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남긴 달달한 꿈, 주4일제 하는 해외 기업 보니

조회수 2022. 4.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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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이후에도 직장인들에게는 달달한 주4일제 꿈이 남아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주4일제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주4.5일제를 공약했지요.

이미 국내에서는 정치권 공약과 무관하게 주4일제나 주4.5일제에 들어간 민간 기업들이 다수인데요.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면서 노동 유연성이 커지자, IT나 핀테크, 게임 업계 등에서 근무 형태가 재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적게 일하는 이들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또 우리나라보다 먼저 주4일제 시험대에 오른 나라들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잡스엔이 알아봤습니다.

◇ 주4일제말고는 별 볼일 없는 회사? 대체로 만족도 높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4일제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으로는 교육 기업 에듀윌, 레깅스 업체 뮬라웨어, 게임회사 엔돌핀커넥트와 카카오게임즈,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SK수펙스추구협의회 등이 있습니다. 과도기적으로 주4.5일제를 하는 곳도 있는데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핀테크 회사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그렇습니다.

이들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의 만족감은 익히 알려져 있지요.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기다리는 여느 직장인과 다르게 ‘불목’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특히 개발자 구인난이 강한 게임업계나 핀테크 업계에서는 이러한 ‘주4일, 4.5일제’ 같은 복지가 인재 유출을 막는 효과도 있다고 하지요.

현실은 어떨까요? 주4일제를 도입하면 모든 직원이 행복할까요? 꽤 오랫동안 주4일제를 정착해온 A사 같은 경우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회사 평점이 5점 만점에 3점대로 평균 정도입니다. 여기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한 번 봅시다.

‘주말 행사가 잦아 주4일제를 해봤자 조삼모사이다’, ‘경영진 문제가 많아 주4일제 딱 하나만 좋다’, ‘부서 내 퇴사자가 생기면 다시 주5일제로 돌아간다’, ‘주4일제에 연봉이 저당잡혔다’, ‘주4일제는 직원 단체 퇴사를 막는 장치일뿐’...

주4일제가 퇴사를 막는 둑 역할을 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이네요. 하지만 조직문화의 변화 없이 업무 일수를 줄인다고 해서 직원의 전반적인 만족도가 올라가지는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 근무 형태가 유연해지며 주4일제를 도입한 국·내외 기업이 늘고 있다. /픽사베이

◇ 영국 직장인, 주4일제→주5일제 돌아간 이유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험대에 오른 해외 사례는 어떨까요?

2022년 3월 BBC는 영국 런던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하는 코레이 캄고츠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그는 처음 기대를 안고 주4일 근무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를 배반합니다. 휴일에 아이와 더 많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밀린 업무를 끝내기 위해 근무일엔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었죠.

오히려 캄고츠는 “가정 생활과 업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며 “상사가 나를 직접 보는 시간이 줄어 업무에 덜 기여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6개월 후 그는 주5일 근무로 돌아가는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승진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주4일제에는 근무일 하루 업무 시간이 늘어난다든가, 매주 마지막 근무일에 스트레스가 치솟는다든가, 상사로부터 안 좋은 평가를 받을까봐 눈치를 보게 된다든가 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지요.

아직까진 정부 차원에서 주4일제를 도입한다기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민간 영역에서 먼저 도입하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인사관리협회는 2019년 기준 미국 전체 기업 중 주4일제를 도입한 곳이 27%에 이른다고 합니다.

해외 기업 역시 스타트업이나 통신, 금융 쪽에서 주4일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스웨덴은 인터넷 스타트업 기업인 Brath, 앱 개발사인 Filmundus 등이 주4일 근무를 하고 있고요, 스페인은 통신기업 텔레포니카에서 직원 10% 정도에게 주4일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금융그룹 미즈호파이낸셜, MS지사 등이 주4일제에 앞장섰지요.

뉴질랜드 부동산회사 퍼페추얼가디언은 2018년 직원 240명에게 8주간 주4일제를 실험한 뒤 생산성이 늘고 직원 스트레스는 줄어든 것을 확인해, 주4일제를 전면도입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얼마 전 보도했습니다.  이 회사 CEO(최고 경영자)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주4일제를 홍보하고 나섰고요.

스페인 남부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 델솔은 주4일제 도입 후 1년간 퇴사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결근율은 28% 줄어든 반면 매출 성장률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하지요. 글로벌 소비재업체 유니레버는 뉴질랜드지사 전직원 81명을 대상으로 2021년 1년간 급여 삭감 없이 주4일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인터넷전문은행 아톰은행은 전 직원에게 급여를 삭감하지 않고 업무시간을 줄인 주4일제를 도입해 화제가 됐어요. 직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37.5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었는데 급여가 같으니 연봉 인상 효과가 있는 셈이죠. 일괄적으로 금요일에 쉬지 않고, 직원마다 월~금 중 선택해 하루를 쉬는 방식입니다.

마크 멀린 아톰은행 CEO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출근하고 종일 책상에 앉아 있고 퇴근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었다”며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이러한 통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급여 삭감 없는 주4일제 계획을 발표한 영국 인터넷전문은행 아톰뱅크. /아톰뱅크 트위터

◇ 코로나가 쏘아올린 ‘주4일제’ 지원 정책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는 나라도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생긴 변화이지요. 주4일제를 도입하면 직원 임금이 삭감되고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항상 있어왔지요. 때문에 정부가 주4일제를 하는 기업을 손실 보상하거나, 법을 만들어 주4일제를 보장하는 방식이 쓰이고 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2021년 초 주4일제를 전국적으로 실험하기로 했습니다. 진보정당 마스파이스 제안에 따른 것이죠. 희망업체 200곳이 3년간 주4일제를 시험하고 손해가 나면 정부가 보상하는 내용입니다. 사업 첫 해 정부가 전액을 보상하고, 두 번째 해에는 50%, 세 번째 해에는 33%를 보상합니다. 여기에 5000만유로(약 660여억원)가 예산으로 쓰였습니다.

벨기에 정부는 2022년 2월 주4일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대신 하루 최대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9시간30분으로 늘렸죠. 개정안에서는 노사 합의시 최대 10시간 근무도 가능합니다. 일본 정부도 주4일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선구자 격입니다. 중앙 정부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 부문 근로자 2500여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도입해, 대부분 작업장에서 생산량이 이전과 동일하거나 개선됐다는 결과를 얻었지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우리는 주6일 근무를 했습니다. 직원 300인 이상 기업과 학교 등 교육기관이 주 5일제를 시작한 시기가 2005년입니다. 처음 주5일 근무를 이야기할 때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주5일제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더 일하고 싶은 사람보다는 더 쉬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곧 주4일 시대가 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글 jobsN 유소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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