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좋은 사람들은 절대 안 한다는 '이 질문'

조회수 2022. 4. 13. 15: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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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알게 된 것

나는 10년간 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쓰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한번은 여학생들에게 속옷을 선물한 고등학교 풋볼 코치에 관한 기사를 썼을 때, 퇴근 후 집에 갔더니 코치의 지지자들이 엽총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성 사서함으로 내가 죽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는 일도 왕왕 있었고, 어느 해인가는 ‘XX년’이라는 단어만 달랑 적힌 발신인 없는 엽서를 매주 받은 적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어느 정도는 나를 단단하게 만든 것일까. 웬만한 일에는 분노를 삭이고 불필요한 말을 삼가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적어도 부적절한 질문을 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 따윈 하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1년간 세계 일주를 할 때였다. 나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번은 가족과 관련된 단어들로 수업을 하던 중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형제자매가 있나요?”

학생들은 멍한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 개의 언덕이 있는 나라’라는 아름다운 별명과는 다르게 르완다는 크나큰 아픔을 지닌 나라였다. 1994년 종족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르완다 대학살로 인해 100만 명이 사망했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내에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즉, 그 당시에는 있었던 형제와 자매가 지금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질문을 바꾸어 과거형으로 물었다.

“형제자매가 있었나요?”

학생들은 그제야 대답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형제와 자매가, 부모님이 있었노라고.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픈 엄마, 불안한 현재, 불확실한 미래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고 살았다

그들의 아픔에 비하면 내가 겪고 있는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픈 엄마, 불안한 현재,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하며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들은 내가 살아온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뚜렷하게 비춰 주었다. 수업을 받은 건 그들이었지만 배움을 얻은 건 나였다.

르완다에서 잊지 못할 순간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한번은 여행 중 사귄 친구들과 클럽 ‘패서디나’에 갔을 때였다. 한참 놀다 보니 피곤이 몰려와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더 놀고 싶은 기색이었다. 혼자라도 돌아가야겠단 생각이 들어 밖에 나오니 날씨는 쌀쌀했다. 택시를 잡기도 힘든 시간이었기에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어디로 가세요? 데려다드릴게요.”

내 얼굴에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는지, 그는 이내 자신이 클럽 ‘패서디나’의 사장이라고 소개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우리는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자신의 형을 기리기 위해 클럽의 이름을 ‘패서디나’로 지었다고 말했다. 오래전 형이 미국에 간 적이 있었는데, 돌아와서는 ‘패서디나’라는 도시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유독 자세하게 이야기했다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도 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살 사태가 벌어졌고, 그의 형은 수많은 희생자 중 한 명이 되었다. 패서디나가 형의 마지막 여행지가 된 것이다.

내가 미국인이고 패서디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어 몇 번인가 가 보았다고 말하자, 그는 조금은 긴장한 채 물었다.

“어떤 곳이에요? 우리 형 말대로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곳인가요?”

꽉 막힌 도로와 주차 위반 딱지, 요란한 거리. 다른 도시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패서디나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패서디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에요.”


언제나 진실이 옳은 것이 아니고

삶의 어느 순간에는 거짓말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나는 기자로 일하며 언제나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내가 아는 패서디나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 적어도 대학살로 인해 형을 잃은 그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했다. 삶의 어느 순간에는 거짓말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토록 몸소 체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르완다에서 만난 사람들뿐 아니라 남아메리카에서 출발해 아프리카를 거쳐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1년 동안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 과정이 가끔은 괴로웠지만 틀을 부수고 거듭날수록 단단한 나로 태어날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오하이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나는 절대 그곳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위축되어 있는 나에게 엄마는 늘 말해 주었다.

“딸아, 너는 생각보다 강하단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 동프로이센에서 태어나 평생을 고향이 아닌 곳에서 떠돈 엄마. 어쩌면 엄마도 낯선 세상, 낯선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틀을 무수히 부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그 교훈을 말해 줄 수 없었으리라, 세상에는 직접 겪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기에. 그러기에 수많은 말들을 삼키고 사랑을 담아 매일 아침 어린 딸의 머리를 땋아 주며 말했을 것이다. “딸아, 너는 생각보다 강하단다.” 이 말은 지금도 내게 뿌리 깊게 남아 낯선 곳을 향해 한 발짝을 내딛게 하는 주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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