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 본인이 4차원이라고 밝힌 이유는?

조회수 2021. 05. 0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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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말을 주고받는 내내 그는 웃음기 어린 얼굴로 일관했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봤던 강하늘의 모습과 다름없는 얼굴이었다. 그를 노상 따라다니는 그 수식어와, 역시나 퍽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영호(강하늘)는 이런 그의 모습을 닮아 있다. 짧은 편지에 깊은 설렘을 느끼는 영호에게서 강하늘의 생기있는 얼굴이 비쳐 보인다. 다른 것이 있다면. 꿈도 목표도 아직 찾지 못해 3년째 입시학원에서 시간을 축내던 영호와는 다르게, 강하늘은 10대 때부터 일찍이 무대 연기로 내공을 다져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제대 후 첫 작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소위 인생 캐릭터를 만난 그의 스크린 복귀작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다. 지난 4월 22일 강하늘을 만났다. 보통 같았으면 직접 만나 보다 생생하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겠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그에게서 들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영호처럼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린 적이 있나.

거의 없다. 기다림을 좋아하는 성격이 못 된다. 부모님이 극장에 안 가신 지 오래됐는데. 어머니, 아버지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우리 영화 개봉날을 기다리고 있다. 제대 후 첫 영화기도 하고.


작품 속 인물에 접근할 때, 제삼자로서 캐릭터에 빙의하기보다는 ‘나’로부터 출발하는 연기를 한다고. 영호는 강하늘의 어떤 면을 끄집어낸 캐릭터인가.

시나리오에 영호에 대한 설명이 아주 간결하게 적혀있었다. 채워져야 할 부분들로 많이 비워져 있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두신 건데. 이 역을 맡을 연기자의 느낌으로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을 할 때는 어떤 인물을 연기하려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영호를 나에게 묻혔다. 영호의 기본 틀이 내 모습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런 본인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장면은.

많다. 예고편에 영호가 가로본능 휴대폰을 처음 보고 신기해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가로본능 휴대폰이 출시됐을 때 내가 보였던 반응이다. 영호가 형과 얘기할 때 뒷걸음질 치는 모습은, 내가 학교 때 무서운 선배들을 만났을 때 한 번씩 보였던 반응이다.


<동백꽃 필 무렵> 때에는 대본에 캐릭터 특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있어서 구체화가 쉬웠다고.

<동백꽃 필 무렵> 때에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그리고 싶었던 인물이 정확하게 있었다. 그때는 틀에 나를 가둬놓고 놀 수 있었다면, 이번엔 틀 없이 놀 수 있다 보니 표현하는 데 있어 자유로웠다. 과하다 싶으면 줄여 보기도 하고 적다 싶으면 좀 과하게 해보기도 하고. 연기하는 재미가 달랐다. 둘 다 재밌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영화에서 영호와 소희(천우희)가 좀처럼 만나지를 않는데. 현장에서는 어땠나. 천우희 배우와 많이 만났나.

현장에서는 꽤 많이 만났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같이 찍은 장면도 있긴 했다. 영호가 서울에서 부산에 내려가고, 소희가 부산에서 서울에 올라오는 기차에 탄 장면도 만나서 같이 찍었다. 앵글에 걸리진 않았지만 부산 로케 촬영 시기가 겹쳤고, 현장도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우희 누나 촬영 때 내가 놀러 가고 내 촬영 때 우희 누나가 놀러 오고 했다.


<스물> 때 함께한 이병헌 감독과 친하다고 들었다. 천우희 배우도 최근 <멜로가 체질>로 함께했는데. 혹시 이번 영화에 대해 같이 이야기한 건 없는지 궁금해지더라.

이병헌 감독님이 그런 걸 얘기하고… 그렇게 성실한 타입이 아니다. (웃음x10) 안부를 주고받긴 하는데, 작품에 대한 얘기를 따로 하진 않았다.


영호와 수진(강소라)이 함께하는 신이 많다. 강소라 배우와 <미생> 이후 오랜만에 만났는데. 현장에서 호흡이 어땠나.

소라와는 <미생> 때 만나서 친구가 됐다. <미생> 때부터 워낙 열심히 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인 건 알고 있었는데. 나도 그렇고 소라도 그렇고 나이가 들면서 현장에서 여유로워졌다는 게 느껴지긴 하더라. 우리가 이제 현장에서 더 많은 분과 호흡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됐구나 싶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상대 배우와 눈길, 손길 주고받으며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보다는, 편지 속 문자 너머의 것을 상상하며 기쁨과 설렘을 표현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 로맨스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로맨스 작품들과 또 달랐을 것 같다.

