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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확진자 20만명" 코로나 숫자에 가려진 진실

조회수 2022. 4. 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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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기간만큼 숫자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이 이토록 명백해진 적은 일찍이 없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치들은 우리가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있을지, 술을 살 수 있을지,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을지, 학교에 갈 수 있을지, 파티를 열 수 있을지, 여행이나 축구 시합을 할 수 있을지, 극장에 갈 수 있을지,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을지 여부에 영향을 끼쳤다. 

우리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 까닭은 숫자 때문이었다. 또는 바이러스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숫자야말로 그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데 반드시 필요했다.


숫자가 거짓말을 할 리가 있는가? 수치화한다는 것은 곧 안다는 것이다. 세상은 쉽사리 편견에 젖지만, 숫자는 공평무사하게 진실을 나타내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 수치는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 숫자는 측정하는 순간 이미 객관성을 잃는다.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는지는 애당초 주관적인 결정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2020년 5월 19일 보건부 장관 휘호 데 웅어가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을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치 현황판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감염자 수, 입원 환자 수, 요양원의 감염자 수 등 관련 정보가 현황판에 담길 터였다.

바로 이런 의료 관련 수치들이 식장, 학교 그리고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상점의 폐쇄와 같은 새로운 조치들을 불러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 조치들 때문에 네덜란드인들은 담배를 더 많이 피웠고, 실업자가 되었고, 우울증에 걸렸다.

반면 현황판에 생활방식, 고용, 정신건강에 관한 수치들은 담기지 않았다. 우선순위가 다른 수들에게 있었기 때문인데, 의료활동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고 바이러스에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수긍할 만한 선택이긴 하지만 여전히 하나의 선택일 뿐이었다. 그리고 통계에 따른 판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판단이기도 했다.

심지어 코로나 숫자를 나쁘게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2020년 7월,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이 코로나에서 안전하다고 말하며 코로나 사망자 비율에 있어 미국이 가장 낮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에 관해서는 미국이 낮았다. 유럽의 확진자 대비 사망률은 7.0퍼센트였고, 전 세계 평균은 3.9퍼센트였다. 미국은? 3.5퍼센트였다. 정말이지 트럼프 말마따나 ‘낮았다’.

하지만 총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에 있어서는 미국이 대한민국, 독일 등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7월 말에 유럽의 코로나 확진자 사망률은 100만 명당 264명이었고, 전 세계 평균은 84명이었다. 미국에서 사망률은 100만 명당 453명이었다. 유럽 사망률의 1.5배가 넘었고, 전 세계 사망률의 5배가 넘었다. 미국은 절대 코로나로부터 안전하지 않았다. 숫자에 관해 거짓말을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

코로나19 사태는 숫자의 가장 좋은 점과 가장 나쁜 점을 보여주었다. 또한 숫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뿐만 아니라 얼마나 이기적인 목적에 잘못 사용될 수 있는지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수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중환자실 병상이 몇 개 남았는지, 정부가 취하는 조치들이 감염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지,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를 우리는 알지 못할 것이다. 말 그대로 숫자가 생사를 가른다. 그렇기에 숫자를 잘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고 한참 후까지도.


"수에 밝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_《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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