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기름값 언제 떨어지나

조회수 2022. 3.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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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할 때 SUV 경유 차량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A(56)씨는 요즘 한숨뿐입니다. 날로 오르는 경윳값에 유류비 지출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죠. 같은 고민을 하는 이가 A씨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생업에 경유 차량을 쓰는 화물업자나 소상공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날로 뛰는 기름값에 소비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픽사베이

서울 일부 주유소에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보통 휘발유보다 200원가량 싼 경유 가격도 2000원 가까이 되고 있어요. 서울 주유소 중엔 휘발유와 경유 모두 280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곳도 나왔습니다.

2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022년 3월 넷째주 국내 휘발유 가격은 2001.9원으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리터당 2000원을 넘겼습니다. 경유 가격도 1918.1원으로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지요. 경유 차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럽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급 문제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생업에 경유 차를 쓰는 서민 가계는 직격타를 입을 수밖에요. 전 세계가 유가 급등의 영향을 받지만 우리나라 기름값은 그 중에서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가, 그것이 문제인 요즘입니다. 잡스엔이 유가 급등을 둘러싼 풍경과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한국, 기름값 아시아에서 3번째로 비싸

국제유가가 뛴 가운데 우리나라 기름값이 세계 평균보다 약 26% 비싸다는 통계가 나와 속을 뒤집네요. 최근 유가정보 웹사이트 ‘글로벌 페트롤 프라이시스’를 보면, 전 세계 휘발유 평균 가격은 2022년 3월 21일 기준 리터당 1.33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그 중 한국은 이보다 25.9% 높은 1.68달러, 우리 돈으로 약 1994.39원이었죠. 3개월여 만에 300원 가까이 오른 값입니다.

이 통계는 세계 170개국을 대상으로 했는데요, 우리나라 휘발윳값은 42번째로 높았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다음 3번째로 비쌌고요. 홍콩이 전 세계에서 휘발유가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는데 리터당 2.88달러였습니다. 운전대 잡기가 겁날 만합니다.

경유는 어떨까요? 전 세계 평균은 리터당 1.27달러였고, 우리나라는 1.60달러(1902.47원)로 역시 평균보다 약 26% 비쌌습니다. 경유 가격은 집계 대상 169개 지역 중 47번째로 높았습니다. ‘미친 기름값’이라는 수식어로도 다 설명이 안 되겠네요.

일반 소비자는 물론 산업계도 ‘유가 비명’ 중입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유가가 150달러 이상일 경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제조 기업을 대상(151개사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적자 전환 유가는 평균 142달러로 나타났고, 현재 수준인 100달러에서 적자로 전환된다는 기업도 13%나 됐습니다.

기업들도 유가 폭등에 따른 적자를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 운전대 놓는 소비자들

경기 성남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자동차로 출근하는 B(33)씨는 두 번의 환승을 거쳐 지하철과 버스로 통근하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자동차로 퇴근하다 문득 “길에서 돈을 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아침에 40분 일찍 집을 나서야 하지만 기름값이 안정화할 때까지 당분간 대중교통을 이용할 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미친 기름값’의 해답은 없는 걸까요? 기획재정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하지만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하는 데 기대를 거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앞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도 기름값이 높은 편이라고 했는데요, 이유는 세금에 있습니다.

현재 국내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상 경유보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더 많고요. 국제 유가가 대폭 하락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유가도 그 수준만큼 떨어질 수 없다는 소리입니다.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니 국제 유가 영향을 받는 국내 유가 변동 폭이 적다는 뜻이죠.

그래서 현재 20%인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늘리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유류세를 20% 내려도 가격 하락 효과가 낮아 추가로 세금을 내려야 한다는 논리이죠. 만약 인하율이 30%로 확대되면 휘발유 리터당 세금은 574원으로 내려갑니다. 유류세 인하 전보다는 246원, 인하율 20% 때보다는 82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죠.

다만 유류세를 더 내리면 앞으로 고유가 상황에 대응할 카드가 사실상 없어진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미 유류세 20% 인하 조치로 세수 감소 규모가 1조4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30%로 올리면 세수 감소 규모가 2조원대로 커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적용 조치가 4월 30일에 끝나므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인하율을 높이는 방안은 4월 초나 돼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정부도 국제 유가 상황을 주시하며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죠.

◇ 숨어서 웃는 정유업계? 1분기 실적 신기록 전망

한편 유가 폭등에 옅은 미소를 짓는 이도 있습니다. 2021년 총 7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정유업계인데요, 2022년 1분기도 실적 신기록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최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 중 상장사인 에쓰오일의 2022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36.8% 늘어난 8610억원입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2022년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가가 상승세일 경우 정유사들은 낮은 가격에 산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커져서 이익을 보게 되지요.

하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정유업계 역시 시장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자동차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앞선 B씨처럼 대중교통 등으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또 기름값 상승으로 호재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원가가 불안정해 수급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불안해져 국내 정유사들이 혼란인 면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24일 이후 한 달간 국제유가는 일주일 단위로 배럴당 20달러씩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이 커졌어요. 정유 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도 들쑥날쑥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글 jobsN 유소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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