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분점을 낸 '프랑스 서점'의 정체

조회수 2021. 05. 10. 13: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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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외국에 나가 살아보고 싶은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누구에게나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다. 그곳의 풍경과 문화, 마주치게 될 사람들이 궁금해지는 곳. 버킷리스트를 들춰볼 때마다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이국의 도시 말이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는 요즘. 다시 비행기 타고 떠날 순간을 고대하며, 가보고 싶었던 도시의 맛을 지금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느껴보면 어떨까? 이름하여 하루 만에 [ ]을 여행하는 법.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기분 내 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뉴욕 편에 이은 두 번째 여행지는 파리다. 헤밍웨이가 말했던가,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고. 예술과 패션과 미식의 도시, 자유와 낭만이 살아 숨 쉬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도시, 루브르 박물관의 우아함과 몽마르뜨 언덕의 낭만과 마레 지구의 힙스터 기운이 공존하는 곳. 유럽의 중심지이자 전 세계 여행자들의 로망인 파리를 우린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일단은 숨을 고르며, 천천히 파리를 향한 설렘을 키워가 보자.


#파리의 서점
“예술적 영감이 피어나는 곳”
오에프알 서울

파리지앵이 사랑하는 서점을 서울 경복궁 근처에서 만나보자. 각종 해외 매거진과 아트북, 독립 서적을 판매하는 오에프알 서울. 파리 마레 지구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오에프알 파리의 서울 분점이다. 고즈넉한 서촌 한가운데, 파리 특유의 자유롭고 예술적인 에너지를 품은 작은 서점이라니.

감각적인 비주얼과 알찬 콘텐츠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보물 같은 곳이다. 쉽게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외국 서적들이 종류를 막론하고 펼쳐져 있으니까. <032c>, <Record>, <DOCUMENT> 같은 힙한 매거진부터 독특한 컨셉의 사진집과 드로잉북, 샤넬, 마크 제이콥스 등의 브랜드 아카이브 북, 자체적으로 출판한 여행책 시리즈 <Bon Voyage>까지. 동시대의 독창적인 서적을 꼼꼼히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골랐으면, 이제 굿즈를 둘러볼 차례. 오에프알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에코백, 모자 등은 자칭타칭 힙스터들에게 빠질 수 없는 필수템이 되었다. 이미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자주 봤을지도 모른다. 심플하면서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게, 이 정도면 꾸안꾸 파리지앵 감성 내기에 충분하지 않나?

2층으로 올라가면 빈티지 편집숍 미라벨이 기다린다. 오에프알 서울을 맡고 있는 디렉터 박지수가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로 다양한 빈티지 소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모자나 머리핀, 반지 같은 액세서리와 화병, 타월, 찻잔 등의 리빙템 등 눈이 돌아가는 화사하고 알록달록한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과소비의 늪으로 빠지게 될지도 모르니 조심하자.

오에프알 서울 0fr. Séoul


  •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11-14
  • 영업시간 화-일 11:00-20:00(월, 매달 마지막 주 목 휴무)
  • 인스타그램 @ofrseoul

#파리의 풍경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파리 어드벤처”
<로스트 인 파리>

파리를 그린 영화는 많다. 볼거리도 먹거리도 즐길 거리도 풍성하니까. 자유와 낭만과 예술을 노래하고, 사랑과 행복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숱한 영화들의 배경으로 이만한 도시가 어디 있을까. <미드나잇 인 파리>(2011), <비포 선셋>(2004), <아멜리에>(2001), <라따뚜이>(2007), <퐁네프의 연인들>(1991)… 이중 하나 정도는 본 영화가 있겠지? 만약 또 하나의 새로운 파리 영화를 원한다면, <로스트 인 파리>(2016)는 어떨까.

먼저 꼭 얘기하고 싶다. 이 영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다. 포스터나 스틸컷 이미지만 보고 “딱 봐도 러블리한 로맨틱 코미디구나!” 넘겨짚으면 조금 곤란해질 수도 있다. 물론 사랑스럽지. 그치만 굉장히 엉뚱하고 황당하고 다소 난해한 구석까지 있는 영화다. 기본적인 유머 코드가 전혀 안 맞는 사람도 많을 거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뮤지컬 요소가 거슬릴 수도 있다. 개연성만 생각하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분들에게만큼은 추천한다. 밝고 산뜻하고 아기자기한 파리의 풍경을 애정하는 사람, 작품 전반에 유쾌하고 경쾌한 기운이 깔려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그 정도면 1시간 20분 남짓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마르타 이모를 만나기 위해 파리로 넘어온 캐나다인 피오나. 자신을 구해달라는 연락과 함께 사라진 이모를 찾아 파리 곳곳을 헤매고 다니는 여정이 유쾌한 소동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피오나와 마르타 이모, 피오나를 쫓아오는 수상한 남자 ‘돔’의 행방을 따라가는 영화는 파리 곳곳의 낭만적인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이미 익숙한 에펠탑과 센강은 기본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시뉴 섬과 마네, 드뷔시 등이 잠들어 있다는 공동묘지 빠씨 묘지, 아기자기한 골목에 자리한 노천카페 카페 리노와 선상 레스토랑 바토 막심까지. 모두 세트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장소들을 배경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마르타 이모의 집이나 동네 세탁소 등 일상의 공간도 하나 같이 귀여워서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


워낙 색감이 예쁜 영화라 그런가, 볕 좋은 날의 파리는 참 아름답구나 새삼 느꼈다. 훌륭하게 보존된 옛날식 건물과 돌길은 구석구석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예술의 도시답게 알록달록한 컬러 배치는 또 얼마나 세련됐는지.