맞다. 편지에 글을 쓰면서, 편지를 읽으면서 오는 설렘을 표현하는 게 많았다. 우희 누나가 녹음해주신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연기했다. 내레이션을 듣는 게, 직접 만나서 연기하는 것보다 내게 더 큰 울림이 있더라. 목소리만 들으니까 내 상상력에 한계도 없어지고 더 풍부하게 생각하게 된달까. 계속 만나서 촬영하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들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좋았다.


연애할 때 연인에게 작품 속 로맨틱한 장면이 담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좋아하는 장면을 오마주 하기도 한다고 말한 걸 들었다.

(웃음x10) 아니 그러니까. 오마주할 때도(!) 있다~ 그럴 때도 있었다~ 뭐 이런 느낌이다. 유명한 말이긴 한데. 왜, ‘후회 없이 사랑해라.’ 이런 말이 있지 않나.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아할 땐 좋아한다는 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편이다. 재밌지 않나. 영화에서 봤던 거, 드라마에서 봤던 거 해보는 거.


사실 이걸 물어보려 꺼낸 말이었다. 그래서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가장 설렜던 장면,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졌던 장면을 꼽는다면.

영호와 수진이 갑자기 바다에 간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갯벌을 걷던 것. 해 떨어지기 전에 찍어야 해서 신경 쓸 것도 많고 빠르게 찍었어야 했던 장면이었는데. 잘 나온 것 같다. 따라 해보고 싶은 장면이다.

현실에서 북웜(강영석)은 강영석이 아니라 강하늘이다. 책을 좋아하니까. 영화 속 소희와 엄마가 운영하는 글벗 헌책방은 독서광이라면 눈 돌아갈 세트였을 것 같다.

헌책방 세트장이 예뻐서 거기서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제목이 확실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희한한 제목의 책이 한 권 있었다. (손가락으로 ‘ㅋ’을 그리며) ‘ㅋㅋㅋ’라는 책이었다. 그 책도 찍고 즐겼다. 세팅을 잘 해뒀더라.


작품 선택에 있어서 장르를 가리고 고른다기보다 대본이 한 번에 읽히고 재밌으면 한다고 종종 언급해왔는데. 혹시 책도 가리지 않고 읽는지.

기본적으로 소설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있다 보니까 빠져들 수 있어서. 사실 군대 가기 전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얇은 책 위주로 읽었다. 얇다기보다는 평균적인 두께의 책을 읽었는데. 군대에서 시간이 많다 보니까. 그동안 읽지 못했던 두꺼운 책을 읽겠다고 목표를 잡았었다. ‘코스모스’, ‘사피엔스’도 읽고, ‘오버스토리’라고 또 두꺼운 책이 있는데 그것도 읽었다. 요즘은 이런 책들에 매력을 느낀다.


영화화되는 소설이 많지 않나. 읽은 책 중 영화화되면 꼭 출연하고 싶은 작품도 있는지 궁금해진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을 경우 영화화된 작품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화된 작품을 먼저 봤으면 원작 소설을 읽지 않는다. 이게 뭐랄까, 내 취향? 내 스타일인데. 영화를 먼저 보면 이미 그 그림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지워지질 않아서, 아무리 소설을 읽어도 새로이 상상이 안 된다. 소설을 먼저 읽으면, 소설로 상상한 그림을 영화에서 표현을 다 못해낸다. 항상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영화가 부족하다. 그래서 두 가지 중 딱 한 가지만 하는 스타일이다. 만약 내가 소설 원작의 영화를 하게 된다고 했을 때, 그 책을 안다면 조금 선택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대본을 읽어봐야겠지만.

<비와 당신의 이야기>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영화 속 인물처럼 안주로 맛소금을 먹게 됐다는 에피소드 잘 들었다. 앞서 언급한 오마주 건도 그렇고… 일상에 영화를 끌어들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예가 있다면.

(웃음x10) 그러니까… 내가 좀 4차원이다. 본 걸 현실에서 하고 그런 게 꽤 많다. <동주> 찍고 나서는 진짜 원고지에 글을 쓰고 싶어서 원고지를 사서 글을 써보기도 했고. 뭐, 그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지는 않지만. (웃음) <동백꽃 필 무렵> 찍고 나서는 진짜 드론을 한번 배워보고 싶어서 드론을 사려 하기도 했고. 그렇다.


