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양말 금지, 단추 1개만 잠궈라..지나친 복장 규제?

조회수 2022. 4. 7. 16: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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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복장 가이드라인 논란
지나치다vs필요하다…의견 나뉘어
젠더리스 유니폼 도입한 곳도

“정장 버튼 상단 1개만 잠근다, 양말은 구두와 유사한 색으로 발목 양말은 안 된다, 6~8.5cm 폭의 타이를 권장한다…”

국내 대표 백화점 중 한 곳인 롯데백화점이 직원에게 전달한 직원 복장 가이드라인이다. 백화점 입점 점포에서 일하는 직영 직원이 지켜야할 복장 지침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매장에 직접 방문해 양호한 사례, 지양하는 사례, 남녀직원별 착장 불가 아이템 등을 직접 촬영한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이 복장 가이드라인은 무려 20페이지에 달한다.

롯데백화점 복장 가이드라인. /sbs biz 방송화면 캡처

복장 가이드라인을 더 자세히 살펴봤다. 남성 직원의 경우 정장은 반드시 상의와 하의의 소재와 색상이 완전히 같아야 한다. 팔을 내렸을 때 셔츠의 손목 부분이 재킷 밖으로 1~1.5cm 정도 보여야 세련돼 보인다고 명시했다. 여성 직원 경우에는 긴 카디건, 드레이프(drape·자연스러운 형식의 주름)형 카디건을 ‘고객 응대 불가능한 캐주얼’이라고 안내했다. 또 모든 뮬(Mule·앞 모습은 구두나 운동화지만 뒤에는 슬리퍼처럼 뚫려 있는 신발의 한 형태)은 착장 불가다.

롯데백화점의 직원 복장 가이드라인이 온라인에서 퍼지자 누리꾼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일부는 지침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업 특성상 복장 규정이 필요하다”, “과한 것 아니다. 정장 예쁘게 입으려면 원래 저렇게 입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도 단정한 직원이 좋다” 등의 반응이다. 반면 조금 과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들은 “서비스업 종사자인 만큼 단정해야 하는 건 이해하지만 저렇게까지 자세하게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과한 지침은 오히려 업무에 방해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롯데백화점 측은 “복장 가이드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어긴다고 문제 삼지는 않는다. 다만 고객과 마주해야 하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단정히 입자는 취지에서 가이드를 전달한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예시를 들다보니 페이지가 많아져 의도와는 다르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복장은 사내 규정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인권 및 선택의 자유 침해 여지가 있어 조심해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복장 지침으로 논란이 있던 곳과 시대 흐름, 업종, 근무 환경 등에 맞게 복장 규정을 새롭게 바꾼 곳을 알아봤다.

페이스북 간호사 대나무숲 캡처

◇병원 내 지침은 인정하지만…출·퇴근 복장도 관리?

2021년 10월 페이스북 계정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병원의 ‘병원 근태 및 복장 주의사항’이 올라와 화제였다. 당시 글쓴이는 “쌍팔년도 시절 행동을 하는 병원이 있다”는 글과 병원의 근태 빛 복장 주의사항 안내문을 올렸다.

안내문에는 출퇴근 시간, 복장, 근무 중 주의사항, 유니폼, 신발, 출퇴근 복장에 대해 직원들이 지켜야 할 사항들이 적혀있다. ‘네일아트: 길게X’, ‘근무 중 슬리퍼: 발등이 덮이고 발가락이 보이지 않는 슬리퍼’, ‘긴 머리 묶음 머리’ 등 일반적으로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지켜야 하는 수준이었다.