아,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지겹다고 느꼈던 에펠탑을 다시 보게 됐다. 어디에서 어떤 각도로, 어떤 배경과 함께 보는지에 참 달리 보이는구나. 후반부 마르타 이모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장면처럼 꼭 한 번 그 위에 올라가 보고 싶다.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파리가 아닌 에펠탑에서 내려다보는 파리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로스트 인 파리>


  • 연출 피오나 고든, 도미니크 아벨
  • 출연 피오나 고든, 도미니크 아벨

#파리의 카페
“전통 한옥에서 만나는 파리지앵 카페”
부트 카페 서울

부트 카페는 과거 구둣방이었던 공간을 카페로 바꾸고 파리지앵과 전 세계 여행객의 사랑을 받아온 카페다. 오에프알 서울을 오픈한 디렉터 박지수가 부트 카페의 서울 지점도 맡고 있다. 오에프알과 도보 1분 거리여서 ‘파리 맛 코스’로 묶어 가기 제격이다.

오래된 한옥 주택에 들어선 부트 카페. 파리 본점이 구둣방을 이어받았다면 서울 지점은 고전 한복의상실을 활용한 점이 재밌다. 파리 점의 파사드를 재현한 벽화를 뒤로 한 채 대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

낮은 단층 한옥으로 둘러싸인 소담한 중앙 마당은 햇빛이 잘 들어 오후의 여유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처마와 서까래와 대들보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 그 아래, 컬러풀한 스툴과 벽 군데군데 붙은 감각적인 프랑스 매거진의 사진들은 공간에 활력과 귀여움을 더한다.

아마 캐주얼한 파리의 매력이 코리안 빈티지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전혀 다른 톤을 가진 한국과 파리의 요소를 한 공간에서 보여줌으로써 이색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부트 카페 파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서울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개성과 정취를 전해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통적 색채가 뚜렷하면서도 동시에 힙한 것들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서촌을 선택한 것, 결코 우연은 아닐 거다.

파리 본점과 마찬가지로 노르웨이의 로스터리 푸글렌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인 푸글렌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입하고 있어 커피 마니아들도 관심을 가지는 중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FAZENDA PASSEIO’라는 이름의 원두를 선보이고 있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마시니 고소하고 무난하게 마시기 좋았다. 좀 더 산미가 있고 과일 단맛이 풍부한 원두도 있을지 다음 라인업이 기다려진다. 연희동의 ‘재인’이라는 디저트 가게에서 가져오는 구움과자 종류도 있으니 같이 곁들여보자. 버터와 소금의 풍미가 훌륭한 프랑스 전통 과자 갈레트 브루통도 커피와 무척 잘 어울려 추천하는 메뉴다.

부트 카페 서울


  •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46
  • 영업시간 수-일 11:00-20:00 (월, 화 휴무)
  • 인스타그램 @bootcafe.seoul

#파리의 잼
“향긋하고 달콤한 파리의 맛”
꽁피튀르 파리지엥 얼그레이 잼

ⓒConfiture Parisienne

너무 흔해서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브랜드별로 종류별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식품. 그 대표적인 예시에 잼도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난 원래 잼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마트나 백화점, 디저트 카페에 가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어렴풋이 알게 됐다. 잼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맛과 브랜드의 세계가 있구나. 그리고 프리미엄 급으로 대우받는 잼들의 대부분은 프랑스에서 왔구나.


그중에서도 ‘꽁피튀르 파리지엥’은 파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잼 전문 브랜드다. 2015년에 시작한 젊은 브랜드임에도 전통적인 방식의 생산과 현대적인 실험을 함께 이어가며 파리지앵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딸기잼뿐만 아니라 무화과잼, 살구잼, 심지어는 라즈베리&초콜릿잼과 레드와인잼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을 자랑한다.

내가 고른 건 얼그레이잼. 뻔하지 않은 걸 먹어보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너무 독특한 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처음 맛을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잼의 형태다. 일반적인 잼의 진득하고 꾸덕꾸덕한 제형과는 다르거든. 젤리나 푸딩처럼 맑고 투명한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훨씬 더 잘 발린다. 잼 나이프나 스푼을 챙겨오지 않아서 없어 보이게 나무젓가락을 이용했는데도 쓱쓱 고르게 발라 먹기 편했다.

ⓒConfiture Parisienne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좋았다. 얼그레이 특유의 향긋함은 있으면서도 거슬릴 정도로 진하지 않고, 설탕 대신 사탕수수를 써 보급형 잼에서 느껴지는 과한 단맛이 없다. 사과 주스와 시트러스 펙틴이 첨가돼 상큼한 맛도 따라오는 게 특징. 한 번에 많이 발라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스콘이나 머핀, 팬케이크, 크래커 등과 함께 먹을 때 훌륭한 조합을 자랑한다고 한다. 나는 동네 빵집에서 산 크루아상에 발라 먹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은은한 버터 향이 풍기는 크루아상 반쪽을 찢어 겹겹이 층을 이룬 안쪽 부분에 듬뿍 발라 한 입 베어 물면… 바로 진한 블랙커피가 생각나는 맛이다. 가장 무난하게는 식빵이나 모닝빵 같은 담백한 종류로 고르면 충분히 기분 좋은 아침 식사가 될 것 같다.

ⓒConfiture Parisienne

다 좋은데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적지 않냐고? 맞다. 1병에 30g인데 두세 스푼 정도면 끝난다. 대신 맛보기라고 생각하자. 종류가 다양한 만큼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고 내 취향에 맞는 잼을 고르는 거지. 맘에 드는 게 있다면 100g 용량으로 구매하면 된다. 물론 100g도 용량 대비 비싼 건 마찬가지이지만.


꽁피튀르 파리지엥 얼그레이 잼


구입처마켓컬리

가격 4,800원

인스타그램@confitureparisie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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