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Z'에서 'Z'를 뺀 이유

조회수 2022. 4. 7. 16: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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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략 전쟁 상징 된  ‘Z’ 표시
러시아 지지, 반러 감정 자극할까
Z 지우기 나선 기업, 제재 국가 늘어

삼성전자가 우크라이나에서 판매하는 갤럭시Z 시리즈 제품명에서 ‘Z’를 삭제했다. 갤럭시Z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이다. 갤럭시Z폴드3는 갤럭시폴드3로, 갤럭시Z플립3는 갤럭시플립3으로 제품명이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앞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에서도 제품명에서 ‘Z’를 뺐다. 발트3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이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인접한 국가다. 과거 소련에 점령됐다 지난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했지만, 러시아의 견제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삼성전자가 제품명에서 ‘Z’를 뺀 건 이들 나라에서 확산 중인 반러 감정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위스의 한 보험사도 150년 동안 회사 로고로 사용해온 ‘Z’의 사용을 중단하는 등 ‘Z’ 지우기에 나서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 제품 박스에 ‘Z’자가 선명하다.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전쟁 상징, 반러 감정 자극 우려

‘Z’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쟁을 지지하는 선전물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Z 표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탱크와 군용트럭 등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러시아 거리 전광판이나 버스 정류장, 건물 벽면 등에 등장했다.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식에도 등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연설하는 장면에서 러시아 국기와 함께 Z가 쓰인 깃발이 다수 보였다. 행사 구호 역시 Z로 시작했다.

유튜브를 포함한 SNS에선 러시아인이 Z와 함께 전쟁을 지지하는 영상이 확산 중이다. Z 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미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Z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선 추측이 난무했다. 러시아가 제거 대상으로 삼고 있는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을 뜻한다거나 러시아 군이 주로 집결해있던 서쪽(Zapad)를 의미한다고도 했다.

Z의 정확한 의미는 러시아 국방부의 설명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3월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Z는 ‘승리를 위하여”(за победу·로마자 za pobedu)’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를 위하여(за мир)’, ‘진실을 위하여(за правду)’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파란 배경에 흰색 ‘Z’를 표시한 로고를 150년간 사용해온 스위스 취리히보험이 이 로고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취리히보험

이 때문에 제품명이나 회사 로고 등에 Z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자칫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반러 감정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Z와 손절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가 폴더플폰을 상징하는 갤럭시Z시리즈라는 이름에서 Z를 과감히 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심지어 유럽 최대 보험사인 스위스 취리히보험은 150년 동안 써온 회사 로고 사용을 중단했다. 취리히보험은 파란 바탕에 취리히(Zurich)의 첫 글자인 Z를 흰색으로 새긴 로고를 사용해왔다. 3월 초부터는 러시아에서 새 고객을 받지 않고 사업도 확장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나치 문양 떠올라…‘Z’ 제재 국가 확산

기업들이 Z 손절에 나서는 이유는 또 있다. Z가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를 연상케 한다며 이 기호의 사용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국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건물에 문자 ‘Z’가 쓰인 전광판이 붙어 있다. WSJ 캡처

독일 니더작센주와 바이에른주는 지난 2월부터 Z가 쓰여진 깃발을 휘두르거나 스티커를 붙인 차의 운행을 전면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최고 징역형에 처해진다. 독일 내무부도 “‘Z’ 표식이 특정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범죄이며 누구든 이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면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도 Z를 붙인 차를 탄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체코는 Z를 공개적인 장소에서 사용하면 법적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켄크로이츠는 독일어로 갈고리를 뜻하는 하켄(Haken)과 십자가를 뜻하는 크로이츠(Kreuz)가 합쳐진 단어다. 원래 행운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는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뒤 1933년 독일의 국기로 지정됐고 의미 역시 아리안 우월주의와 반유대주의로 바뀌었다.

히틀러는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앞세워 유럽 국가들을 침략했다. 1945년 독일이 패전한 뒤 유럽에선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금지했다. 특히 독일은 이른바 ‘반나치법’으로 불리는 형법 제86조에서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깃발, 배지, 유니폼 등을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히틀러와 나치즘의 상징인 문양을 지워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단절하자는 취지다.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 /조선DB

이 때문에 독일의 수많은 공공기관 건물 벽에 새겨진 나치 문양이 종전 이후 지워졌다. 심지어 1930년대 독일 제국철도의 열차시각표를 재인쇄하려다 검열에 걸려 중단되기도 했다. 열차시각표에 나치 문양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독일 의류회사인 에스프리는 신제품의 단추모양이 나치 문양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2만 장에 달하는 카탈로그를 전량 폐기했다. 2006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경기에서는 AS로마의 응원단이 경기장에 나치 깃발을 내걸었다가 ‘다음 홈경기 관중 출입금지’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Z에 대한 제재가 유럽에서 확산하면서 삼성전자가 우크라이나와 발트3국에 이어 독일, 폴란드 등 다른 국가에서도 제품명에서 Z를 삭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손절도 이어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국제 사회는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Z 지우기를 넘어 아예 러시아와의 손절을 택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50곳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 회장은 당초 “의류는 필수품으로 러시아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옷을 살 권리가 있다”고 했다가 결국 사업 철수로 입장을 선회했다. 맥도날드도 러시아에서 영업을 지속하다 전 세계적으로 불매운동 확산 움직임이 커지자 러시아 진출 32년 만에 850여개에 달하는 러시아 매장 문을 닫았다. 유럽 전체 영업이익의 10%를 포기한 결정이었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다국적 기업이 러시아 사업을 접지 않으면 해킹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어나니머스는 러시아에서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세계 1위 식품회사 네슬레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 러시아 현지 공장.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은 공식적으로 철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로 가는 뱃길이 막히면서 부품 조달 등의 문제로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재 러시아로 향하는 수출 물품의 출하를 중단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러시아 운항을 거부하는 등 해상 물류가 차질을 빚으며 선적이 힘들어졌다.

생활가전 제품을 현지 생산하는 LG전자도 부품 등 선적상황이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물류 차질에 따른 부품 부족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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