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만 N개"..대기업 뛰쳐나온 엄마 의대생의 '삼중생활'

조회수 2022. 4.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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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만년 3등급이던 이도원씨
낮에는 공부와 육아 병행하는 ‘엄마 의대생’
밤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작가로도 활동

동국대→연세대→대기업→인하대 의대생

다소 평범치 않은 이력의 주인공은 1992년생 이도원씨. 어릴 때부터 의사를 꿈꿨지만 학창 시절 성적은 ‘만년 3등급’이었다고. 그래도 성적표를 받아들 때마다 “이번 시험은 망했지만 내 미래는 창창하다”고 늘 가슴에 되새겼다.

이씨는 한 번의 재수와 두 번의 편입을 거쳐 어렵사리 의대에 합격했다. 의대 공부 한 가지를 하기에도 어려운데, 육아 부담이 있는 아기 엄마이기도 하다. 의대 입학 후 캠퍼스 부부가 되면서 아이가 생겼다. 그런데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도 모자라 유튜버, 작가로도 활동한다. 그녀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3만명이 넘는다. ‘해 뜨면 의대생, 노을 지면 엄마, 달빛이 내리면 작가’가 된다는 이도원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하대 의대에 재학 중인 이도원씨. /다산북스 제공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의사를 꿈 꾼 계기가 있나요?

“아버지가 대학생 시절 민주화운동 시위를 하시다 최루탄 파편에 맞아 한쪽 눈을 실명하셨어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하게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치료해주고 싶었거든요. 만약 아버지가 과거에 마주쳤던 의사가 나였더라면 무엇이라도 달라졌을까 상상해보곤 했어요. 마음 한 구석에 있던 그런 생각이 의사의 꿈으로 자란 것 같아요.”

-학창시절 내신이 3등급이었다는 스토리를 들었습니다. 결국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고요. 최종적으로 의대에 합격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학창 시절 나는 왜 잘하는 게 없을까 고민을 하면서도 공부는 늘 성실히 했어요. 하다 보면 재능이라도 발견할까 싶었죠. 그렇게 처음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에 12학번으로 입학했어요. 이후 연세대 생화학과에 13학번으로 편입했고, 대기업에 입사했어요. 인하대 의대는 2017년 12월에 합격했어요. 의대 학사편입 시험까지 남은 4개월 동안에는 하루 4시간씩 자면서 공부했어요. 공부하다 쓰러져서 자고 일어나면 또 공부하고 반복이었죠.

학창시절엔 귀에 딱지가 앉도록 공부 이야기만 듣고 사느라 학교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게 한이 됐어요. 그래서 대학에 가면 제대로 학교 생활을 즐기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학교를 계속 옮겨 다니느라 실천을 못했어요. 마지막 학교로 의대를 오니 학교가 아닌 병원에만 있게 됐네요. 하하.”

/유튜브 채널 ‘클레어’ 캡처

-대학을 나와 취업까지 했는데,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취업 전까지 계속 의대 편입에 도전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어요. 답답한 마음에 우선 취업이라도 해보자고 한 제약회사에 지원서를 냈죠.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이번에는 내가 들어설 길이 이곳이구나 생각하면서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인턴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정직원으로 전환된 지 얼마 안 돼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궤도에 올라서면 다신 여기서 이탈하지 못하고, 의사 꿈에 도전하지 못할까봐 겁이 났어요. 무엇보다 외근 나갈 때면 의사를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던 것 같아요.”

-편입 준비 과정에서 아르바이트 경험도 많았다고요.

“편입 공부를 하다보면 돈이 많이 들어요. 저희 집은 학비를 대줄 형편이 아니었어요. 휴학하고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해야했죠.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힘을 못쓰게 생겼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자주 떨어졌어요. 그래서 카페 알바를 했었는데, 최저시급으로는 학원비는커녕 생활비도 충당이 안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런데 대기업에 입사하고 나니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수 있었죠. 한동안은 돈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돼서 좋았어요.”

-바라던 의대에 합격했을 땐 어떤 기분이었나요?

“사실 합격을 예상했어요. 그 정도로 전공 시험과 면접을 잘 봤거든요. 한편으로는 평생을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이제 가족을 떠나 혼자서 타지 생활을 시작해야 하니 ‘이제 새로운 시작이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의대 진학 이후 캠퍼스 부부가 됐어요. 아이가 생기면서 변화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출산 100일만에 복학을 했어요. 이번엔 아르바이트가 아닌 육아와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처지라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어요. 저희 부부는 같이 몇 년만 고생하자고 다짐했죠.

아이를 출산한 후부터 삶의 가치관이 ‘수용’으로 바뀌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존재가 생겼으니까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려고 노력했죠.”

유튜버 ‘클레어’로 활동 중인 이도원씨. /다산북스 제공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유튜버 ‘클레어’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남편과 서로 육아를 교대해가며 이틀에 한 번씩 잠 자는 것을 2년간 반복하다보니 점점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았어요. 유튜브는 일종의 살풀이로 시작한 거에요. 누구라도 제 말을 들어달라고요. 그렇게 사람들과 연결돼 소통하는 일을 하다보니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어요.”

-최근 작가로 활동하게 된 사연도 궁금합니다.

“유튜브를 통해 제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저처럼 한번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먼 길을 돌아가느라 고민이 많은 분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요. 그런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위로를 전해주고 싶어 책을 쓰게 됐어요.

책 제목을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로 지은 것은 제 경험을 풀어낸 거에요. 의사가 되는 것은 어릴 적 제 ‘상상’에 가까웠지만, 그 상상을 계속했더니 결국 ‘현실’이 됐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클레어이자 엄마이자 작가이자 의대생 이도원씨의 하루 생활 패턴은 어떤가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아이가 먹을 음식을 만들어 놓고, 6시쯤 집을 나서요. 그리고 오후 5시까지 쭉 병원 생활을 합니다. 회진과 강의, 외래 진료, 수술에 참관하고 보고서 작성과 발표 준비를 해요. 시험을 치르는 날도 있어요. 여기까진 모든 의대생들의 생활 패턴과 다를 게 없어요.

이후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육아에 몰두해요. 아이를 재우고 난 후에는 집안일을 시작하죠. 또 과제나 글쓰기, 영상 편집 등을 하면서 개인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계획이 있나요?

“우선 유튜브에 영상을 꾸준히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중에는 언젠가 미혼모를 위한 학교를 설립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어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보니 커보였던 꿈도 못 이룰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분들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jobsN 박혜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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