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사진첩이 열렸다"..Z세대는 모르는 '라떼 SNS'의 부활

조회수 2022. 4.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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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r는 ㄱr끔 눈물을 흘린ㄷr☆”

그 시절 감성을 기억하시나요? 이 문구는 가수 채연이 2000년대 ‘눈물 셀카’ 사진과 함께 올린 글입니다. 알파벳과 기호를 섞어 문장을 표현하는 방식이 당시 유행이었죠. 일종의 밈(meme, 인터넷 유행)이 되어 지금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로 활용하는데, 15년 전만 해도 싸이월드가 이 세계 ‘최강자’였습니다. 아이템을 살 수 있는 도토리를 주고 받는 일이 지금 카카오톡으로 이모티콘을 선물하는 일만큼 흔했지요. 지금은 ‘팔로워’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그때는 친한 사람끼리 ‘일촌(친구)’를 맺어야 서로의 미니홈피를 볼 수 있었어요.

싸이월드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시대가 오기 전인 2000년대 중후반, ‘토종’ 소셜미디어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용자가 급감했고 결국 2019년 10월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년 만의 일이네요.

그런데 최근 싸이월드가 다시 부활했다는 소리에 밀레니얼 세대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버전 싸이월드 앱이 출시된 것인데요. 출시된 직후 2022년 4월 3일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국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지요. 서비스가 재개되면서 휴면 해제한 이용자는 300만명을 넘겼습니다. 주로 10~20대에 싸이월드를 썼던 3040 세대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배우 전소민이 싸이월드에서 건진 옛날 사진들. /전소민 인스타그램

사실 소셜미디어는 날로 발전하지요. 그런데 왜 2000년대 유행했던 싸이월드에 밀레니얼 세대들이 관심을 보이는 걸까요? 싸이월드를 부활시킨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일종의 디지털 타임캡슐이잖아요. 사실 지금 연락이 끊긴 대학 친구들도 많은데 다시 연락은 못 하더라도 같이 놀았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테니 앱을 깔았어요. 계속 쓸 생각은 없지만 한 번 날을 잡아 사진들을 다운로드 받아 놓으려고요.” (30대 A씨)

“괜히 찜찜해서 깔았습니다. 서비스 종료하면서 사진도 다 지워지는 건 줄 알았는데 다시 복구라니요. 전에 사귀었던 사람들을 우연히 아내가 찾아보기라도 할까 겁도 납니다. 의외로 이런 ‘흑역사(과거 안 좋은 기억)’를 지우기 위해 접속한다는 주변 친구들도 많아요.” (40대 B씨)

“싸이월드를 그 전엔 들어본 적도 없어요. 첫 소셜미디어는 페이스북으로 시작했죠. 워낙 새로운 앱에 관심이 많아서 슬쩍 살펴봤는데 이건 디엠(DM, 다이렉트 메시지) 기능은 없는 건가요?” (20대 C씨)

그렇습니다. 싸이월드는 ‘디지털 타임캡슐’인 동시에 ‘모바일 판도라의 상자’이기도 해요. 어떤 이에게는 출시된 지 20년이 넘은 이 앱이 ‘신상품’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아직까지는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면서 싸이월드에서 활동하는 사람보다는 일회성으로 호기심에 과거 여행을 하고픈 사람들이 접속을 많이 하는 듯합니다.

유명인들을 비롯한 2030은 싸이월드에서 찾아낸 오글거리는 흑역사를 오히려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기도 해요. 작사가 김이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금단의 사진첩이 열렸다”며 과거 사진들을 공개했지요.

그는 “04년도에 정확히 05학번 피식대학 스타일의 나도 있고 사촌 동생 장가도 보내고 너무 보고 싶은 우리 할부지도 있고…”라며 추억에 젖습니다. 이 모습이 싸이월드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유명인의 싸이월드 계정을 찾는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가수 임영웅의 팬들이 임영웅 미니홈피를 찾아 나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이름이 특이하니 실제로 임영웅씨가 휴면 해제를 한다면 찾기 어렵진 않을 테지요.

한마디로 아직 싸이월드는 새로운 소셜미디어보다는 ‘추억팔이’ 놀이용으로 소비되는 모양새입니다. 지금도 사진첩은 계속 복원 중인데요, 2022년 5월 초는 돼야 90% 이상 업로드 된다고 하네요.

가수 채연이 싸이월드에 올렸던 게시물은 아직도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그렇다면 싸이월드는 왜 다시 돌아왔을까요? 이 답 역시 메타버스에 있습니다. 싸이월드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는 애초 싸이월드와 연동되는 메타버스 ‘싸이월드 한컴타운’을 싸이월드 앱과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었어요.

메타버스 개발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사진첩과 미니룸 기반의 싸이월드를 먼저 출시한 것이죠. 메타버스 싸이월드는 미니룸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접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동된다고 합니다.

소규모 일촌 모임 공간인 ‘마이룸’, 다수가 동시 접속할 수 있는 광장인 ‘스퀘어’ 기능도 있다고 하네요. 이 스퀘어는 쇼핑이나 금융, 부동산 등 오픈마켓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IBK기업은행, 메가박스, GS리테일 등이 제휴를 맺었습니다.

NFT(대체 불가 토큰) 사업과도 연결됩니다. 사용자가 제작한 아이템과 NFT를 결합한 ‘싸이월드 투언(C2E, Cyworld to Earn)’ 서비스도 선보인다네요. 2040 세대가 NFT에 입문할 수 있도록 공식 코인 ‘도토리’를 연동하고 국내 코인 거래소에 상장할 준비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단순히 과거 여행인 줄 알았던 싸이월드 서비스 재출시가 사실은 미래 산업과 연결돼 있었던 것이죠. 아무래도 기존 사용자들이 돌아오면 메타버스 사업 초기 이용자를 확보하기도 더 쉬울 겁니다.

싸이월드

☞Z세대를 위한 ‘그 시절’ 싸이월드 이용법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Z세대는 싸이월드가 낯섭니다. MZ세대로 함께 묶이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도 어느새 디지털 장벽이 생겼네요.

싸이월드에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몇 가지 주요 기능이 있었는데요, 미니홈피는 내 방처럼 일촌들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물론 방을 꾸밀 배경화면도 살 수 있었죠. 물론 방 분위기에 맞는 BGM(배경음악)도 사서 깔 수 있었습니다.

일촌을 타고타고 다른 사람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행위를 ‘파도타기’라고 불렀어요. 그러면 공개된 사진첩을 볼 수 있었죠. 마치 지금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듯이요. 인스타그램과 다른 점은 ‘다이어리’와 ‘방명록’이 있다는 점인데요, 다이어리에서는 페이스북처럼 글을 길게 쓸 수 있어요. 방명록은 일촌이 찾아와 인사말을 남기는 공간이었습니다.

글 jobsN 유소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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