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원이 중국인들의 입 속을 파고드는 이유

조회수 2021. 05. 13. 08: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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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연구원 출신의 창업 성공기


‘바이러스프루프(virus proof)’가 일상이 됐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됐고, 구강관리 용품의 판매량도 덩달아 급증했다. 리서치 회사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세계 구강관리 위생 제품 시장은 2020년 458억달러(약 50조5000억원)에서 2025년 533억달러(약 59조4295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구강 위생은 대기업 위주 시장이었는데 최근 다양한 중소기업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인 ‘신의제약’은 칫솔, 치실, 치약, 가글 제품 등을 만든다. 화장품 연구원 출신 김영훈 대표를 만나 사업 스토리를 들었다.

하유미팩 만들어 장영실상 받은 연구원

출처: 신의제약
김 대표는 화장품 연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신의제약의 대표 상품은 가글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제주도 용암해수로 만든 게 특징이다. 에탄올 대신 17가지 식물성 성분으로만 가글 효과를 낸다.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아 천연 가글을 찾는 사람들에게 온라인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 대표는 영남대학교에서 섬유공학으로 석사 학위까지 땄다. "천연 고분자 재료를 연구했습니다. 고분자로 겔(gel) 형태의 제형을 만들 수 있는데요. 이 겔을 활용해 피부에 붙이는 패치나 마스크팩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액체인 에센스를 겔화하면 흘러내리지 않고 피부에 흡수되거든요.”


2003년 마스크팩 제조 회사를 창업한 대학 선배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연구총괄로 근무했어요. 하이드로겔 조성물을 개발해 특허를 내고, 그 물질로 마스크팩을 출시했습니다. 홈쇼핑에서 ‘하유미팩’으로 불리며 히트를 쳤죠. 이 상품으로 2005년 한국산업진흥협회가 주는 장영실상도 받았습니다. 중소 화장품 업체로서는 처음이었죠.”


2006년 회사를 관두고 대구한의대의 화장품 약리학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화장품 약리학은 화장품 성분을 분석하고 개발하는 학문입니다. 유효 성분을 피부에 흡수시키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죠. 박사 학위 취득 후 2009년 병원에 납품하는 기능성 화장품 제조사에 취업해 연구 소장으로 근무했습니다.”

뷰티 시장 포화되자 한 선택
“화장품 기술로 의약외품 시장 도전”

출처: 신의제약
김 대표의 두 딸은 가글 개발의 동기가 됐다.


경력이 쌓이니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샘솟았다. 2013년 7월 화장품 전문기업 제노랩을 창업했다. “마스크팩, 기초화장품, 비비크림, 기초화장품 등을 OEM(주문자상표부착) 제조했습니다.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 수출도 했죠. 연 8억원 정도의 매출을 냈습니다.”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화장품 시장이 치열해지자 위기감이 왔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국내 화장품 업체가 계속 생겼습니다. 석사 때부터 따지면 20여년간 화장품 업계에 몸 담았는데, 화장품 사업만으론 더 성장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화장품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의약외품’에 눈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출처: 신의제약
신의제약 설립 전 출시했던 인삼 가글.
출처: 신의제약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외국인 홍보 모델을 썼다.


화장품 기술 개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의약외품을 찾았다.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부모님과, 양치질 하기 싫다고 칭얼대는 두 딸이 눈에 들어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 꼴로 치주질환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피부 질환만큼 흔한데 스스로 관리하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분야에요. 치과 가는 게 두려워 방치되죠. 일상에서 손 쉽게 구강을 관리하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2017년부터 2년간 인삼을 활용한 가글을 개발했다. 2019년 출시했다. “단백질을 뭉치게 하는 성분을 넣어서 용액을 머금은 후 뱉으면. 입 안에 있는 이물질이 함께 딸려나오게 만들었습니다 구강 세정 효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거죠. 출시 1년 만에 국내에서 15만병, 중국에서 12만병이 팔렸습니다." 온라인몰에서 판매중이다.

기존 제품과 차별점을 내라
“미네랄 풍부 용암수, 특허 용기 개발”

출처: 신의제약
2021년 상해 뷰티 박람회 신의제약 부스 인테리어 조감도.