이중 가장 논란이 됐던 사항은 출퇴근 복장이었다. 출퇴근 복장으로 청바지, 백바지, 레깅스, 고무줄 바지는 모두 금지했고 오직 정장 스타일 바지만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또 치마 길이는 무릎 아래로 10cm 이상 길어야 한다. 앉았을 때 무릎이 보이지 않는 정도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대하고 위생에 신경 써야 하는 만큼 단정해야 하고 깨끗해야 하기 때문에 복장 및 용모 지침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출퇴근 복장까지 관리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출퇴근 복장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병원 관계자가 나서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일부 직원이 머리를 과하게 기르거나 큰 액세서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환자를 대면해야 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최대한 단정한 차림을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 목장’은 잘못 기재된 것이고 ‘근무 중 복장’이 맞다. 출퇴근 복장은 어떻게 입어도 괜찮다. 다만 근무 중 청바지나 짧은 치마 등을 자제해 달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같은 논란 반복하는 코레일

2020년에는 코레일관광개발이 만든 KTX 객실 승무원 양성 온라인 강의가 비판을 받았다. 수강생에게 복장뿐 아니라 용모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라고 당부하는 내용 때문이다. 영상 속 강의자는 “셀프 승무원 이미지 체크표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라”고 말했다. 이 사람이 말한 체크표에는 체중/체형, 피부 상태, 걸음걸이, 기타 외모 등의 항목이 있었다.

코레일이 사내 용모 관련 규정으로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는 여성 승무원 용모 및 옷차림 기준을 담은 ‘전동열차 승무원 업무 매뉴얼’로 공분을 샀다. 해당 매뉴얼에는 ‘반드시 메이크업을 해야 하고 야간 및 새벽 근무 때도 립스틱, 눈썹 등 기본 메이크업은 한다’고 나와 있었다. 또 ‘립스틱은 연한 빨강·분홍·오렌지 계열로 엷고 자연스러운 색상을 사용하라’, ‘립글로스는 지워지므로 반드시 립스틱을 사용하라’ 같은 내용도 있었다.

논란이 일자 당시 코레일 측은 “승무원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복장과 용모 지침을 간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렇게 공언한 지 1년 만에 비슷한 논란이 또 불거진 터라 대중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에어로케이 젠더리스 유니폼. /에어로케이 제공

◇지나친 복장 제한에 수정한 곳도

사내 복장 규정이 회사 밖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공분을 사자 지침을 수정한 회사도 있다. 2020년 여름, 경기도 한 백화점에서 대리주차 지원 업무를 하던 여성 직원 A씨는 이해할 수 없는 사내 복장 규정으로 결국 퇴사했다. A씨는 고객 카트에서 짐을 내려 차 안에 넣는 등 종일 서서 일해야 했다. 그러나 비슷한 일을 하는 남성 직원과 달리 여성 직원 복장 규정에 따라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있어야 해 불편함을 느꼈다.

회사 측에 남성 직원처럼 운동화를 신고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거절했다. 여성 직원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치마와 구두를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종일 신는 구두 때문에 물집과 피로를 달고 일하던 A씨는 결국 퇴사했다.

A씨는 변호사와 함께 2020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여성 직원의 복장을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진정을 냈다. 그 결과 해당 백화점은 2021년 복장 규정을 수정했다. 당시 백화점 측은 “성별을 떠나 직원이 운동화를 신을 수 있도록 성차별적인 복장 규정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또 “인권위가 개입 전 수정이 이뤄져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문제를 해결한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내 최초 젠더리스 유니폼 도입한 항공사

업계 관행을 버리고 처음부터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회사도 있다. 바로 저비용 항공사 에어로케이다.

에어로케이는 남자와 여성 직원 유니폼을 통일했다. 국내 항공사 최초다. 일명 ‘젠더리스 유니폼’으로 봄·가을용 상의는 맨투맨 티셔츠에 재킷이고 여름용 상의는 반팔 티셔츠에 조끼다. 하의는 성별 상관없이 모두 바지를 입는다. 기존 항공사 여성 승무원들이 입는 치마 정장도, 구두도 없다.

이런 항공사 등장에 LCC를 주로 이용하는 MZ세대에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신선하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승무원에 맞는 복장이다”, “구두를 신지 않아서 보는 사람도 편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에어로케이 강병호 대표는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승무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승객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승무원 복장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업인만큼 승무원이 ‘회사의 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안전지킴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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