷰=브이드림 김유원]

장애인 HR솔루션 전문기업 브이드림: 홈페이지 / 블로그


JOB화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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