인삼 가글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었다. 그동안 해왔던 OEM 방식 대신 자사 브랜드로 구강 관리 용품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2020년 10월 )신의제약디앤에프를 세웠다. “기술 개발을 위해 직원 9명 중 5명을 연구인력으로 구성했습니다.”


기존 제품인 인삼 가글은 효자 상품이지만 한계점도 분명했다. 연령대가 높은 소비자들은 인삼향을 좋아하지만, 젊은층은 선호하지 않았다. 모든 연령층이 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가글의 80%가 물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좋은 물을 쓰는 게 중요하죠. 시장 조사를 해보니 타사 제품은 모두 정제수를 쓰더군요. 저희는 ‘심층수’를 써서 차별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출처: 신의제약
제주 용암해수 원샷 가글 수출 파트너십 협약식 당시.
출처: 신의제약
제주 용암수 원샷 가글을 개발하며 등록한 특허들.


제주 용암수 원샷 가글 개발 과정

  • 심층수 조사: 강원도, 울릉도, 제주도의 심층수를 비교•분석한 결과 제주도 용암해수를 사용하기로 했다. 현무암이 이물질과 유해 미생물을 거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네랄 함유량도 풍부하다. 용암해수 생산 업체 ‘제이크리에이션’과 2020년 12월 손잡았다.
  • 전문가 자문: 치과 의사와 교수에게 항균, 구강 염증 등의 의학적 원리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중국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중국 온주의 치과협회장에서 중국인들의 치아 상태, 선호 제품군 등에 관한 정보를 받았다. “코로나19를 중국인들이 구강 관리에 눈 떴다고 합니다. 중국의 인구 수를 고려하면 엄청난 기회인거죠.”
  • 용액 제조: 타사 제품은 에탄올을 3.8~22% 함유하고 있다. 에탄올은 균 억제에 효과적이지만 입마름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입이 마르면 유해균이 성장해 입냄새가 심해진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독한 에탄올을 제외하고 17가지 식물성 성분을 첨가했다. 인공 감미료를 넣지 않고 자일리톨로 시원한 맛을 냈다. 치석방지용 구강 조성물 특허 등록도 완료했다.


출처: 신의제약
제주 용암수 원샷 가글은 용기를 누르면 1회분이 나오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맛은 총 4가지다. 제주도에서만 생산되는 해수를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주의 대표적인 과일 한라봉 맛도 추가했다.

  • 용기 개발: 일반 가글 제품은 뚜껑을 컵처럼 사용한다. 편한 방법이지만 뚜껑에 묻은 이물질로 용액이 오염되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가글 용기를 누르면 1회분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이 용기로 특허 등록을 했다.
  • 이용자 테스트: 겸임교수로 출강 중인 대구 영남이공대학교의 제자 50여명을 대상으로 맛•효과를 테스트했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스피아민트, 쿨애플, 아이스피치, 한라봉 네 가지 맛으로 종류를 확정했다.
  • 제품 출시: 4월 의약외품 허가를 받고 제주 용암수 원샷 가글 4종을 온라인몰 등에 출시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관심을 보였던 일본, 미국, 베트남 등의 바이어들에게는 샘플을 보냈다. 중국에는 이미 11만개를 납품한 상태다.


화장품화공과 교수님의 꿈
"구강 관리 제품의 1등 기업 목표"

출처: 신의제약
김 대표는 신의제약을 국내 최고의 구강 관리용품 회사로 키울 계획이다.


충치, 입냄새 등을 유발하는 균을 억제하는 데 천연물질을 썼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기존 제품 모두 이미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에탄올로 청량감을 주는데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알코올은 충치유발균(뮤탄스균)은 효과적으로 제거하지만, 입안 세포도 죽여버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염증 부위에 알콜이 닿으면 염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죠. 청량감보다는 안전에 방점을 두면서, 천연물질로 균을 억제하도록 했습니다.”


신의제약을 국내 최고의 구강 관리용품 회사로 키우고 싶다. “시린이 치약, 미백 치약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구강 제품은 신의제약이 제일 잘 해’라는 말을 듣는 날까지 효과 좋고 편리한 제품을 개발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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