그런 취미가 보통 오래가지는 않는 건가.

(소곤소곤) 그렇다. 짧게.


비를 좋아한다고. 맞는 것도 좋아하고. 우산 장인인 영호에게 강하늘은 적과도 같다.

맞다. 비 맞는 걸 좋아해서, 대학로에서 공연할 때 비가 오면 항상 비를 맞는다. 공연하러 가는 길에는 비 맞을 옷을 입고 가고, 현장 가서 갈아입을 옷은 가방에 넣어간다.

시기적으로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찍고 다음에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을 찍었는데. 고민이 많고 생기 있는 20대 초 영호를 연기하다가, 아들을 강하게 키우는 아버지 온협장군을 연기했다. 이렇게 다른 인물을 연이어 연기할 때, 마음을 어떻게 다잡나.

사실 딱히 대단한 게 있진 않다. 대본이 다르니까. 다음 해야 할 대본을 여러 번 읽으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가닥이 잡힌다. 그게 마음을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되더라.


<청년경찰>의 희열을 연기하면서 <빅뱅이론>의 쉘든을 참고했다고 들었다. 캐릭터를 구상할 때 구체적인 레퍼런스를 두기도 하는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할 연기, 내가 맡을 캐릭터는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 이미 존재한다고. 어떤 캐릭터든 분명히 나와 있다. 그래서 도움받을 만한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다면 찾으려 한다. 굳이 굳이 무조건 찾아낸다는 건 아니다. 이 캐릭터와 이 느낌 어디서 본 듯한데 싶으면 찾게 된다.


본인 작품은 불편해서 모니터링을 잘 안 한다고 들었는데. 다른 작품은 잘 챙겨보는 것 같다. 강하늘의 최애 드라마는.

재밌게 본 게 있는데. 다들 재밌게 보고 이미 많이 보셨을 것 같아서… (주저주저) <종이의 집> 진짜 재밌게 봤다. 시즌 나올 때마다 다 챙겨봤다.

봐야겠다.

안 봤나. 오늘 당장 넷플릭스, 이거 인터뷰 끝나고 넷플릭스 틀어서 보셔라. 첫 에피소드 보면 못 멈춘다 진짜.

지금의 강하늘은 어떤 캐릭터를 닮았나. 본인이 연기한 인물이어도, 그렇지 않아도 좋다.

지금 느낌 말고, 그냥 나를 닮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은 <스물>의 경재. 내가 느끼는 내 성격은 이렇다. 허당이고, 재밌는 거 좋아하고, 웃는 거 좋아하고. 그런 의미에서 경재가 가장 닮았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극 중 영호가 소희와 수진을 두고 비와 별에 비유한다. 강하늘이 생각했을 때 강하늘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하늘 같은 사람이다. (웃음x10) 나는 생각나는 게 하늘밖에 없다.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무슨~ 말을 갖다붙일까. 잠깐만. (웃음x10) 음… 어… 이런이런. 하늘 같다고 괜히 말했네. 위를 올려다보면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눈에 보이는 편안한 사람이고 싶다. 특별한 어떤 때만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런 사람이고 싶다.


어느새 활동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롱런 비결이 있다면.

진짜 겸손 떨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그렇고, 영화가 또 개봉하는 것도 그렇고. 좋은 사람을 계속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다 운인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노래도, TV도 아무것도 틀지 않고 5분에서 10분 정도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는 시간을 꼭 갖는다. 오늘도 그랬고. 편하게 얘기해서 멍 때린다고 했는데, 일종의 명상 같은 거다. 스트레스는 이렇게 멈춰있는 시간을 가지며 해소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달이 뜨는 강>에 이어, 지난해에 <해적: 도깨비 깃발>을 찍었고. 3월부터 <스트리밍> 촬영도 시작했고. 내년 방송될 드라마 <인사이더>까지. 기다리는 차기작이 많다. 군대 다녀온 후에는 여유 있게 지내겠다고 했는데. 또 바빠 보이는 것 같다.

아. (웃음x10) 고거 다 끝나고 쉴 거다. (결연함과 멋쩍음이 섞인 표정으로) 지금 얘기하신 것들 끝내놓고 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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